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대해, 개성공단에 대해 너무 모른다"

설 연휴가 끝나가던 지난달 10일.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빌미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하다고 하는 로켓 발사를 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쏟아붓는 자금줄을 막겠다는 것이었지만, 국민적 동의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그보다는 한반도 긴장 심화와 남북 경색국면이라는 부작용만 커지고 있다.

11일, 지난해 1월 창원에 개성공단상회 경남대리점을 연 송성기(52)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할 때까지는 우리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결정·발표한 상황이었는데, 인터뷰를 마치고 보니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남측 인원을 추방하면서 자산은 동결한 것으로 상황이 바뀌어 있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에도 여전히 이와 관련된 상황은 진행 중이어서 실제 독자들이 이 글을 읽을 때쯤이면 상황이 어떻게 변해있을지는 전혀 예측할 수 없다.

그저 흥분이 가라앉고 한반도 평화 정착 프로세스가 가동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길 기대할 뿐이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최악의 자충수"

남한 자본·기술과 북한 토지·인력이 만난 지 10년, 개성공단 제품 직영 매장이 국내 처음으로 창원에서 문을 열었다. 지금까지 개성공단 제품은 대기업 브랜드로만 만날 수 있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대우백화점 정문 앞에 개성공단 직영점을 연 송성기(51) 개성공단 전문 판매점 '한국상사' 이사. "모든 국민에게 개성공단 '빤스'를 입히는 게 목표"라는 그를 만나 첫 직영 매장의 의미, 앞으로 계획 등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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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일호 기자

지난해 1월 16일 <경남도민일보> 1면에 보도됐던 송성기 대표 인터뷰다. 당시 임시 개점했던 매장은 지난해 7월 정식으로 개장했으며 나름대로 주변에 이름을 알려가던 중 날벼락을 맞은 셈이 됐다.

"개성공단을 폐쇄한 것은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악의 자충수라고 봅니다."

송 대표는 인터뷰 시작단계에서부터 몇 가지 이유를 들면서 '하수'라는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가장 먼저, 너무 큰 위반을 했습니다. 2013년 6개월간 개성공단 운영이 중단됐다가 재개되면서 정세와 무관하게 계속 운영하겠다고 합의했는데 그 약속을 어긴 것이지요. 이 약속은 국제사회가 다 알고 있는 약속이었습니다."

우리 정부의 '가동 중단'이 결국은 '공단 폐쇄'로 이어지고 남·북간 경색국면과 긴장 고조를 불러올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였다.

"회복하기는 상당히 어려울 것입니다. 솔직히 국민 저항이 엄청나게 거세면 (되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 봐서는 상당한 저항이 있을 것 같긴 합니다. 당장 정기섭 개성공단 기업협회 대표는 물론이고 상당수 언론에서도 '이것은 정치적 목적이 있다. 총선을 앞두고 북한을 이용한 대북 몰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어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의 울분도 전해줬다.

"정부 발표가 있고 나서 여러 곳에서 걱정하는 전화가 많이 옵니다. 그중에서도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가 보내준 문자가 참 아프게 느껴집니다. 우리가 개인이 이사할 때도 한두 달은 기한은 주잖습니까. 그런데 사흘 만에 철수하라면서 철수할 인력도 못 들어가게 하는 것은 너무 혹독한 거라더군요. 지금 우리 정부가 어떤 프로그램을 가졌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장 설비는 고사하고, 재고나 원자재도 아마 다 가져 나오지 못 할 겁니다."

이 예측대로 정확히 들어맞았다. 인터뷰가 끝나고 회사로 돌아오는 차에서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남측 인원을 추방했으며 자산은 동결했다는 뉴스를 들었다.

