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경남청소년문학대상

주최 : 경남도민일보·(사)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
후원 : 경상남도교육청·(주)진해오션리조트·범한산업(주)

올해도 여느 해와 비슷하게 550여 편의 작품들이 모였다. 청소년들에게 '나를 쓰다'라는 주제가 큰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청소년들이 자기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짙었다. 코로나 위기 가운데서 지켜낸 일상들이 다양하게 펼쳐질 거라 기대했는데 단조롭고 피상적 이야기만 나열된 면이 있어서 아쉬웠다. 글들이 전반적으로 사변에 그치고 마는 경우와 과제물 제출하듯이 건성으로 써낸 글들이 많았다.

이 현상을 보면서 중등과정에서 미미해져 버린 문예 동아리 활동의 필요성이 절실함을 느꼈다. 기성세대가 보낸 청소년기는 학교 내 문예 동아리가 인기를 끌었고, 동아리 입회 오디션을 보려고 수많은 밤을 독서와 습작으로 보냈던 시절이 있었다. 전국의 수많은 청소년이 문학을 꿈꾸고 지역마다 연합동아리를 구성해 문집을 만들어내며 열정을 꽃피웠던 그 세대들이 지금은 문단의 주역이 돼 있다. 그러나 교과과정의 변화로 동아리는 입시준비를 위한 실용동아리로 바뀌었고, 인문학은 밀려났다. 그와 함께 문학인들의 연령도 초고령화 시대를 맞았다. 청년문학인의 양성이 절실한 시대이다. 문화강국의 꿈이 여기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그 가운데서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고 문학도를 꿈꾸며 응모해 준 청소년의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먼저 고등부 산문은 '나를 쓰다'는 시제에 걸맞게 자기를 성찰하는 학생들의 글이 이채로웠다. 서창고등학교 김유희의 '일장춘몽'은 세계 안의 자신을 다각도로 성찰하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인다. 특히 옴니버스식 문학 양식을 갖추고, 시작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오랜 시간 훈련한 듯 글쓰기의 힘이 느껴진다. 그 힘으로 좀 더 노력해서 더욱 좋은 글, 더 나아가 작가의 꿈을 가졌다면 마음껏 펼쳐보길 바란다.

중등부 산문은 천진하고 맑은 관점으로 스스로 돌아보는 시선에 따뜻함이 있어 긍정적이다. '도서관'을 비롯한 수상작들은 작은 변화를 섬세하게 읽어내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자신과 사물을 파악하는 감각이 돋보였다. 반면 대다수 작품이 스스로의 감정 상태를 깊이 들여다보거나 고민하지 않고 섬세하게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컸다.

산문에 비해 운문은 응모작이 훨씬 많았다. 다양하고 천진난만한 학생들의 이야기가 경쾌하게 담겨 있어서 읽는 재미는 있었지만, 시라기보다는 일기 형식을 벗어나지 못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시의 씨앗이 잘 여문 수작들이 있어서 다행스러웠다.

이번 공모전에서 가장 아쉬움이 많았던 분야가 고등부 운문이었다. 응모편수도 적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는 데 있어 삶의 진솔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작품이 많았고, 시로 만들어 내는 시도도 미숙해서 좀 걱정스러웠다. 무엇을 꿈꾸고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방향이 모호한 세대의 특징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청소년들의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는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으뜸작으로 뽑은 '좌표'는 자신의 내면을 좌표 위에 놓고 구심점을 찾고 성찰하며 나아가고자 하는 문학적 시도가 돋보여서 수상작으로 뽑았다.

문학은 시대를 반영한다. 청소년문학상이 우리 시대 청소년들의 삶을 진단하고 기성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통로로서 기능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학교 내 문예 동아리가 활성화돼 문학청소년들이 많이 배출될 수 있는 교육과정을 기대한다.

◇심사위원장 = 박덕선 ◇심사위원 = 이상익, 하정구, 김순아, 정선호,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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