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참 예쁘다. 콩으로 만든 식품이라면 된장 등이 떠오른다. '된장'이란 단어를 쓰지 않고도 한눈에 무얼 생산하는 곳인지 알 수 있게 이름 지은 주인장이 센스가 있다. 사천시 정동면 화암리에서 '콩지은식품'을 운영하는 이지은(47)·이정수(46) 부부다. 그러고 보니 대표 이름도 '지은'이다. "이름 짓는 데만 6개월이 걸렸어요. '콩지은'이라고 했다가 '지은콩'으로도 해 보고, 상품까지 걸고 아는 사람들에게 설문조사도 했습니다. 다들 '콩지은'을 꼽더군요. 많은 사람이 이름을 보고 성이 콩 씨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콩쥐...
'고희선', '카오 티 타오(Cao Thi Thao)'. 둘 다 그녀의 이름이다. 희선 씨는 한국으로 귀화한 베트남인이다. 고희선이라는 이름은 베트남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높다'라는 뜻을 가진 'Cao'가 성인 '고'가 되었고 '착하다'라는 '타오'는 선. 전혀 관계없어 보이던 두 이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것처럼 희선 씨는 한국에 녹아들어 살고 있다. 고희선(41) 씨는 창원시 팔용동에서 매일 베트남 쌀국숫집 문을 연다. 식당은 남편이 운영하는 슈퍼마켓과 같은 건물에 있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녀의 한국어는 유창했다....
고성군 하일면 동화리 바닷가에 위치한 '고성 소을비포 성지'입니다. 이곳은 조선 초기 왜구의 침입을 막아내기 위해 설치된 소을비포 군진이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당시에 일단 성을 쌓았다가 임진왜란을 전후로 한 시기에 수군이 본격적으로 주둔하기 시작하면서 다시 정비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임진왜란 당시 가까운 곳에 있는 자란도와 가룡포에 고성현 관아가 옮겨지면서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전초기지적 방어시설이 됩니다. 특히 이 지역은 형태가 바닷가 쪽으로 길게 돌출된 낮은 야산처럼 되어 있습니다. 이런 해안 경사로와 ...
엄마와 이사를 온 아키라. 엄마는 이웃들에게 인사를 하며 남편은 해외에 나가 있고 아들인 아키라와 둘이서 생활할 거라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건 거짓말. 어린아이가 넷이나 있다고 하면 이사를 하지 못할까 봐 엄마가 거짓말을 한 것이다. 이사 온 첫날, 장남 아키라와 아이들은 엄마와 약속을 한다. '큰소리로 소란을 피우지 않는다,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 이 규칙을 지키며 아이들은 생활한다. 엄마 혼자 버는 형편이라 학교엔 가지 못하지만. 어느 날 엄마는 장남 아키라에게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다고 이야기한다. 그 사람이랑 결혼한다면...
"헌(Hearn)은 편도행 표로만 여행하던 작가다" 란 기행문에서 헌의 증손자가 쓴 말이다. 누군가가 편도행 표를 고집한다는 건 다시는 떠난 곳을 돌아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본인보다 더 일본을 사랑했던 일본인'이란 수식어로 유명한 작가 라프카디오 헌은 마지막 정착지로 일본을 선택한 후 그곳에서 죽음을 맞았다. 근대 이후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구미인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지만, 그런 경우는 대개 '오리엔탈리즘'이 강력하게 작동한 경우였다. 그러나 라프카디오 헌(1850~1904)은 일본에 대한 막...
정년을 앞둔 초등학교 교장이 동시집을 냈다. 환갑을 지나 예순둘의 나이지만 동심을 여전히 간직한 문인이다. 지난 2월 3일 를 펴낸 이동배(62·김해 삼성초등학교 교장) 시인을 만났다. 아이들이 하교를 서두르는 오후께 학교를 찾았다. '쨍쨍 내리쬐는/뙤약볕 아래/벌겋게 달궈진 들판에서/그늘 찾아 헤매던/개미 식구가/돌멩이 밑으로/들어와 땀을 식혀요.//돌멩이야, 고마워.//졸졸 흘러가는/맑은 시냇물 속/미끈미끈 미꾸라지/숨바꼭질 하다가/돌멩이 밑으로/파고 들어요.//돌멩이야, 고마워.//(후략)('돌멩이야 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무렵이면 생각나는 노래, 스쳐가듯 홀연히 지나가는 봄기운을 못내 아쉬워하는 송가가 있다면 단연코 작사가 손로원(1911~1973)의 '봄날은 간다'를 떠올리게 된다. 곡이 만들어진 지 어느덧 60여 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수많은 가수들이 다양한 창법으로 대중의 심금을 울리며 한결같이 부르는 노래는 그다지 흔치 않을 것이다. '봄날은 간다'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의 애한과 마음 한구석에 밀쳐놓았던 인생살이의 미련을 노래를 통하여 떨쳐버리게 하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오래전 시인이 좋아...
