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은 최초의 계획도시로 우리나라 산업화를 대표한다. 1974년 설립된 창원기계공업공단은 한국을 선진국으로 끌어올린 일등 공신이다. 대기업·중소기업에서 영세기업까지 모두 무대에 올라 자신의 배역을 나름 소화했다. 깡촌이던 창원을 근본부터 새로 구성하여 경남 최대 도시로 탈바꿈시킨 지렛대도 창원공단이다.내년이면 공단 설립 50년인데도 관련 기록은 많지 않다. 산업화와 도시의 역사에서 '신화'로 꼽히지만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기록은 거의 없다. 수치와 도표와 통계가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표정이 살아 있고 체온이 느껴지는 창원공단 이야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저출생 극복과 출산 장려를 위한 정책을 펼쳐 왔다. 쏟아부은 예산만 2006년부터 2022년까지 280조 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학교와 유치원·어린이집은 갈수록 텅텅 비고 이제는 군부대까지 해체·통합되고 있다.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인 0.78명까지 떨어진 것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는 저출생이 그 무엇으로도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를 더 많이 낳도록 하는 정책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대안은 이민밖에 없다. 지금 이대로라면 나라 자체
22년 전, 13년 차 기자 성우제는 장애를 가진 자녀 때문에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한국에서는 아무렇게나 방치되는 장애인을 캐나다에서는 인간으로 살 수 있도록 배려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잘나가는 시사잡지 기자 생활을 접고 월급을 모은 돈과 아파트 판 돈을 갖고 캐나다로 날아갔다.원래 이민이란 게 몇십 년 살아온 자신의 뿌리를 통째 뽑아 옮기는 존재의 결단이다. 그래서 새로 잔뿌리를 내리지도 못한 이민 초기는 새로운 정착과 생존을 위한 고달픈 몸부림의 연속이었다. 그에게는 아이를 제대로 키워야 한다는 뚜렷한 이유
한국전기연구원의 김종욱 수석연구원이 경남도민일보에 연재한 '과학칼럼'을 모아 책으로 펴냈다. 경남도민일보에서 발행한 가 그것이다. 이 책의 메시지는 단순 명쾌하다. 첫째 협업과 배려, 둘째 변화와 혁신이다. 현대의 과학기술은 미리 방향을 정해놓고 발전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하면 인간에게 해악을 끼치는 쪽으로 갈 수 있는데 이것을 막으려면 협업과 배려를 해야 한다. 변화와 혁신도 필요한데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미국과
올해 들어 처음 펴낸 책이 이다. 20대 초반부터 50년 넘게 나눔과 베풂을 실행하고도 정작 당신의 이름은 눈곱만큼도 드러내지 않은 김장하 선생의 이야기다. 커다란 울림과 감동을 안겨주는 내용이어서인지 반응이 뜨거워 한 달 남짓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3쇄를 준비하고 있다.새해 들머리부터 이런 좋은 일이 생기니 책이 나오는 데 작으나마 힘을 보탠 당사자로서 보람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선한 영향력이 나비의 날갯짓처럼 퍼져 나가고 다른 한편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일지언정 빠듯한 신문사 살림에
경남도민일보에서 최근 펴낸 가 호평을 얻고 있다. 초판 1쇄 찍고 보름 만에 2쇄에 들어갔다.김장하 선생은 50년 넘게 나누고 베풀었다. 1963년부터 지난해까지 남성당한약방을 운영하면서 아프고 병든 사람들에게서 벌어들인 돈으로 자신만 호의호식할 수는 없다며 그렇게 실천했다.선생은 진주에서 태동한 백정의 신분 해방을 지향하는 형평운동을 사랑했다. 선생이 형평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을 맡은 것은 100억 원 넘게 들여 만든 명신고교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고 미련 없이 국가에 헌납한 직후인 1993년이었다. 선생은 이런 글
'가고파'의 시인 이은상은 기회주의자였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양지바른 데를 골라 다니며 자신에게 좋은 기회만 좇아다닌 그런 인간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타고난 집안이 금강산 등산을 할 때 가마를 탔을 정도로 부유했다는 것도 그런 생각에 한몫했다.그런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 경남도민일보 출판국에서 펴낸 전점석 작가의 책 을 본 덕분이다.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외눈박이였구나 깨달을 수 있었다. 그는 분명히 경남 마산의 자랑스러운 역사 3.15의거를 부정했고 독재자에게 부역했는데, 그게 마냥 소신 없는 기
