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은 경남청소년문학대상이 올해 22회도 공모, 심사를 무난하게 끝냈다. ‘또 다른 꿈을 위하여-나의 작은 변화와 내일’을 주제로 경남 지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한 결과, 접수된 원고는 총 316편이었다.우선 전체적으로 응모 편수가 많이 줄었다. 저출생 등 영향으로 학생 수가 줄었고, 무엇보다 공모전 수상 실적이 입시에 많이 반영되지 않는 이유가 크다고 생각되었다.올해는 운문보다는 산문 응모작이 많았고, 작품 수준 또한 산문이 높았다. 주제 특성상, 운문보다는 산문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비록 나에게 제목 하나 없더라도 괜찮다멋진 그 꿈조차도 형태가 없으니서툰 나에게 제목 하나 없더라도 괜찮다비록 나에게 꿈 하나 없더라도 괜찮다넓은 이 세상조차 정해진 길 하나 없으니아직 어린 나에게 꿈 하나 없더라도 괜찮다빛나는 꽃들 사이에서더 빛나는 들꽃이 되면 되니빛나는 나비들 사이에서아름다운 나방이 되면 되니아직 어린 별인 나에게 꿈 하나 없더라도 괜찮다오늘의 나는 오늘의 나를 쓰고내일의 나는 또 다른 내일의 나를 쓰는 것일 뿐이니매일매일 다른 나를 쓰고 있는 나에게는,가장 삐뚤빼뚤한 글씨로가장 예쁜 나를 쓰고 있는 나에게는제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의견으로 텃밭을 가꾸기로 했다. 텃밭의 농작물이 다 자라면 수확해서 급식의 재료로 넣는다고 하니 모두 찬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친구들 모두 텃밭 가꾸기에 관심을 쏟고 있고 나도 내 당번이 돌아올 때마다 최선을 다해 텃밭을 관리해 주었다.심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감자밭에 물을 주거나 구겨져 있는 검은색 비닐을 펴 줄 때는 감자가 다 자라서 어떤 열매를 맺을 것인가 하는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기도 하였다. 줄기가 푸른 만큼 땅속의 감자도 알차게 여물 것이라 생각하니 텃밭 가꾸기에 더욱 신경이 쓰인다. 감자는 내가 갈
젊은 아버지의 두 손은언제나 붉은 상처들이 메꿨다아지랑이에 절은 길을 따라일주일에 한 번씩 그 붉은 손에 담겨오던그의 손과 꼭 닮은 멍투성이의 사과는아버지가 지켜주시던 나의 어린 날이었다달동네 놀이터 그네에 앉아퍼석 소리 나도록 깨물었던 나의 어린 날그 밤의 따뜻한 모래 냄새비릿하게 스며들던 녹슨 쇠 냄새아버지의 정다운 땀내이 모두 나의 떨이 사과였다/최은지(남해 창선고 2학년)
19살이 된 나는 지금 꿈이 없는 상황이다. 어릴 땐 분명 꿈 부자였는데, 지금은 정반대로 꿈 거지가 된 것이다. 꿈도 없는데 ‘또 다른 꿈을 위해서(공모 주제)’라니 그런 게 있을 리가 없다. 모두가 꿈을 정하고 목표를 향해 나아갈 때 그저 남들만 바라보며 제자리에 있던 내가 만드는 변화는 달팽이가 움직이듯 천천히 일어나는 거라고 믿고 있다.나는 어렸을 때 소방관이 되고 싶었다. 또 경찰관이 되고 싶었고, 플로리스트(florist·꽃을 공간 분위기에 맞춰 보기 좋게 배열하는 직업), 심리상담사, 바리스타, 선생님, 일러스트레이터,
꿈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내가 나중에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 장래 희망처럼 말이다. 꿈은 누구나 꿀 수 있으며 어떤 것이든지 꿀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꿈 앞에서 모두 같은, 평등한 사람이 된다.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꿈이 없이 살아가는 삶은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그만큼 꿈은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는 중요한 존재다. 우리는 꿈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야 하고 상처가 생겨도 스스로 치유해야 한다. 우리 모두 자신의 노력이 언젠가 자신에게 긍정적인 변화와 희망적인 내일로 다가온다고 생각하기 때
