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의사라는 직업이 참 좋다

"내 친구가 ○○가 좋다고 그러던데요." "이웃 사람은 수술 다음날 바로 뛰어다니던걸요."

어떤 일을 하는 데 있어 주변 경험담은 중요한 참고가 된다. 다른 사람의 체험기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게 도와준다.

그래서 쇼핑을 할 때도 인터넷을 통해 후기를 꼼꼼히 살피게 된다.

하지만 정형외과 전문의인 창원 힘찬병원 안농겸(44) 병원장은 환자 입에서 "내 친구가"라는 말이 나오면 한숨을 내쉰다.

"환자들은 대략적인 증상이나 수술 후 상처 모습이 비슷하거나, 심지어 같은 병원에서 수술받아 같은 입원실에 누워 있으면 질환명도, 환자 상태도 같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병명이 다를 수 있고 환자마다 상태와 경과가 다 다릅니다. 절대 주변 이야기에 혹하지 말고 주치의와 상의하세요."

로봇 만들고 싶었던 소년, 의사 되다

경북 예천이 고향인 안 병원장은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가 초등학교 교사셨는데, 숟가락도 없이 결혼하셨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자식들에게 많이 투자를 못하셨죠. 학창시절엔 공학도가 되고 싶었습니다. 휴머노이드(로봇)를 만들고 싶었죠. 하지만 고지식한 집안 분위기와 경제적인 문제 등으로 아버지가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못 가게 하셨습니다."

의사로 꿈을 바꾼 것은 고등학생 때였다. 당시 선생님이 권했다. 어린 마음에도 로봇을 개발하려면 최고 인재가 모인 곳에 가야지, 지역 대학에서는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로봇 제작'을 꿈꾸던 소년은 의학도가 돼 대구 영남대로 진학했다.

"의대에 가서 한편으로는 부모님께 감사하게 됐어요. 의학 공부가 적성에 맞아 공부하다 보니 의사가 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턴으로 근무할 때 남들은 편한 과를 선호했지만 저는 바쁜 응급실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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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농겸 창원 힘찬병원장./김구연 기자

병원에서 며칠씩 지내며 집에 갈 틈도 없는 인턴 생활인데 힘들기로 유명한 응급실이 좋았다니 지독한 워커홀릭(일 중독)일까.

"하하. 그건 아닙니다. 처음 의사 자격증을 따고 인턴이 되면 제일 많이 하는 일이 뭔지 아세요? 심부름입니다. 그런데 응급실에 가면 진찰이나 진료를 할 수 있죠. 그 과정에서 그동안 배웠던 것을 되새기고, 내가 배웠던 지식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게 됩니다. 또 나는 이렇게 진단했는데, 레지던트나 전문의 선생님들을 거치면서 어떻게 바뀌는지도 보게 됩니다. 임상에서 직접 환자를 보면서 고민하고 공부할 수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남들은 보통 응급실에 2개월 있는데, 저는 파견 등으로 5개월 있었네요."

여러 진료과 중에서 정형외과 전문의를 선택한 안 병원장. 정형외과를 택한 의사들은 그 이유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안 병원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언가를 해줬을 때 환자들이 좋아지는 것을 바로 볼 수 있는 게 정형외과의 매력입니다. 예를 들어 뇌출혈이라면 수술을 아무리 잘해도 회복되기까지 오래 걸립니다. 그러나 팔이 빠진 사람은 바로 낫게 할 수 있죠. 흔히 맹장염이라고 하는 충수돌기염은 외과에서는 드라마틱한 경과를 보이는 질환이지만, 어깨가 빠지거나 팔이 부러진 사람의 경과에 비하면 미미하다 할 수 있습니다. 뼈가 부러진 환자에게 깁스만 해주면 멀쩡히 병원 문을 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보람이 큽니다."

서울에 있는 힘찬병원에서 근무하던 안 병원장은 2013년 창원에 분원이 생기면서 경남에 발을 딛게 됐다.

창원 힘찬병원은 의창구 소계동에 있으며, 정형외과, 신경외과, 내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가 있다. 전체 병상은 123병상인데, 지난해 말 포괄간호서비스 병원 선정에 따라 41병상을 보호자 없는 병동으로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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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농겸 창원 힘찬병원장./김구연 기자

당신은 오십견입니다?

전문의의 이야기보다 주변 이야기에 솔깃한 것은 의료계와 거리가 먼 일반인이 아니라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안 병원장은 자신의 어머니 이야기를 꺼냈다.

"어머니가 어깨 통증으로 2년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주위에서 '어깨 통증은 그냥 두면 낫는다'고 하니 그 말만 믿고 진통소염제만 먹었답니다. 아들이 정형외과 의사인데 말도 안하고요. 2년이나 지나서야 왜 낫지 않느냐고 하셔서 MRI를 찍어보니 어깨 힘줄이 찢어져 있어 지난해 수술했습니다."

직장인 중 어깨 통증을 한 번이라도 호소하지 않는 사람은 찾기 힘들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종일 손에서 놓지 않는 현대인들에게 어깨 통증은 보다 빈번하다.