"퍼주기라고? 엄청나게 퍼 오고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개성공단이나 북한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모릅니다.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 열에 아홉은 개성공단에서 만든 속옷을 입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줄을 모르죠. 뭐 사실, 나도 이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잘 몰랐어요. 이 일을 하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 사람들하고 얘기도 나누고 하면서 알게 된 게 참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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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일호 기자

그랬다. 지난해 1월 그를 인터뷰했을 때 그는 두 가지 목표를 제시했었다. "우리 국민 모두에게 개성공단에서 만든 '빤쓰'를 입히는 것"과 "개성공단을 국민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다. 얼마나 성과를 거뒀을까?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만 모아서 판매하다 보니 매장을 방문한 소비자들께 자연스럽게 개성공단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더라고요. 얘기하다 보면 정말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이미 자기가 입고 있는 옷이 개성공단 제품인데도 자기는 절대 그런 옷 안 입는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많아요."

그가 아는 개성공단과 알리고 싶어 하는 개성공단은 어떤 것일까?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기본급이 월 73.48달러입니다. 한국 돈으로 대충 1달러에 1000원으로 계산하면 74만 원도 아닌 7만 4000원 정도예요. 달러로 지급하고 있지만 우리 기업 회계기준으로는 한국 돈으로 지급하는 거잖아요. 잔업에 특근, 밤샘까지 하면 넉넉잡고 200달러 정도 지급한다고요. 평균으로 따지면 한국 돈으로 월 12만~15만 원 정도 지급하는데 이런 얘기하면 아무도 안 믿어요."

임금이 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실 그 정도인 줄은 처음 듣는 얘기였다.

"한 식품회사는 작년 일본에 20만 세트를 수출했답니다. 그 업체는 개성공단에서도 규모가 제일 작은 정도인데 북한 노동자 35명을 고용하고 있다더라고요. 수출 물량과 납기를 맞추고자 근 한 달을 잔업 특근에 밤샘까지 해가며 공장을 가동했는데 한 달 동안 임금으로 지급한 돈이 600만 원이었답니다. 그 사장이 그러더라고요. '개성공단에 가지 않았더라면 수출 못 했을 거다. 도저히 인건비를 맞출 수가 없다'는 겁니다. 작년 말 홈쇼핑에서 6000세트를 완판했답니다. 3월에 재판매하려고 한참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게 뭐하자는 건지 원망스러울 수밖에요."

그러면서 개성공단은 북한 퍼주기가 아니라 남한 퍼 오기라고 말했다.

"우리 기업이 북한에 1을 '퍼준다'면 우리 기업은 30을 '퍼 온다'고 보면 됩니다.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들어가는 달러는 연간 1억 달러 정도입니다. 1000억 원 수준이죠. 하지만 우리 기업이 퍼 오는 것은 수조 원입니다. 2013년에 6개월 정도 공단이 잠정 중단 됐던 적이 있었죠. 재가동한다고 했을 때, 입주기업 가운데 단 한 군데도 빠지지 않고 전부 재가동했습니다. 정말 우리가 퍼주고 있다면 무엇하러 그 위험한데 기업하러 가겠습니까. 김진향 카이스트 교수는 북한 노동자 한 명이 한 달간 기업에 60만 원의 부가가치를 주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최고로 많이 받아가야 임금 20만 원도 안 되는데 그만큼 우리가 퍼 오고 있다는 겁니다."

"대북 제재 효과? 턱도 없는 소리"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핵무기와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드는 비용 조달을 막을 수 없다고도 말했다.

"2013년 통계이기는 하지만 북한의 대외 교역 규모는 73억 달러에 이릅니다. 1억 달러 수준의 개성공단 가동을 막는다고 대량살상무기 개발 비용을 조달하지 못한다고 한다면 참 우스꽝스러운 주장이죠. 오히려 개성공단을 동결하고 몰수해 중국 기업에 넘겨준다면 훨씬 더 많은 달러를 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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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일호 기자

실제로 북한은 인터뷰한 11일 오후 자산 동결 조처를 했다. 몰수와 중국에 넘겨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남한에 공장을 맡겨 두는 것보다는 따로 활용하는 것이 북한에는 더 이익이라고도 말했다.

