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있어 오르는 산은뒷동산마저도 노동이다계절은 어김없이높은 산에다 일거리를 만들어 놓았다바람이 불어도 눈보라가 휘몰아쳐눈, 코, 귀 모두 꽁꽁 얼쿠워도높은 산 일은기다려 주지를 않기에귀 막고 코 막고뻬꼼히 눈만을 내놓은 채 노동을 한다배낭 속의 주먹밥이 얼음덩이가 되었어도시장기는꾸역꾸역 목구멍을 넘는다오전에 늘어놓은 줄이땡땡이 얼어 일상을 거부하는 고집이다시린 손 호호 불며우찌 우찌 하루해는서산에 누우려니더 이상은겨울바람과의...
신정열(60) 단장은 말수가 적었다. 천막생활 할 때의 얘기를 하면서도 마치 남의 얘기를 하듯 담담한 어조로 짧게 얘기할 뿐이었다. 옆에 있던 단원은 “술 마시모 말씀도 잘하시멘서…”라며 답답해했다.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묵묵히 이겨내고 비로소 나누는 행복에 정착한 신 단장은 마음 맞는 이들과 술 한 잔 기울이며 시름을 떨치는 평범하고 따뜻한 우리의 이웃이었다.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해오름...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향산리(香山里)에 가면 석가명차(石佳茗茶)라는 차 가게가 있다. 갖은 차와 차도구를 주로 판다. 차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들은 여기 모두 있다 해도 된다. 중국에서 수입한 차들이 많고 그 가운데서도 보이차가 많은데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중국차와 보이차를 많이 즐기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보통 중국 보이차라 하면 매우 비싼 줄 안다. 그런데, 여기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보이차 가격 거품을 빼다장사를 ...
기자는 기사를 통해 대중에게 사실과 의견을 전한다. 그 과정에서 언론윤리를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생기면 누군가에게 아픔을 줄 수도 있다. 기자가 바라보는 다른 기자의 모습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우리는 독자에게 정직한 글을 쓰는 것이 당연하고 이는 독자가 기자들에게 전하는 신뢰라는 의미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기자가 다른 기자를 신뢰하고 나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달라는 경우는 어떨까.그 역시 나에게는 한 사람의 독자이고 존중해...
요즘 모래판에서 가장 핫한 스타는 단연 정경진(27·창원시청) 선수이다.정경진은 지난주 열린 추석장사씨름대회에서 통산 4번째 백두장사 타이틀과 함께 올 시즌 3개 대회(보은장사, 청양단오, 추석대회)를 연속으로 제패하며 씨름판 최강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였다. 민속씨름 중량급에서 3개 대회 연속 우승 기록이 나온 것은 지난 1983년 이만기(인제대 교수) 장사의 5개 대회 이후 꼬박 20년 만이다.스타 부재에 속을...
진주여성민우회(대표 강은주)는 1996년 창립했다. 이후 진주지역에서 여성의 정치사회적 활동과 인권 향상을 위해, 새로운 인식 개선을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정치 활동을 해왔다. 현재 진주여성민우회는 지역 내 저변 확대를 위해 부설 기관으로 성폭력상담소(소장 정윤정) 소장, 행복중심 생협(이사장 신소희), 지역아동센터 해야해야(시설장 진선명)를 두고 있다. 이중 소모임 활동은 400여 명의 회원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어 ...
울퉁불퉁 돌기를 보면 사람들은 먼저 ‘도깨비 방망이’를 떠올린다.이렇게 괴상하게 생긴 것을 어떻게 먹을 수 있을까 싶지만, ‘식물 인슐린’이라고 알려져 있어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여주’ 이야기다. 오이와 비슷하게 생겨 ‘쓴오이’라고도 한다. 일본에 관심 많은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음 직한 ‘오키나와의 고야’가 ...
도넛츠 장수 임미진(46) 아지매“우리 집 유명한 게 이 찹쌀 도넛츠라예.”도넛츠 맛이 아주 좋아서 그걸 먹던 심봉사가 눈이 번쩍 뜨였단다.도넛츠를 직접 만들어 파는 미진 아지매는 동생들의 도움으로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이제 1년 남짓이다. 여동생은 20년 동안 장사를 하고 있다.“처음에는 하나도 할 줄 몰랐는데 이제는 꽈배기도 잘 만들어예. 아침마다 하니까.”커다란 기름솥이 좌...
생선 골목에서는 이기 있어야제수산물 생선골목이었다. 길 한가운데 리어카를 세워두고 바가지로 무언가를 퍽퍽 퍼내고 있었다. 그 앞에 아지매 서너 명이 줄을 서고 있다.리어카 안에는 희고 반짝이는, 자잘하고 굵은 조각들이 가득하다. 소금인가?“아재, 이기 머시라예?”“보면 모리것소. 얼음 아이요.”아, 생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좌판에 까는 얼음이었다. 아재는 매일 오전 11시경이면 시...
“옛날에 여게는 전부 바다였제. 일제가 여길 메꾼 걸 해방되고나서 더 메꿨다아이가. 우리 어렸을 때는 농사도 못 짓는 쓸모없는 땅이었제. 그러다가 갈데없는 사람들이 하꼬방을 지어서 살고, 묵고 살라꼬 장사하고…그래가꼬 이리 된 기라.”서호전통시장으로 가기 위해 근처 통영항에 주차를 하다가 만난 김한길(79) 노인. 노인은 근처 미륵도와 도남동 등지에서 평생을 살았다며 오래전 기억 창고에서 주섬...
