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붉게 물드는 해질녘. 수십만 마리에 달하는 새들이 한꺼번에 하늘을 날아오르며 군무를 펼친다. 마치 한 몸인 것처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야말로 장관이다. 그런데 단 한 마리도 부딪쳐 떨어지는 새가 없다. 군무가 끝나고 밤이 되면 먹이를 찾아 수십 킬로미터를 이동한다. 가창오리다. 전 세계에 분포하는 가창오리의 대부분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난다. 지금부터 가창오리의 비밀을 밝혀본다.

1. 가창오리란 이름은 어떻게 붙여진 걸까? 꽤 독특한 이름인데…

가창오리란 이름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가장 독특한 설은 거리의 창녀란 해석이다. 머리 부근에 보이는 화려한 태극무늬가 거리를 지나는 남성들을 유혹하기 위해 화려하게 화장한 창녀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 설이다. 학명이 'Anas formosa'인데 'Anas'는 '오리'라는 뜻이고, 'Formosa'는 '아름다운, 매혹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아름다우면서 매혹적인 오리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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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창오리가 우리나라에서 처음 발견된 곳이 경북 달성군 가창면이라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대규모 저수지와 간척지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가창오리의 특성으로 미루어볼 때 신빙성이 떨어지는 설이다. 여름을 나면서 새끼를 키우는 가창오리의 고향은 러시아 바이칼 호수 근처다. 그곳에서는 작은 물오리란 뜻으로 '바이칼 틸(Baikal teal)'로 불린다. 북한에서는 얼굴에 노란색과 녹색이 조합된 태극무늬가 있다 해서 태극오리 또는 반달오리로 부른다. 자세히 보면 정말 오묘한 태극무늬가 들어있다. 천적인 맹금류들 눈을 혼란스럽게 하기 위해 진화한 결과라고 한다.

2. 가창오리는 대부분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하던데, 세계적으로도 아주 귀한 오리인가?

전 세계 가창오리 중에서 90%에 달하는 거의 대부분의 가창오리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낸다. 1920년대까지는 한국, 중국, 일본에서 흔하게 관찰되었는데 흉년이 들고, 대규모 사냥으로 인해 엄청난 수의 가창오리가 희생을 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국제자연보존연맹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고 우리나라 환경부에서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해서 보호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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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먹이는 주로 어떤 것을 먹나?

주로 논에 떨어져 있는 볍씨를 찾아 먹는다. 밤 시간을 이용해서 먹이활동을 하는데. 낮 동안에는 큰 호수에서 휴식을 취하고 해가 지는 저녁 무렵에 먹이가 있는 장소로 이동해서 먹이를 먹는다. 20킬로미터에서 30킬로미터까지 떨어진 곳으로도 날아가서 먹이를 찾는다. 수십만 개체에 달하는 대규모 무리가 같이 다니기 때문에 평야 지대나 큰 인공 간척지 주변에서 주로 관찰할 수 있다.

4. 가창오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화려한 군무다. 왜 하늘로 날아올라 군무를 보이는지? 군무는 어떤 방식으로 보여지는지?

가창오리가 보여주는 군무는 노을이 질 때쯤 약 15분간 볼 수 있다. 수십만 마리가 한꺼번에 날아오르는 모습은 지상 최대의 장관을 연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직접 보면 몇만 마리씩 나뉘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이리저리 춤추듯 이동하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또 회오리를 치는 것처럼 한쪽 방향으로 돌면서 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날면서 내는 소리도 보는 이에게 엄청난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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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꺼번에 수십만 마리가 하늘로 날아오르면 부딪쳐 떨어지는 녀석들도 많을 것 같은데?

마치 괴물 형상처럼 춤을 추면서 자유자재로 방향을 바꾸는데도 단 한 마리도 떨어지는 녀석이 없으니 기적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하다. 자기들끼리 간격을 30센티미터 정도 유지하면서 시속 100킬로미터 속도로 날아가서 먹이를 찾으니까 거의 기적에 가깝다는 표현을 쓰는 것이다. 서로 부딪치지 않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생존 본능에 따라 옆에 있는 동료와 부딪치지 않으려는 배려심 때문이라고 한다. 사실 부딪쳐서 날개를 다치는 순간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6. 예전엔 주남저수지에서도 제법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어떤 곳에서 주로 볼 수 있나?

 예전엔 주남저수지도 유명한 가창오리의 월동지 중 하나였다. 주변 환경이 바뀌거나 훼손되면서 최근에는 보기가 어려워졌다. 지금은 멀리 금강하구에서부터 서산 천수만, 고창 동림저수지, 영암군 영암호, 해남 고천암호 같은 곳에서 수십만 마리 군무를 볼 수 있다. 이번 겨울에는 대부분 전북 고창에 있는 동림저수지에서 겨울을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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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수십만 마리가 뭉쳐 다니면 조류 인플루엔자나 전염병 위험이 클 것 같은데…

왜 수십만 마리가 한꺼번에 몰려다니는가에 대한 비밀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먹이를 구할 수 있는 곳이 줄어들었기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예전에 비해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는 의미다. 난개발로 인해 논은 줄어들고 먹이 구할 수 있는 곳도 적어진 것이다. 지금도 사람들의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수많은 야생동식물들이 위협을 받고 있다. 가창오리의 경우는 전 세계 개체수 대부분이 한반도에서 겨울을 나기 때문에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되거나 전염병에 걸리게 되면 한꺼번에 폐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분산해서 월동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하는데 쉽지는 않다. 나부터, 우리부터 과도한 욕심에서 벗어나 함께 살아가는 야생동식물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져나가야 하겠다.

겨울이 길다고 느껴질 때, 무료한 일상에서 벗어나고플 때. 훌쩍 가창오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추천한다. 인간의 눈으로 볼 땐 아름다운 군무지만 야생의 눈으로 보면 치열한 몸부림이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고 돌아오는 여행이었으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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