"북한 인건비도 그렇게 싸지는 않아요. 단지 개성공단이 그렇다는 거죠. 중국 옌볜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 기본급이 월 300달러 정도입니다. 74달러와는 비교되지 않는 수준이죠. 개성공단에 중국 공장 유치하면 그만큼 더 많이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바로 나오지 않습니까. 터 닦아서 공장 짓고, 북한 노동자를 숙련공으로 만들어서 이제는 사장이 공장에 가지 않고 팩스로 작업지시서 하나 보내놓으면 깔끔하게 일 처리할 만큼 됐는데 북한으로서는 남한 기업 몰아내고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중국 기업 유치를 생각할 수도 충분히 있지 않겠어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 정부의 외교적 무능과 대북 정책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낸 데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번 북한이 4차 핵실험 했을 때 우리 정부가 취한 조처라는 게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였습니다. 아니 핵실험을 했다는데 고작 할 수 있는 게 확성기로 심리전이나 펼치는 거라니 말이 됩니까? 사실 우리나라가 북한에 취할 수 있는 조처라는 게 금강산하고 개성공단밖에 없었다는 거죠. 이미 금강산 관광은 폐지됐고, 이번에는 개성공단 가동 중단입니다. 북한을 압박하겠다고 그리했는데, 북한이 전혀 아프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떡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결국, 제재 효과는 전혀 못 거두고 우리 기업만 죽이게 될 겁니다."

실제로 북한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에 대해 공단 폐쇄로 응수했다. 그에 더해 개성공단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남·북 간 군 통신과 판문점 연락 통로까지 폐쇄한다는 강수를 들고 나왔다.

"'상호 존중' 정신은 어디 갔나?"

이제 남·북 간에는 어떠한 공식 대화채널도 존재하지 않는다. 남아있다면 각자가 자국 TV 방송이나 휴전선 확성기로 일방적으로 외치는 게 고작이다. 한국전쟁 휴전부터 7·4 남북공동성명이 나오기까지와 비슷한 냉엄한 시절이 다시 시작됐다는 의미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있었던 7·4 남북공동성명부터 최근까지 남북한이 합의하거나 공동성명을 낼 때면 어김없이 들어간 말이 '상호 존중'입니다. 빌미는 북한이 제공했다고 하지만 항상 그것을 깨는 쪽은 또 우리 정부였단 말입니다."

그랬다. '자주'니 '민족'이니 '우리 민족끼리'니 해도 가장 우선 되는 개념이 '상호 존중'일 수밖에 없다. 상대를 실체로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는다면 대화고 협상이고 공동성명이고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개성공단도 그렇게 상호 존중 정신을 담아 현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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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일호 기자

"6·15 공동선언 이후 개성공단이 시작됐습니다. 2004년 본격 가동됐는데요, 그전에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는데 앞서 말씀드린 기본급 책정에 관한 겁니다. 당시 우리 정부는 기본급을 200달러 수준에서 시작할 복안을 갖고 북한과 접촉했답니다. 그런데 당시 김정일이 50달러를 제시했다는 거예요. 우리 복안에서 4분의 1로 줄인 거죠. 남측 기업이 잘 돼야 남북한 간에 화해와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고, 제대로 된 경제협력 모델이 나와야 앞으로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리했다는 겁니다. 사실, 북한이 개성공단 관련해서는 양보한 것이 많아요. 지금 개성공단 자리는 북한군 포병부대가 있던 곳입니다. 이곳에서 쏘는 장사정포는 수도권 전체가 사정거리에 들어가죠. 서울에 1분에 수천 발씩 장사정 포탄이 떨어지는 것을 상상해 보세요. 그런데 공단 짓겠다고 그 부대가 5~15㎞ 후방으로 물러났습니다. 거꾸로 생각해보세요. 우리 포병부대가 남북 경협한다고 휴전선에서 5~15㎞ 후방으로 물러날 수 있을까요? 북한에서도 엄청난 군부 반발이 있었지만 그렇게 했어요."