안 병원장은 '일반인에게 도움되는 건강 상식' 이야기로 '어깨 통증', 그중에서도 많이 알려져 있는 '오십견'을 꼽았다. 어깨 통증이 흔해 생활에 크게 지장이 없으면 스트레칭 몇 번 하고 넘겨버리는 사람이 많다. 오십견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십견이 꼭 50세에 걸리는 게 아니라는 것은 이제 많은 사람이 알고 있다. 그래서 어깨가 아프면 30~40대라도 "내가 벌써 오십견인가"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오십견은 다섯 오(五), 열 십(十), 어깨 견(肩)을 뜻합니다. 50세라고 하면 옛날에는 노년층에 가까웠지만, 요즘은 청년이라고 할 수도 있죠. 옛날에는 노인들 어깨 아픈 것을 오십견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사회 활동을 많이 하는 층에서 생기는 질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유착성 관절낭염' '동결견'이라고 합니다. 동결견이란 어깨가 얼어서 굳어버렸다는 뜻인데, 어깨가 잘 움직이지 않을 때 통칭해서 말합니다."

오십견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은 많다. 나이가 들거나 어깨 충돌증후군·석회화건염 등 거의 모든 어깨 질환이 오십견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오십견은 그 자체로 병이 되기도 하지만, 다른 병의 결과로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원인이 뭔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당신은 오십견입니다'라는 말은 '당신은 기침입니다'라는 말과 비슷합니다. 감기라는 질병에 걸려 기침이라는 증상이 나오는 것이죠. 질병보다는 증상으로 보고 유발할 수 있는 질병을 밝혀 치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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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농겸 창원 힘찬병원장./김구연 기자

어깨 운동 많이 한다고요?

기침만큼이나, 아니 직장인에게는 기침보다 더 흔할 수 있는 어깨 통증. 병원에 갈 만큼 생활에 지장이 있지는 않지만 틈틈이 발생하는 통증은 신경 쓰이고 괴롭다. 어떻게 예방할 수 있을까.

"주로 문제는 항상 같은 자세로 일하는 겁니다. 컴퓨터를 할 때 자세를 생각해보세요.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늘어뜨리게 되죠. 자세가 안 좋으면 며칠 안 돼서 어깨 통증이 생깁니다. 어깨를 뒤로 젖혀 바른 자세로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컴퓨터 작업보다 더 안 좋은 것으로 안 병원장은 스마트폰을 꼽았다.

"쪼그리고 앉아서 잔뜩 웅크리고 같은 자세로 30분 이상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컴퓨터보다 더 나쁠 수 있죠. 특히 아이들은 성장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정형외과적인 문제뿐 아니라 사회성 결여, 뇌 발달 영향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어깨 통증 예방을 위한 답이 '바른 자세'라는 것을 대부분 알고 있지만, 알면서도 지키기 쉽지 않다. 뭔가 다른 방법은 없을까. 안 병원장은 어깨 스트레칭을 권했다.

"어깨는 생활 속에서 잘 쓰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어깨 운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가만 살펴보면 그렇지가 않아요. 잘못 알고 있는 겁니다. 운동을 많이 한다는 데 어깨를 안 움직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깨를 안 움직인다고? 상체를 조금만 움직여도 어깨는 같이 움직이는 게 아닐까? 안 병원장은 운동하는 모습을 잘 보라고 했다. 여기서 지켜봐야 할 것이 팔꿈치 위치.

"팔꿈치가 어깨 위로 올라가면 어깨를 움직이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고 아래에서 왔다 갔다 하면 이건 팔과 손목을 쓰는 것이지 어깨를 쓰는 게 아닙니다. 팔꿈치가 어깨 위로 올라왔다 내려왔다 해야 어깨 운동이 되는 겁니다. 생활 속에서는 빨래를 널 때 말고는 어깨를 거의 쓰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가족 모두 나서서 했던 빨래 또 하면서 한참 동안 빨래를 널 수는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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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농겸 창원 힘찬병원장./김구연 기자

안 병원장은 오십견 예방 특효약으로 '기지개'를 추천했다.

"손을 깍지 낀 상태에서 뒤집어 팔을 머리끝까지 올리세요. 매일 아침 이 동작을 하면 오십견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팔이 머리끝까지 안 올라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통증으로 팔을 올리다 멈출 때, 오십견이 시작된 겁니다. 어느 정도 올라갔다가 멈추는 경우는 단기간에 치료가 가능하지만 보통 팔을 들 수 없는 지경이 됐을 때 치료하려고 하죠."

어깨 통증, 6개월 지나면 그냥 낫는다?

어깨 통증에 대한 속설은 많다.

그중 '오십견은 6개월만 지나면 그냥 낫는다'는 말이 있다.

안 병원장은 이 말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고 했다.

