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골목에서는 이기 있어야제

수산물 생선골목이었다. 길 한가운데 리어카를 세워두고 바가지로 무언가를 퍽퍽 퍼내고 있었다. 그 앞에 아지매 서너 명이 줄을 서고 있다.

리어카 안에는 희고 반짝이는, 자잘하고 굵은 조각들이 가득하다. 소금인가?

“아재, 이기 머시라예?”

“보면 모리것소. 얼음 아이요.”

아, 생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좌판에 까는 얼음이었다. 아재는 매일 오전 11시경이면 시장 안 수산코너를 한 바퀴씩 돈다고 했다.

“이기 얼만데예?”

“한 바께스에 800원이요.”

아재는 생선 장수 아지매가 가지고 온 양동이에 긴 삽으로 얼음을 채우며 툭툭 던지듯 대답했다. 시장 안에는 상인들을 손님으로 모시는 장사꾼도 있다. 얼음장수 아재며, 비닐봉지 장수 아지매며….

/권영란 기자

시장 상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장사꾼이다.

“얼음이 왔습니더~! 얼음~”

제각각 다른 세 개의 의자

슬며시 웃음이 나왔다. 생선골목을 지나 시락국골목 끝이었을까. 세 개의 의자가 놓여 있다. 모양이 제각각이다. 플라스틱 의자, 나무 의자, 스티로폼 의자.

스티로폼 의자는 원래 의자가 아니었다. 양식장이나 바다 위에 부표로 쓰이는 것이었다. 그걸 이곳 시장 사람들은 동동 겹쳐 묶어서는 의자로 쓰고 있나보다.

산청, 함양 등 산촌지역 시장에 가면 밭일을 할 때 허벅지에 끼워 엉덩이에 달고 움직이는 의자가 있다. 보통 한 개 8000원 정도 하는데, 그것과 모양과 쓰임새가 비슷했다. 다만 이것은 두 개의 줄이 없고, 바닷가 시장 사람들이 버려진 걸 재활용했을 뿐. 궁여지책이 낳은 생활의 지혜였다.

/권영란 기자

야자수 이파리를 이용한 이것!

시장골목을 돌다가 또 슬며시 웃음이 터졌다.

건어물 점포였다. 꾸득꾸득 말린 여러 종류의 생선을 크고 작은 소쿠리에 가격대로 좌악 깔아두었다. 그 위로 삐거덕, 삐거덕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는 이것. 건어물 위로 달려드는 파리나 날벌레를 쫓기 위한 이것은 소쿠리 위에서 어느 정도 수평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돌고 있다.

근데 가만히 보니 그 끝에 달린 것이 야자수 이파리다!

산골 지역에서는 그 끝에 부챗살이나 파리채를 잇대어 사용하기도 했다. 이곳에선 따뜻한 바닷가 지역의 야자수 잎을 바짝 말려서 잇대어 놓은 것이다. 이것 역시 궁여지책이 낳은 생활의 지혜랄까. 경남 곳곳의 시장을 돌다보면 시장 상인들이 이용하는 것에서 ‘지역성’이 나온다.  

/권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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