북한 문제에 관한 한은 모든 게 조심스러워졌다.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는 빨갱이 종북세력으로 내몰리는 엄중한 시절로 퇴행했기 때문이다. 자칫 송 대표의 이런 얘기가 그렇게 몰릴 수 있다는 우려를 말했더니 대체로 동의했다.

"말 한마디 삐끗 잘못하면 그렇게 되는 세상 아닙니까. 하지만 최저임금 얘기나 북한 포병부대 얘기는 내 얘기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다 알고 있는 얘기잖아요. 그런데도 그 말이 사실이냐 아니냐를 떠나 북한을 이롭게 하는 말이라면 죄다 종북이고 빨갱이가 되는 세상이죠. 개성공단도 그래요. 사실 객관적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가 북한에 이만큼 퍼주고 있다. 대신 우리는 이만큼 퍼 오고 있다. 이렇게 얘기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래야 이번 개성공단 가동 중단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북한을 이롭게 하는 것인지, 국민이 판단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도 구체적인 실상은 전혀 알리지 않고 '북한에 퍼주고 있다'고 주장만 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물가에도 악영향 미칠 것"

어쨌거나 개성공단상회 경남대리점을 개점하면서 투자도 했을 터인데, 손해는 보지 않았느냐고 물어봤다.

"뭐 조금 투자하긴 했고 계속 물건 가져와서 팔고 했으니 손해를 보긴 하겠지만 그렇게 크지는 않으리라고 봅니다. 그보다는 그곳에서 공장하는 기업하고, 그 기업에 납품하는 하청업체 손해가 막심할 것입니다. 하청업체 규모는 보는 사람에 따라 3000개에서 많게는 6000개까지 언급되는데요, 그들이 입는 피해에 비하면 나는 손해 본다고 말도 못 할 처지입니다."

지금 지구 경제는 어디고 할 것 없이 불황에 허덕이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124개를 포함해 3000~6000개 중소기업이 도산 위기로 내몰린다면 한국 경제에도 큰 주름이 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송 사장은 그에 더해 생활물가도 걱정했다.

"북한 싼 임금으로 제품을 생산해서 대기업에 납품하면 대기업이 물건을 싸게 팔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개성공단에서 상품이 공급되지 않으면 베트남이나 인도 같은 데로 생산공장을 돌리게 될 거잖아요. 문제는 그런 나라 임금이 북한보다 훨씬 비싸다는 겁니다. 대기업이 그런 쪽으로 물량을 돌렸을 때 생산비가 더 많이 드는데, 자기들 이윤을 줄일까요? 아니면 소비자가격을 인상할까요? 당장 눈에 띄게 물가가 오르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멀리 보면 점차 가격이 올라갈 것입니다."

인터뷰 이후에 있었던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 16일 국회에서 개성공단 가동 중단-폐쇄에 관련된 연설을 하기로 14일 결정했다. 무슨 얘기를 할지 궁금하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을 통해 지급된 달러의 70%가 핵무기 개발 등에 전용됐다는 증거가 있다고 발표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는 더 큰 문제를 불러 일으킬 소지가 있다. 우리 정부가 그러한 사실을 일찌감치 알고 있었다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어서 심각한 외교 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가 인제 와서 알게 됐다면 우리 정부의 대북 정보력이 얼마나 형편없는 것인지를 보여준 것에 불과하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피해가 수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 대책이라는 게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라거나 세금 납부 유예 등 죄다 미뤄준다는 것만 있고 보상해준다거나 깎아준다는 얘기는 아예 나오지 않고 있다.

개성공단을 지렛대 삼아 중국이 대북 경제제재에 나서거나 최소한 동의하고 함께할 수 있겠다는 우리 정부 노림수와는 달리, 중국은 사드 배치 문제로 우리 정부와 갈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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