교사로서의 정체성 흔들리는 경험
상담 요청,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기도
학부모 과도한 요구에도 개인 감당

2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시민들이 고인이 된 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를 찾은 시민들이 고인이 된 교사 A씨를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교사의 죽음이 교권침해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동료들은 고인이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려 왔다고 말했다. 해당 학교에 근무했던 교사들이 학부모 갑질을 경험한 사례를 공개했다.

전국 각지에서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우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만큼 교사들에게 공분을 샀다는 얘기다. 교사들은 어떤 교권침해를 경험하고 있었을까. 도내에서 일어났던 교권침해 사건을 들여다봤다.

최근 ㄱ 교사는 학생을 지도하다가 학부모에게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학부모는 교사와 학생을 분리해달라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ㄱ 교사는 교사로서의 정체성이 흔들릴 만한 모욕을 듣게 됐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병가를 냈고, 공무상 재해로 인정받았다.

2014년 3월 20일 학부모 ㄴ 씨는 학교를 찾아가 “교사가 돈을 받고 학생회장 선거를 조작하고, 시험 문제를 유출했다”고 몰아붙였다. 다른 동료 교사들이 보고 있던 자리였다.

전교회장 선거에 나간 ㄴ 씨의 자녀는 첫 번째 선거에서 전교학생 회장에 당선됐으나 표 수가 맞지 않자 상대 후보가 재개표를 원해서 다시 확인했다. 재개표에서 상대 후보가 당선되자 선거를 무효로 하고 재선거를 치렀다. 재선거에서 상대 후보가 당선되자 ㄴ 씨는 선거관리를 맡았던 교사 탓이라고 몰아갔다.

재판부는 ㄴ 씨가 많은 사람 앞에서 허위 사실로 교사를 모욕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는 판단을 내렸다. ㄴ 씨는 1심에서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았으나, 항소했다. 2015년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항소를 기각하고, 원심을 확정했다.

2013년 3월 5일 담임교사가 자녀에게 부당한 체벌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 2명이 학교에 찾아갔다. 이들은 교무실로 들어가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뱉는 등 10여 분간 소란을 피웠다.

교장실에서 담임교사에게 무릎을 꿇게 하고, 화분을 집어던지는 자세를 취했다. 담임교사를 향한 괴롭힘은 계속됐다. 전화를 걸어서 반복적으로 협박하고, 자신의 자녀를 어떻게 지도할 것인지 문서로 작성해달라 요구했다. 두 사람은 2013년 선고된 1심에서 각 징역 8개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교사들이 정상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거나, 학생에게 교육할 수 없을 정도로 교권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피해 교사도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고, 범행 현장을 목격한 학생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판시했다.

이어 “학부모인 피고인들은 학교와 교사들을 존중하는 바탕 위에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최소한 법과 제도로 마련된 적법한 절차로 문제를 해결해야 마땅하다”며 “객관적인 사실관계가 다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적인 보복행위를 한 건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최성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남지부 참교육실장은 “일부 학부모가 과도한 요구를 하거나 심한 언행을 보여서 상담을 요청하는 교사들이 있다”며 “아동학대 신고를 무기 삼아 행동하는 학부모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청과 학교에서 아무런 바람막이 역할을 해주지 못하고, 학부모 민원 내용을 교사 개인이 감당하게 하고 있다”며 “이번에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보도되는 걸 보면서 비슷한 일을 경험한 교사들이 심리적으로 더 불안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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