"책에도 단순한 오십견은 저절로 낫는 병이므로 아플 때 진통소염제나 물리치료 등 보조적인 치료만 하면 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원인이 있을 경우 그걸 모르고 자가치료나 민간요법만 하고 있으면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근육이 굳어서 아픈 것이므로 많이 쓰면 낫는다'는 주변 이야기에 더 써서 결국 힘줄이 파열되거나 '옆집 누구는 팔을 잡아당겼더니 나았다더라'며 따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통증의 원인은 다양합니다. 다른 병과 헷갈리는 환자가 많죠. 제발 '누구는 ○○해서 나았다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따라하지 마세요."

저염식으로 건강한 다이어트

안 병원장이 자신의 건강관리법으로 강조한 것은 식습관이다. 젊을 때는 스쿼시 등 격한 운동도 좋아했다. 그런데 운동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위한 가장 기본은 '건강한 식습관'이라고 설명했다.

"거창하게 챙기는 건 아닙니다. 저염식을 하죠. 하루 나트륨 양을 줄이려고 합니다. 아침은 우유와 감자, 고구마, 과일 등을 먹고 점심은 병원에서 먹습니다. 저녁은 야채나 단백질인 육류를 소금 치지 않고 먹습니다."

안 병원장은 그 효과로 체중이 줄었다고 밝혔다.

"식습관을 저염식으로 바꾸니 체중이 4~5kg 빠졌습니다. 무리해서 체중 조절을 하면 도리어 건강을 해칠 수 있는데, 이건 그렇지 않습니다. 그전에 내 몸에 있던 근육이 남아 있는데 지금은 체중 감소로 하중에 여유가 있으니깐 이런 상태로 운동을 하면 몸에 무리가 안 갑니다. 하지만 보통은 체중 조절을 위해 운동을 하니까 무리가 가서 뼈나 근육을 다치게 되죠."

담배는 40대 들어 끊었다. 담배의 나쁜 점이야 의사인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술은 완전히 끊지 못하고 건강을 위해 줄였다고. 자신을 위해서는 물론 가족을 위해서도 이제는 건강을 챙겨야 할 때임을 부쩍 느끼고 있다.

후광 보이던 아내와의 만남

안 병원장은 미혼 시절, 연애나 사랑이 크게 마음속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선을 많이 봤지만 어느 순간 '내가 진정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지 못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적당하고 무난하면 결혼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차에 인턴 끝나고 군의관 시절인 27~28세 때 아내를 만나게 됐다.

"첫 만남은 평범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만났을 때 완전히 반해버렸습니다. 머리 뒤에서 후광이 보였습니다. 이 여자를 놓치면 평생 마음에 드는 사람을 만나지 못 할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완전 매료됐죠."

그렇게 경상도 남자와 서울 아가씨의 연애는 시작됐다.

"우리가 결혼하기까지 장모님 영향이 컸습니다. 장모님은 아내가 20대가 되자 원하는 사윗감을 마음속에 그려놓으셨더라고요. 출신지, 건강 상태, 덩치, 나이 등 이상형을 정해놓으셨죠. 거기에 제가 딱 들어맞았답니다. 듬직하고 믿음직한 경상도 사위를 얻고 싶었다고 합니다. 아내와 데이트할 때 장모님이 몰래 나와서 저를 보고 가기도 했답니다. 저를 무척 마음에 들어 하셨죠. 막강한 지원군이셨습니다."

바쁜 레지던트 생활 속에서 육아는 아내의 몫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아들과 아내의 친밀감은 컸다. 창원 힘찬병원으로 옮길 때도 가족은 서울에 두고 안 병원장만 이사했다. 하지만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 옆에 아빠가 꼭 있어야 하는 시기구나' 하는 점을 깊게 느꼈다. 그래서 지난해 말, 가족들이 모두 창원으로 이사했다. 아무런 연고도 없고 친구 하나 없는 곳으로 이사하는 것은 아내에게 큰 결심이었다.

안 병원장은 아내와 아이의 적응을 돕고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매일 퇴근하면 서둘러 집으로 가서 가족들과 오롯이 시간을 같이 보낸다.

의사라서 참 다행

창원 힘찬병원은 농어촌 의료봉사를 많이 다닌다. 1년에 16~20회에 이른다.

"찾아가는 방문 진료는 힘찬병원 이사장과 교감이 돼 진행하고 있습니다. 병원에는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등 다양한 사람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병원이 잘 되고 근무하는 사람들이 생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병원을 찾아주는 환자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죠. 그런데 의료 서비스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교육과 의료는 평등해야 합니다.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을 찾아 수술 예후를 살피고 운동이나 생활습관 조언 등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병원 차원이 아니라 안 병원장의 개인적인 먼 훗날 꿈도 의료봉사이다.

"나이가 들면 외국을 많이 다니면서 의료 봉사를 하고 싶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개업한 2년 선배가 있는데 한 달씩 의료 봉사를 다닙니다. 제 롤모델이죠. 의사로 살고 있어서 다행이다 싶어요.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요. 아직 어린 제 아들이 좀 더 자라 사춘기가 되면 다른 사람들과 같이 사는 게 어떤 것인지 보여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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