2021년 3월 2일 처음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가 생각난다. 그때는 코로나19가 심각해서 학교에 올 기회도, 친구를 사귈 시간도 없었다. 모두가 어색하고 낯설었던 계절이었지만 설렘만은 크게 느낄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서서히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서 우리에겐 새로운 일상이 자리 잡게 되었다.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갈수록 나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했다. 막 중학교를 졸업한 나에게 고등학생의 삶은 견디기 힘들었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교사의 꿈을 안고 고등학교에 들어온 나였지만, 지친 몸과 마음 때문에 평소 하던 공부도 손에 잘
올해도 여느 해와 비슷하게 550여 편의 작품들이 모였다. 청소년들에게 '나를 쓰다'라는 주제가 큰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청소년들이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었다. 코로나 위기 가운데서 지켜낸 일상들이 다양하게 펼쳐질 거라 기대했는데 단조롭고 피상적 이야기만 나열된 면이 있어서 아쉬웠다. 글들이 전반적으로 사변에 그치고 마는 경우와 과제물 제출하듯이 건성으로 써낸 글들이 많았다.이 현상을 보면서 중등과정에서 미미해져 버린 문예 동아리 활동의 필요성이 절실함을 느꼈다. 기성세대가 보낸 청소년기는 학교 내 문예
나란 무엇일까, 또래 학생들이 스스로에게 많이 하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하지만 그 누구도 그에 대해 확답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곤 했다. 이 질문은 시간과 공간에 제한되지 않았다. 수업시간 선생님의 말씀 중에서도 문득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면 그에 대한 대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비록 집중하지 않는 학생이란 타이틀을 얻었지만 그 덕에 마음에 드는 대답을 얻으면 그걸로 만족했다. 이렇게 얻어낸 가치 있는 대답은 나의 하루에 영향을 끼치곤 한다. 이렇게 행동하는
내가 태어났을 때 축복이라며 외가 쪽 친가 쪽 모두가 기뻐했다고 들었다. 엄마는 첫째라서 바르게 키우고 싶어서였을까?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할 건 다 배운 것 같다.내 기억, 3살 땐 문화센터란 문화센터는 다 신청해서 이것저것 배우고 5살 땐 영어 유치원, 미술, 한자, 피아노 등 정말 많은 걸 배웠다.아기 때부터 너무 많은 걸 배워서일까? 뭐든 빨리 질렸고 흥미도 느끼지 못하고 재미도 느끼지 못했다. 유치원에서 영어로만 대화하다가 초등학교 입학하고 나서야 친구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이 즐겁구나 느꼈고 학교생활이 재미있어졌다.학원은 여
숲의 내음을 사랑하는 아이갈대밭을 지휘하는 아이하늘의 소리를 연모하는 아이 나뭇잎의 이슬 꿀벌의 줄무늬마저그렇게 세상 모든 것들을웃음으로 매료하던 아이야 너에게 건네주려 했던너의 뽀얀 이마에 입 맞추려 했던내 수천 개의 글의 불씨가더 이상 타오르지 않는다 네게 행복이 부질없는 것이라면이 세상에서 행복이란 행복은 다 없어졌으면네게 불행이 달콤한 사탕과 같다면그렇게 모두가 불행했으면 너에게 따뜻한 말이라도하다못해 얼마 남지 않은 온기라도전해줘야 하는데 아이야 나와 춤을 추자음악이 흘러나오면 저 시커먼 관객석우릴 향한 고요한 파랑이 된다
나는 점입니다. 어쩌면 아주 작은책상 귀퉁이의먼지와 같은 나는 점입니다. 끝을 모르는광활한 우주 속의보이지 않는 나는 점입니다. 그래프 위에서나의 좌표를 찾아가는 그렇게 그렇게멈추지 않고어딘지도 모를점을 찾아 바뀌고 바뀌며무한한 좌표 속나의 것을 만드는나는 점입니다./이슬(거제고 2학년)
점심을 먹고 급식실을 나와 중앙현관으로 향한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 3층에 도착하여 왼쪽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 사서 선생님께 인사한다. 현재 시각은 12시 56분. 책을 많이 읽는다거나 좋아한다고는 말할 수 없는 내가 점심시간이 시작된 지 26분 만에 도서관에 와 있는 이유는 도서부 때문이다.오자마자 곧장 북카트를 살펴본다. 만화책이나 전집이 아직 남아 있다면 빨리 온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친구들이 정리 중일 것이다. 두 책들은 정리하기는 쉬우나 그 양이 많아 가장 먼저 정리되기 때문이다. 오
