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경남청소년문학대상

주최 : 경남도민일보·(사)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
후원 : 경상남도교육청·(주)진해오션리조트·범한산업(주)

점심을 먹고 급식실을 나와 중앙현관으로 향한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 3층에 도착하여 왼쪽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오른쪽에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가 사서 선생님께 인사한다. 현재 시각은 12시 56분. 책을 많이 읽는다거나 좋아한다고는 말할 수 없는 내가 점심시간이 시작된 지 26분 만에 도서관에 와 있는 이유는 도서부 때문이다.

오자마자 곧장 북카트를 살펴본다. 만화책이나 전집이 아직 남아 있다면 빨리 온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다른 친구들이 정리 중일 것이다. 두 책들은 정리하기는 쉬우나 그 양이 많아 가장 먼저 정리되기 때문이다. 오늘은 아쉽게도 딱히 보이지는 않는다. 그럼 어쩔 수 없이 서너 권씩 책을 골라 도서관 오른편에 있는 책장으로 향한다. 이때 보통 도서 번호가 비슷하거나 가까운 것들끼리 모아 가져가는 것이 좋다. 한 권을 위해 끝 책장에서 반대편 끝 책장까지 가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도서 번호를 살펴보며 정리를 하다 보면 어느덧 시계가 1시 10분을 가리킨다. 그 후에는 잘못 정리된 책이 있는지 확인하며 다시 정리하다 1시 20분쯤이 되면 활동이 끝나고 도서관을 나온다.

내가 도서부를 시작한 것은 2학년 때였다. 학년이 바뀌며 도서관에서 새로운 도서부를 모집했고 그저 호기심으로 신청하여 면접을 보았는데 합격하여 도서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2021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1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도서관에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새로운 사서 선생님께서 오셨고 도서관 옆 게시판도 달라졌다. 또 신간이 들어오고 낡고 오래된 책들을 폐기하며 책들과 그 위치에도 변화가 있었다.

이렇듯 도서관의 모습이 이전과 변함없이 그대로인 것은 아니었지만 그 속에서도 달라지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도서관'이었다. 북카트 위에는 익숙한 책들이 매번 올라와 있었고, 책을 정리하고 있을 때면 점심을 다 먹은 친구들이 들어와 책장에 꽂혀있는 책들을 보며 소곤소곤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부분이 책을 빌려 교실로 돌아갔지만 도서관 왼편에 있는 책상에 마주 보고 앉아 독서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그 옆에서 귀찮다는 표정으로 학원 숙제를 하는 모습 역시 자주 볼 수 있었다. 공부하려고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한 책상에 모여 서로 문답을 해주거나 작년 시험지를 풀고 있는 광경은 돌아오는 시험 기간마다 벌어지곤 했다. 내게 도서관은 매번 새로우면서도 늘 친숙한 공간이었고, 그 특유의 변치 않는 분위기는 미묘한 안정감을 풍겼다. 3학년이 된 후 찾아온 갑작스러운 변화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갈팡질팡하던 때, 그 부드러운 향기는 내 곁에서 변함없이 가만히 머물러 주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서관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변화는 책이 바뀌는 것이다. 도서관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는 책이고, 그런 책이 바뀌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우선 세상에 있는 수많은 책들 중 들여올 책들을 선정해야 하고, 책이 오면 모두 도서번호와 분류표를 붙여 신간 도서로 정리해야 하며, 다시 새로운 신간이 들어오면 그 책들은 도서관의 책장 속에 하나씩 제자리를 잡는다. 또 정기적으로 오래되었거나 망가진 책을 폐기하는데 이 역시 쉬운 작업은 아니다. 폐기할 책들을 전부 꺼내고 조금씩 나눠서 노끈으로 묶어 폐기해야 한다.

여태껏 변화가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기에 알고 있으면서도 매번 익숙함을 좇고 과거에 매달리며 현재를 외면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져 자책하곤 했다. 그러나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걸 나는 도서관에서 깨달았다. 앞서 말했듯이 도서관의 책이 바뀌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나를 둘러싼 것들과 내 안의 무언가가 바뀌는 데에는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리겠는가. 물론 아직 이 사실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으나 그것 역시 '변화'를 대하는 나의 변화의 일부이므로 이런 내 모습을 인정하려 한다. 그저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날 칭찬해 주고 싶다.

/류다원(창원여중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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