아버지·박무상(61) 아재“물메기와 건대구를 가장 많이 취급합니다. 철마다 조금 다르지만, 정치망 멸치 경매장에서도 싣고 오고…. 요기 아래 있는 도천공판장에서 활어 선어 패류 마른 것도 다합니더. 12월엔 엄청 바쁩니더. 인자 날이 치버지면 거제 외포에 가서 대구 경매 봐와서 꾸득꾸득 말려서 판다 아입니꺼.”박무상 아재는 멸치 등 생선은 생물보다 말린 것이 국물을 낼 때 훨씬 깊...
‘원조시락국’…10시간 냉장 뷔페식 반찬통찾았다! ‘서호시장 시락국집’. 이미 인터넷에서 유명한 집이다. 서호시장에는 시장골목 북쪽으로 시락국골목이 있다. 그 첫머리에 있는 집이 ‘원조시락국’이다.좁은 식당 한가운데 길게 반찬통들이 열을 지어있다. 그 반찬통을 사이에 두고 또 길게 탁자가 놓여있고 의자가 놓여 있다. 뷔페식에다 손님들이 나란히 바에 앉...
지난 달 ‘맥을 짚는 사람들’ 인터뷰이였던 동화한의원 허부 원장이 선뜻 한 사람을 추천했다. 허 원장은 “나보다 이야깃거리가 훨씬 많을 거요”라고 했다. 허 원장이 말한 이는 제가한의원(창원시 의창구 팔용동) 정용욱(46) 원장이었다. 그는 인터뷰에 흔쾌히 응하겠다고 했다. 그에 대한 사전조사에 들어갔다. 흥미로운 부분이 눈에 들어왔다. ‘한의학 전자문헌’을 만들...
국명 : 고려엉겅퀴학명 : Cirsium setidens (Dunn) Nakai추석 연휴 전날 전국자연환경조사 담당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정부에서 세금이 줄어 10월부터 조사비용 지급이 중단된다는 소식이었다. 아무리 세금이 줄어도 그렇지 1년간 책정된 연구비조차 삭감한다니 돈이 없는 나라 걱정을 해야 되나, 연구비부터 중단하는 정부를 원망해야 되나. 어쨌든 예정된 조사를 9월안에 모두 마감해야 연구비를 지급할 수 있으니 빨리 ...
10월 4일 오후 2시. 하동군 화개면 의신 마을에 있는 반달곰빌리지체험관에 30여 명의 사람이 모였다. 전남 순천에서, 거제에서, 창원에서 남도 곳곳에서 모여든 사람들이다. ㈔자연치유관광포럼 경남지부가 6개월 한 학기 총 2학기 교육과정으로 마련한 ‘지리산자연치유학교’가 개강한 것이다. 이날 오후 1시께 의신 마을에 도착한 나는 앞서 10월 2일 진행했던 인터뷰에서 미진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취재하고 싶었...
함안군 칠원면 운곡마을에 가면 깨끗하게 잘 보존 되어 있는 돌담집 10여 채가 있습니다.기술자의 손을 빌리지 않고 집주변에서 주워온 제각기 다른 모습의 한 돌들을 쌓아 올려 직접 지은 집들입니다.앞마당에는 감나무가 있고 대문을 나서면 논밭이 있습니다.가을 추수가 끝나면 집 앞 논밭은 놀이터가 되었습니다.아이들은 짚으로 만든 공을 차며 하루 종일 들판을 내달렸죠.잔치가 있는 날은 돼지 오줌보가 짚으로 만든 축구공을 대신하는 호사...
“충성스런 신하는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 충성스럽지 않는 신하는 아무리 재능이 많고 공적이 빼어나도 훌륭하다고 볼 수 없다. 풍도(馮道)가 재상으로서 다섯 왕조와 여덟 성(姓)을 섬긴 일은 나그네가 객방을 스쳐 지나가는 일과 매한가지다. 아침에는 서로 원수였는데 저녁엔 임금과 신하 사이로 변하자, 표정과 말을 바꾸면서도 부끄러워 한 적이 없다. 큰 절개가 이랬으니 설사 그가 착한 일을 몇 가지 했다고 한들 어찌 ...
최근 경남 미술계에 좋은 소식이 생겼다. 한국화가 김경현(49)의 ‘그 어느 날의 대화’가 제3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구상부문 대상을 받았다. 경남에서는 통영 출신 화가 김형근(83)이 1970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이후 두 번째다. 제32회 대한민국미술대전 구상부문에는 총 826점이 응모 됐다. 이 중 수상작은 대상 1점, 최우수상 2점, 우수상 8점, 평론가상 4점 등 총 262점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세계 음악시장은 크게 미국, 유럽, 일본으로 삼분된다. 기타 시장이 있긴 하나 이 세 곳에 비하면 아직 미미하다. 그래서 음악깨나 하는 사람은 세 곳을 일차 타겟으로 삼는다. ‘돈 되는’ 음악소비자가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지금은 다소 형편이 나아졌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 오는 유명 외국 아티스트는 일본공연이 주목적이었다. 한국은 기획사들이 남는 시간에 끼워 넣는 &lsqu...
일본 음식이 몰려오고 있다. 주로 서울 등 대도시에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일본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를 비롯해 스시 전문점, 이자카야(일본식 선술집) 등이 시내 중심가를 ‘점령’해나가고 있다고 한다.창원 상남동과 마산 창동 등 경남 주요 도시를 둘러봐도 요즘 새로 생기는 곳 중엔 유독 일본 음식점이 많은 듯하다. 작은 규모의 이자카야부터 스시·참치·오뎅·우동·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