올해 18살이 된 나는, 부산의 문화병원에서 우렁차게 출생했다. 나는 태초부터 불효녀였다. 자연분만을 못하는 상황을 만들어 제왕절개로 세상에 나왔으니 말이다. 언제는 방과 후에 돌려받은 폰을 켜는 것을 새까맣게 잊고 친구랑 놀다 연락이 끊긴 부모님께서 내가 실종된 줄 아시고 온 동네가 시끄러워지기도 했다. 또 태권도 학원을 다니겠다고 얼마나 졸라댔던지 관장님께서 아직 나이도 안 찬 나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주기도 했다. 그뿐인가, 피아노 학원은 6년 동안 다녔으면서 지금 연주할 수 있는 건 젓가락행진곡뿐이다. 외에도 논술학원
제21회 경남청소년문학대상에서 김유희(양산 서창고 2)·류다원(창원여중 3) 학생이 각각 고등부·중등부 대상을 받았다.경남청소년문학대상은 경남도민일보와 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가 주최하고, 경남도교육청이 후원했다. 이번 공모 주제는 '나를 쓰다-내가 남기고 싶은 이야기'로 중등부와 고등부로 나눠 운문·산문 부문에 1인당 1편씩 받아 진행됐다. 올해 550여 편이 응모했으며, 응모 작품들은 주제와 달리 청소년들이 자기를 잘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였다.심사위원들은 "코로나 위기 가운데서 지켜낸 일상들이 다양하게 펼쳐질 거로 기대했는데
시작은 초등학교 역사 시간,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였다."이 동상의 곱슬머리와 매부리코, 턱수염은 통일 신라가 서역인과 교류했음을 보여주고…."그 말에 내가 질문했다."선생님! 왜 곱슬머리가 외국인이라는 증거예요?""그거야 동양에는 곱슬머리가 적잖니."곱슬머리가 적다니? 나는 주변을 살펴보았다. 그러고 보니 내 앞자리, 옆자리, 뒷자리 친구들은 모두 곧게 뻗은 생머리였다.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을 가진 친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보기 좋게 파마한 머릿결이었다. 누구도 나처럼 복슬복슬 튀어나온 머리카락을 지니진 않았다.그때부터 나
나에게 있었던 가장 큰 일 중 하나를 꼽자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인 것 같다. 이별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4월 24일 평범한 아침이라고 치기엔 어머니의 폰엔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짐으로 가득 찬 캐리어. 어머니 혼자 계시지만 시끌벅적한 주방까지 난 그때 직감할 수 있었다. '아, 할아버지께서 많이 편찮으시구나.' 금요일에 우리 집에 오시기로 하셨던 할아버지께서 도저히 갈 몸이 아니시라고 어머니의 말씀이 머릿속을 관통하며 지나가는 듯했다. '얼마나 편찮으시길래…' 이 생각을 하며 주방에 가 어머니의 눈을 마주쳤다. 아침
예쁘다 웃는 게 예쁘다말하는 게 예쁘다손이 예쁘다 웃을 때 휘어지는 눈을 마주할 때마다낮은 목소리를 마주할 때마다예쁜 손을 마주할 때마다유성이 쿵 떨어진다유성은 중력에 이끌려 행성에 들어오는 먼지유성이 쿵 떨어진다우리는 바보처럼 웃었다 '나 자퇴해''그래 잘 지내''잘 가''잘 가' 순간 우린 중력이 가장 센 행성에 서 있었다서로가 서로의 위성이었다 예뻤다. 피고있는 꽃처럼 수줍게 웃는 것도수채화처럼 퍼지는 목소리도당연하듯 따뜻했던 손도예뻤다. 웃을 때 빛내는 갈색 눈동자를 마주할 때마다옆에 앉아 들려주는 예쁜 말들을 마주할 때마다
"와 진짜 덥다. 이런 날 학원 가야 해? 우리 땡땡이칠까?""인정. 근데 우리 저번에도 한 번 그래서 오늘도 그러면 엄마한테 전화한다고 했어…."아직 엄마의 전화를 무서워하던 저학년도 아니고, 고학년도 아닌 4학년, 5년 전의 '나'.초등학교 시험이 아직 사라지지 않아 학원에서 시험 대비를 했다. 그날도 여느 날과 같이 친구 2명과 편의점 앞에서 만나 학원으로 걸었다. 학원은 그다지 멀지 않은 자리에 위치해 8분 정도 걷고 있었다. 11시 48분 아직 수업까지 12분이나 남았다. 지금 들어가면 4시까지 꼼짝않고 앉아서 수학 문제만
큰 바위가 되겠다던 내 마음은돌덩이였던 과거에 머물러 있었지만잔잔한 계곡물에 깎이고 깎여어느새 초라한 조약돌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왜 그렇게 작아졌냐고 물으면 대답할 수 없다.대체 왜 남들은 다 이겨내는 옅은 물살에 저 혼자 아파하는지스스로 이유를 물을 때마다 나는 더 깎여나간다.나는 돌덩이였을 때부터 무르기 짝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큰 바위가 되겠다던 내 마음은조약돌이 되어버린 나를 보고그래, 자갈이 되지 않은 게 어디야중얼거렸을지도 모른다. 숨 한 번 들이킬 수 없는 물속도 꽤 괜찮을 거라며지칠 일도 없으면서 지쳐버린 나를굴러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