영화 에서 논란이 된 한 장면이 있다. 해외 파견 문제로 주인공 부부가 언쟁을 벌이고 있는데 마침 애국가가 울려 퍼지며 국기하강식이 시작된다. 남편이 먼저 몸을 돌려 국기에 대한 예를 표하자 부인도 마지못해 일어서는 모습이다. 대통령이 이 장면을 국무회의에서 언급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제4공화국과 제5공화국 때처럼 국기게양식과 하강식을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곧이어 나왔고, 이런 분위기를 어이없어 하는 사람들은 영화의 그 장면이 오히려 국가주의를 풍자하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여기서 영화감독의 의중을 따지자는 것은...
"내 친구가 ○○가 좋다고 그러던데요." "이웃 사람은 수술 다음날 바로 뛰어다니던걸요."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주변 경험담은 중요한 참고가 된다. 다른 사람의 체험기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래서 쇼핑을 할 때도 인터넷을 통해 후기를 꼼꼼히 살피게 된다. 하지만 정형외과 전문의인 창원 힘찬병원 안농겸(44) 병원장은 환자 입에서 "내 친구가"라는 말이 나오면 한숨을 내쉰다. "환자들은 대략적인 증상이나 수술 후 상처 모습이 비슷하거나, 심지어 같은 병원에서 수술받아 같은 입원실에 누워 있으면 질환명도, 환자...
재경 마산향우회가 창립된 건 2002년이라고 한다. 재경 경남향우회에 소속된 도내 시·군 향우회 중에는 벌써 창립 50년이 넘은 곳이 있을 정도인데, 규모 면에서 마산이 도내에서 가장 큰 도시였다는 걸 감안하면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경마산향우회의 초대 회장을 맡았던 남재우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이사장은 마산 동성동 출신이다. 남 이사장은 성호초등학교, 마산중, 마산고등학교를 거쳐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경기도지사였던 때 (1995년) 초대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남 이사장은 서울...
경남 사천시 사남공공단지 내 외국인투자지역(사천시 사남면 외국기업로)에 자리 잡은 외국인투자기업 켄코아 에어로스페이스㈜(Kencoa Aerospace Corporation). 이 업체는 창립 3년 만인 올해 매출 최소 2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국내 항공산업 관련 업체가 몰린 사천·창원에서도 이 정도 매출액이면 상위권에 드는 규모다. 외국인투자기업이라서 서구적 외모를 가진 대표이사를 만날 것으로 여겼는데 직접 만난 이민규 대표이사는 말솜씨와 외모 모두 완전한 한국인이었다. 미국명 'Kenneth Mink...
지난해 NC다이노스는 정규시즌 2위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신생팀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준 한 시즌이었지만 아쉬움도 함께 남았다. 두산과 플레이오프에서 빈곤한 득점력이 발목을 잡으며 한국시리즈 진출을 눈앞에 두고 실패했다. 이에 NC는 올해 공격력을 강화하고자 박석민을 영입했다. 삼성에서 FA를 선언한 박석민에게 NC는 계약금 포함 4년간 96억 원을 안겼고 국가대표 3루수를 얻었다. NC 유니폼을 입게 된 박석민을 비롯해 2년 연속 주장의 중책을 맡은 이종욱, 차기 유력한 메이저리거로 꼽히는 나성범 등 우승으로 ...
"선거 때가 되어가니 정치인들이 안부 전화를 걸어옵니다. 필요할 때만 아버지를 찾는 자식을 후레자식이라 합니다." 정치와 사회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과 입담으로 1만 9468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인기 트위터 사용자. 그는 현재 고성 구룡사의 주지 스님이자, 수필작가인 효전 스님(52)이다. 풍족한 집안에서 태어나 순탄한 삶을 살 것만 같았던 그녀는 상처가 많다. 동생의 죽음과 5년 전 알게 된 할아버지의 억울한 죽음. 가족의 상실은 그녀에게 한을 남겼다. 그리고 그녀는 그것을 오롯이 글로 승화시켰다. 그녀가 처음 출판한 수...
