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회 경남청소년문학대상

주최 : 경남도민일보·(사)한국작가회의 경남지회
후원 : 경상남도교육청·(주)진해오션리조트·범한산업(주)

나란 무엇일까, 또래 학생들이 스스로에게 많이 하는 질문이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하지만 그 누구도 그에 대해 확답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오래전부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곤 했다. 이 질문은 시간과 공간에 제한되지 않았다. 수업시간 선생님의 말씀 중에서도 문득 질문이 머릿속에 맴돌면 그에 대한 대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비록 집중하지 않는 학생이란 타이틀을 얻었지만 그 덕에 마음에 드는 대답을 얻으면 그걸로 만족했다. 이렇게 얻어낸 가치 있는 대답은 나의 하루에 영향을 끼치곤 한다. 이렇게 행동하는 것보단 저렇게 행동하는 건 어떨까? 평소와 다른 뉘앙스로 대답하면 또 어떨까? 라는 생각에 매순간을 변화해 나가는 모습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된다.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은 틀에 박힌 생각이다. 단순한 것은 더욱 단순하게 복잡한 것은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을 추구할 가치가 있는 것일까? 형식과 전통, 판단함에 있어 중요하게 작용된다. 하지만 틀의 기준이 애매해진다면? 예시로는 외모가 있다. 또래 학생들은 외모를 중요하게 여긴다. 마르고 예쁜 얼굴, 오똑한 코와 쌍꺼풀 있는 눈을 흔히 예쁘게 생각한다. 인스타그램을 조금만 찾아도 나오는 수많은 잘난 사람들을 보며 날 낮춘다. 개성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봐도 #04를 붙인 언니보다 한없이 낮아 보인다. 열심히 나를 가꾸어 봐도 거울에선 단점만 눈에 들어온다. 나란 무엇일까라는 정의를 내리기 전에 나는 누구인가를 찾는 게 먼저인 것 같다. 나는 누구인가. 하루에도 수없이 되뇌는 질문이지만 죽기 직전까지 가져갈 질문 덩어리이다.

나는 누구인가. 고등학교 새 학기에 들어서 가장 많이 했던 질문이다. 코로나로 인해 반의 인원은 매번 들쑥날쑥하였고 그 가운데에서 1년을 함께 보낼 친구를 찾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인상이란 사람에 대한 기억을 바꾸곤 한다. 새 학기의 첫인상은 공부만큼이나 중요하다. '공부를 잘하는, 얼굴이 예쁜, 성격이 밝은 혹은 조용하고 내성적인' 그 첫인상을 위해 '나'를 가꾸어 본다. 남들이 좋아하는 모습, 남들이 인정하는 모습과 같은 이미지를 위해 나를 접어두곤 한다.

그렇다면 가꾸어진 나는 과연 만족스러울까. 거울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생각한다. '나는 왜 이렇게 뚱뚱하지? 나는 왜 이렇게 눈이 작고 코가 낮을까?' 한 가지의 단점을 보완하여도 계속하여 단점들만이 눈에 비춰진다. 결국 가꾸어진 내 모습은 만족스럽기는커녕 또 다른 나의 단점들을 찾게 된다. 수도 없이 반복하여 얻은 결과물은 과연 '남들의 시선'엔 만족스러울지 몰라도 반복의 과정에서 상처받은 육체와 정신은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건 힘들다. 예뻐해 주긴커녕 눈에 들어오는 단점을 가리기 바빴고, 사랑해 주긴커녕 남들보다 스스로를 더욱 미워했다. 무의식 속에서 사람들의 급을 나누고 위치를 정하다 보면 나 자신을 챙길 시간이 없었다.

스스로에게 내린 위치에 맞추어 꾸며진 나를 받아들이는 건 무척이나 쉽다. 동경하던 사람과 견주어 봐도 만족스러울 정도니까.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먼저, 나의 장점을 찾는다. '난 낯을 많이 가리지만 그만큼 사람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해' '나는 성실함이 부족하지만 맡은 일에선 책임감이 강해 끝을 보는 편이야' 등의 장점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장점을 찾다 발견한 단점으로 인해 또다시 난 누구일까, 난 왜 이렇게 부족한 걸까의 부정의 굴레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두세 개의 장점을 발견하였다면 그것을 칭찬하여 준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들은 남들이 칭찬할 수 없다. 사소한 부분까지 다 알고 있는 내가 나를 칭찬하여 줘야 한다. '오늘도 수고했어, 내일도 열심히 하자!' 등의 긍정적인 말을 자신에게 건넨다.

마지막으로 단점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누구나 단점을 드러내기 꺼려한다. 나의 좋은 모습만, 나의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단점마저도 마음속 깊이 접어 넣어 둔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과정에선 숨겨둔 단점들을 꺼낼 필요가 있다. '난 눈이 예쁘지 않아', '난 공부를 잘하지 못해' 마음속 담아두었던 단점들과 스스로에게 한 칭찬들을 연결하여 본다. '난 눈이 예쁘지 않지만 입술이 예뻐', '난 공부를 잘하지 않지만 운동을 잘해'와 같이 무작정 나를 비난하는 것이 아닌 내게 주어진 장점들을 꾸며줄 수 있게 연결한다.

이로 인해 서툴게 던진 칭찬들로 마음은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 처음에는 다소 어렵겠지만 수도 없이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의 모습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모습은 상처받고 힘들었던 흉터들이 아물어져 새살들이 돋아나고 있을 것이며 전보다 안정된 마음으로 날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갖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있는 그대로의 날 받아들였다면 이제 내가 누구인지 생각할 때이다. 나는 누구일까, 비록 서툴고 부족한 나지만 언제나 성장할 가능성을 가진 나는 누구일까.

/강한나(김해중앙여고 1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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