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꾼들 한 끼 식사나 새참으로 ‘불티나요’

도넛츠 장수 임미진(46) 아지매

“우리 집 유명한 게 이 찹쌀 도넛츠라예.”

도넛츠 맛이 아주 좋아서 그걸 먹던 심봉사가 눈이 번쩍 뜨였단다.

도넛츠를 직접 만들어 파는 미진 아지매는 동생들의 도움으로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한 지 이제 1년 남짓이다. 여동생은 20년 동안 장사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하나도 할 줄 몰랐는데 이제는 꽈배기도 잘 만들어예. 아침마다 하니까.”

커다란 기름솥이 좌판 뒤에 놓여 있어 아지매가 직접 튀겨내는 것으로 짐작되었다. 좌판 위에는 모찌, 꽈배기, 찹쌀 도너츠 등 빵 종류는 딱 세 가지. 이 중에서 찹쌀 도넛츠는 젊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갈 정도다. 공갈빵처럼 부풀린 커다란 빵 속에 팥으로 된 속(일명 앙꼬)이 들어있다. 찹쌀 도넛츠는 의외로 부드럽고 고소했다. 젊은이들만이 아니라 나이 든 어른들이 먹기에 더 좋을 만큼 달콤했다.

/권영란 기자

미진 아지매는 매일 새벽 5시에 나와서 오후 5~6시까지 장사를 한다.

“다른 동네 빵보다 우리 빵이 좀 커요. 맛도 있고. 새벽에 나오는 사람들이 밥을 먹고 나오겠어예. 출출할 때 이것 두어 개만 먹으면 속이 든든해지거던예. 매일 15Kg 반죽하는데 점심시간 지나면 거의 다 팔아예. 주말이나 휴일에는 평일보다 2.5배 정도 더 팔리고예.”

오전 11시 쯤 되었는데 남아있는 빵은 얼마 되지 않았다.

“오늘 것도 벌써 다 팔린거라예?”

“이 집은 벌써 다 팔았는데 머시.”

미진 아지매와 나란히 자리를 하고 있는 사람은 튀김장수 신민서 아지매였다.

튀김장수 신민서(47) 아지매

미진 아지매 옆에서 열심히 몸을 움직이고 있다. 큰 대야에 있는 걸 씻기도 하고 옮기기도 하고 그저 말없이 일하고 있다.

“튀김 만들라고 준비하는 기라예?”

“아입니더. 갓김치 만들고 있어예. 팔 끼 아이고 집에서 먹을라꼬예.”

/권영란 기자

어, 장사는? 어리둥절해서 잠시 쳐다봤다.

“오늘 준비한 거는 다 팔았어예.”

벌써? 아직 오전이 지나지도 않았다. 그러고보니 좌판 위가 깨끗이 정리돼 있다. 튀김집이라는데 튀김은 코빼기도 뵈지 않았다.

“오징어, 야채, 해물 등 아침마다 만드는데 금방 다 팔려예. 전날 손질한 것을 5시 나와서 튀기고 있으면 6~7시쯤이면 팔기가 바빠예. 근처 식당하는 사람이나 장사꾼들이 마이 사갑니더. 요깃거리가 되니까예. 매일 한 700개 정도는 만들라나.”

민서 아지매도 이곳에선 새내기였다. 이제 갓 1년 되었다니. 옆 자리 미진 아지매와 얼추 비슷한 시기에 시작해서 이런저런 일 서로 봐주는 동무가 되었다.

생선장수 정금자(56) 아지매

“인자 25년째 생선 장사하고 있지예. 근데 와 자꾸 묻는 기라.”

“시장 자랑이나 재미있는 이야기 찾아다니고 있어예. 마이 알려야 외지 사람들 놀러도 오고 마이 사가기도 할 꺼 아입니꺼?”

금자 아지매는 시장 서편 입구에 갈치, 꼼장어 등이 놓인 좌판을 앞에 두고 사람 좋은 웃음을 띠고 있었다. 자리가 좋으니 장사가 잘 되겠다고 하니 안 좋을 때도 있다며 생선 상인들이 제비뽑기를 해서 돌아가며 자리를 정한다고 했다.

“요새 머시 재미있것노예. 경기도 안 좋다허는데….”

/권영란 기자

“방사능 오염 어쩌고 그러니 생선 사는 사람들이 마이 줄었지예?”

“그란 건 벨로 읍어. … 오후는 한산해도 그래도 아즉 새벽과 아침에는 사람이 많아예.”

금자 아지매는 서호시장은 통영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이고 친절하고 인심도 좋고 최고 시장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장 사람들도 다 그리 이야기하더라고 좀 특별한 게 없냐고 했더니, “아, 그기 참말인데 더 머시 필요하노”라고 크게 웃었다.

마침 손님이 들이닥치는 바람에 인사를 나누는 둥 마는 둥 돌아서 나오는데 뒤에서 금자 아지매가 크게 소리쳤다.

“장사 잘 되고로, 손님들 마이 오고로 서호시장 잘 소개해주이소.”

어패류 장수 이태은(38) 아지매

“울 모친은, 오늘 쉰다꼬 안 나왔지만 40년 넘게 생선 팔았고 내도 모친 때문에 나왔지만 그러고로 인자 4년 됐심더.”

시장 중앙을 지나다가 홍합을 열심히 까고 있는 앳된 아지매를 보았다. 생선 파는 금자 아지매와 이야기를 나눌 때 그 주변 상인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던 사람이다. 아지매라 하기에도 너무 젊어 보이고…. 태은 아지매는 작은 체구에 밝은 표정, 선머슴 같은 활달한 몸짓이 꼭 말괄량이 20대 초반 처녀애 같았다.

“아들딸이 3명인데예. 막내가 7살인데 11살 큰 애가 동생들 챙기고 저그들끼리 잘 있습니더. 그래도 저녁은 내가 챙겨줄라꼬 하니 상인대학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네예. 상인대학도 저녁에 하거든예.”

/권영란 기자

태은 아지매는 생선은 없고 소라, 전복, 새우 등 ‘비늘 없는 것’들만 팔고 있다. 느닷없는 물음에도 차근차근 대답하며 두 손은 놀리지 않고 있다. 홍합 까는 솜씨가 날래기 그지없다.

“단골장삽니더. 인자 날 추워지면 굴 주문이 밀립니더. 주문받아 포장해서 택배 보내다보면 겨울 다 지납니더.”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