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보복 범죄...피해자들 숨게 만든다
하루 한 번 이상 보복 범죄 발생해
보복 범죄 막으려면 양형 늘려야
보복 범죄 범위 넓힐 필요도 있어
가해자의 협박은 피해자들을 숨게 합니다. 그들은 범행을 저지르면서 피해 사실을 알리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일삼기도 합니다. 피해자들은 보복이 무서워 피해 사실을 터놓고 말하지 못합니다. 겨우 말해도 불안에 시달려야 합니다. 가해자가 처벌받더라도 언제 출소해서 보복할지 몰라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보복 범죄가 두려운 피해자들은 힘든 하루를 살아내고 있습니다.
창원지방법원 제4형사부(장유진 부장판사, 이큰가람·이진석 판사)는 26일 오전 성폭력특례법 위반(촬영물 이용 강요), 공갈 혐의로 기소된 ㄴ 씨에게 징역 4년,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취업 제한 7년, 성폭력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했다.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가해자가 출소한) 20년 뒤에 죽을 수 있다는 각오로 나왔다고요. 저도 4년 뒤에 언제, 어떻게 보복당할지 몰라서 두려워요."
경남 지역에 사는 20대 여성 ㄱ 씨는 전 연인 ㄴ 씨에게 2년 동안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다. 협박에 못 이겨 건넨 돈만 4000만 원이다. ㄱ 씨는 용기를 내서 자신이 겪은 일을 밝혔다.
ㄱ 씨는 보복 범죄가 두려워 학교를 그만둘까 고민도 했다. 경찰과 검찰, 법원에도 구속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ㄴ 씨는 법정에 서게 됐지만 세 번이나 재판에 불출석할 정도로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이제 끝나는가 싶지만 그가 출소하는 4년 뒤가 문제다.
◇반성하지 않는 범죄자들 = ㄷ 씨는 지난해 3월 31일 창원시 진해구 한 주점에서 술값 결제를 미뤘다. ㄷ 씨가 4회에 걸쳐 술값을 치르지 않자 주점 주인이 신고했다. 앙심을 품은 ㄷ 씨는 주점 주인을 때렸다. 그는 보복 폭행과 사기 혐의 등으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ㄹ 씨는 2021년 7월 15일 창원시 진해구 한 가게에서 주인 휴대전화를 몰래 훔쳤다. 가게 주인이 경찰에 신고하자 2주 뒤 다시 가게를 찾아갔다. 그는 "죽이겠다, 사과하라"면서 주인을 공업용 커터 칼로 협박하고 폭행해 부상(전치 3주)을 입혔다. ㄹ 씨는 이 사건 외에도 다른 범행을 저질러 징역 3년 6개월을 받았다.
이처럼 보복 범행을 저지르는 범죄자들은 '반성'이 없다. 자신이 죄를 저지르고도 뉘우치지 않으며, 피해자 신고로 자신이 피해를 봤다는 사실에 더 분노하고 있었다.
◇갈수록 늘어나는 보복 범죄 = 이번 국정감사에서 황희(더불어민주당·서울 양천구 갑) 의원은 경찰청에서 보복 범죄 사건 현황 자료를 받아 공개했다. 최근 5년간 일어난 보복 범죄는 1789건이다. 하루 한 번 이상 보복 범죄가 발생하는 셈이다.
심지어 보복범죄 발생은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19년 294건, 2020년 298건, 2021년 434건, 2022년 421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올해 9월까지도 342건의 보복 범죄가 발생했다. 보복 범죄는 불과 3년 사이 43%나 급증했다.
유형별로는 보복 협박(48.1%), 보복 폭행(19.8%), 보복 상해(9.3%) 순으로 많았다. 보복 살해도 최근 5년간 11건에 이른다.
그나마 보복을 막을 수 있는 가해자 구속은 피해자 기대만큼 집행되지 않는다.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률은 30%에 그친다. 일부는 검찰이나 법원으로 가서 반려 또는 기각된다. 지난해 발생한 보복 범죄 421건 가운데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사건은 125건이었다. 여기서도 검찰이 2건을 반려했고 법원이 17건을 기각했다.
◇보복 범죄를 막으려면 = 황 의원은 "보복 범죄는 형사사법체계를 무력화하는 범죄로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범죄 피해자에 대한 신변 보호와 신속한 구제, 보복 범죄 예방 등 2차 피해를 막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진혁 경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조건 없는 구속 수사는 인권침해 요소가 있기에 지향할 바는 아니다"라며 "보복 범죄로 기소가 됐으면 양형 기준을 올려 강하게 처벌하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회복적 사법'의 개념도 가져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범죄 성향이 강한 사람은 교화가 어렵겠지만, 가해자에게 피해자의 상태나 심리를 알게끔 해서 상호 간에 이해와 용서를 구하는 방식도 필요하다"며 "자신의 범죄 행위가 어떤 행위였는지 자각하고 반성할 기회도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복 범죄가 성립되려면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 수사, 재판과 관련해 수사단서를 제공한 것에 대한 보복이어야 한다. 보복 범죄가 성립되면 그만큼 가중 처벌을 받기 때문에 성립 범위를 넓힐 필요도 있다.
입사 동기 여성을 스토킹하다가 지난해 9월 14일 서울 신당역에서 살해한 전주환을 향해서도 '보복 범죄'라는 주장이 나왔으나 성립되지 않았다. 보복의 목적이 사적인 감정에만 기반을 두지 않고 분명한 의도가 드러나야 한다. 살인으로 이어지기 쉬운 스토킹 범죄도 보복 감정에서 비롯된 것은 맞지만 보복 범죄로 인정되는 경우는 적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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