설 연휴가 끝나가던 지난달 10일.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빌미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하다고 하는 로켓 발사를 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쏟아붓는 자금줄을 막겠다는 것이었지만, 국민적 동의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그보다는 한반도 긴장 심화와 남북 경색국면이라는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 11일, 지난해 1월 창원에 개성공단상회 경남대리점을 연 송성기(52)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할 때까지는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발표한 상황이었는데, 인터...
1844년 6월 6일 영국 런던. 청년 12명이 모여 기독교청년회 YMCA(Young Men's Christian Association)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그 후 100여 년이 지난 1946년 5월 8일 한국YMCA 운동에 있어서 10번째로 마산YMCA가 창립했다. 2016년은 마산YMCA 창립 70주년이 되는 해이자 지난 2000년 2월 마산YMCA와 인연을 맺은 차윤재 사무총장이 16년의 임기를 마치고 은퇴하는 해이다. 영원한 기독청년의 33년 YMCA 외길을 뒤돌아보았다. 마산시민운동 16년의 아쉬움, 정치의 균형 2...
아너소사이아티(Honor Society)는 나눔문화를 실천하려는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모임입니다. 소년은 오늘도 발동기 앞에 앉았다. 논에 일하러 나가신 아버지가 점심 드시러 오시기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 30분가량. 그 안에 발동기를 해체해서 원래대로 조립해 놓아야 한다. 며칠 전에 2시간 30분 만에 성공했으니 오늘은 잘하면 2시간 만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소년이 발동기를 해체하려는 것은 고장이 난 부분을 수리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딱히 이유를 찾는다면 그냥 기계를 만지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분해·조립 시간을 단축해...
최해범(59) 창원대학교 총장은 지난해 5월 경남지역 국립대 중 처음 간선제로 뽑힌 총장이다. 첫 간선제에 대한 후유증은 있었다. 총장 선거 과정에서 제기된 최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았고 최 총장을 지지하는 교수와 그렇지 않은 교수 간 갈등이 있었다. 반년이 지난 지금 최 총장은 "불협화음이 난다는 건 조직이 발전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갈등 없인 진전도 없다"며 그간 제기된 문제에 대해 쿨하게 반응했다. 최 총장은 4년 임기 동안 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구성원 간 갈등을 봉합하고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대학'을...
고백하자면 취재 중 '아줌마의 힘'을 처음 느낀 곳이 바로 거창이었다. 2014년 9월 4일 거창군청 앞에서 수백 명의 학부모, 학생,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여 '거창교도소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집회 장소를 세팅하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 중 단연 아줌마들이 눈에 띄었다. 마이크는 다른 사람들이 잡았지만 사실 당시 집회는 90% 이상 그들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때부터 아줌마들을 유심히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거창을 다시 찾았다. 거창지역 아줌마 4명(김태경, 손승미, 송민선, 이희숙)을 모아 놓고 아줌마들을 건드...
다른 취재로 경남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 방광주(49·경위) 3팀장과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다. 방 팀장은 취재 내용에 응하면서도 '이러이러한 이유로 보도를 자제해 달라'는 당부를 했다. 당시에는 그 말뜻이 썩 와 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를 위해 2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눈 후에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성폭력특별수사대는 피해자의 2차 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살얼음판 같은 성폭력 수사 경남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 13세 미만 아동, 성인을 포함한 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전담 수사한다. 관련 현황을 ...
노을이 붉게 물드는 해질녘. 수십만 마리에 달하는 새들이 한꺼번에 하늘을 날아오르며 군무를 펼친다.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그런데 단 한 마리도 부딪쳐 떨어지는 새가 없다. 군무가 끝나고 밤이 되면 먹이를 찾아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한다. 가창오리다. 전 세계에 분포하는 가창오리의 대부분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난다. 지금부터 가창오리의 비밀을 밝혀본다. 1. 가창오리란 이름은 어떻게 붙여진 걸까? 꽤 독특한 이름인데… 가창오리란 이름 유래는 여러 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