경남도민일보에서 를 펴냈다. 치매 어머니와 함께하는 일상을 담은 으로 유명한 전희식 농부의 작품이다. 올여름엔 KBS1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자연의 철학자'로 소개되면서 평소 생각과 말과 행동을 펼쳐보이기도 했다.작가는 습관이 얼마나 힘이 센지 얘기한다. 직접·간접 경험과 상상 속 경험이 쌓여 습관이 된다. 습관이 되면 무엇이든 쉽고 친숙하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습관으로 코딩된 반응이다. 습관은 나이만큼 살아온 삶의 궤적이다.일상을 돌아보면 무심코 하는 행동이 많다. 작정하고 하는 행동은
임나일본부설은 한일 고대 역사에서 뜨거운 감자다. 양국 역사학계가 공동으로 허구라고 결론지은 지 오래지만 일본 자민당과 극우 세력은 고대 한반도 남부를 일본이 지배했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한반도 남부'라 하니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바로 우리 경남을 일컫는다.그들은 그 근거를 에서 찾고 있다. 초대 신무천황부터 제40대 지통천황까지 1360년 남짓을 다루는 일본 고대 서적이다. 여기에 나오는 '임나일본부' 등을 저들이 지금껏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다.물론 일본 우익의 이런 주장은 100% 거짓이다. 한반도의 가야
"노인들을 이해하지 마라. 대신 똑똑히 봐두어라. 너희들이 저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까딱하면 모두 저 꼴 되니 봐주면 안 된다."세상 흐름을 거스르는 철부지 노인들을 향한 느닷없는 죽비소리로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받았던 채현국 선생. 선생은 본인이 여든 노인이면서도 덜떨어진 꼰대 노인들의 옹졸한 시대착오를 거침없이 비판했다. 나이는 노인이지만 마음은 청년이었다.선생이 떠난 지 어느덧 1년 5개월이 지났다. 2021년 4월 2일 영원한 소풍에 들기 전날 당신의 뜻대로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선생의 댁으로 자신을 옮겼다. 목숨을
10년쯤 됐는지 모르겠다. 지역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용의자와 피해자는 가족처럼 친하게 지내는 가까운 이웃이었다. 피해자는 용의자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었고 경찰은 용의자가 빚 독촉을 하다가 살인에 이르렀다고 보았다. 용의자의 창고에서는 피 묻은 옷이 나왔다. 함께 발견된 범행에 쓰였음 직한 도구에는 용의자의 지문도 묻어 있었다.결정적 증거를 확보한 경찰은 용의자를 구속했지만 용의자는 범행을 부인했다. 같이 들일을 하던 피해자가 다쳐서 피를 흘리기에 헌옷으로 닦아주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경찰은 범행 동기가 뚜렷하고 증거도
경남도민일보에서 새 책을 펴냈다. 다. 출판 여부를 결정하는 회의에서 첫 반응은 "진짜가? 영화 이야기 아이가?"였다. 그럴 만도 했다. 원고는 믿기도 어렵고 일어나기도 어려운 일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하지만 당사자가 직접 쓴 육필이고 개별 사건들이 구체적인 데다 상황 논리에도 어설픈 구석이 없었다. 100% 허구가 아닌 것은 확실했다. 죽은 이는 물론 살아 있는 인물까지 실명으로 거론되고 있었다.얘기는 대통령병에 사로잡힌 군인 박정희에서 시작된다. 대통령이 되려면 돈이 필요하다며 사업가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고 걱정이 많았다. 그의 공약과 발언 때문이다. 언론노조를 손보겠다느니 선제타격을 하겠다느니 사드 배치를 하겠다느니 핵발전을 늘리겠다느니 검찰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느니 등등 예사로운 것이 하나도 없었다. 정권 차원 보복 수사는 당연한 것으로 예고됐고 여성이 차별받는 현실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으로 가리고 덮었다. 최저임금제를 손보고 주 5일 노동제를 무력화하고 해고의 자유를 넓히고 중대재해처벌법을 손질하고…에서는 공포스러울 지경이었다.며칠 전까지는 아무리 공약이라도 실행은 않기를 바랐다. 공약이나 발언
올해부터 출판국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갱상도문화학교추진단 단장을 했습니다. 갱상도문화학교추진단에서는 지역의 자연과 역사와 문화에 대한 기사를 쓰고 책도 몇 권 내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지역의 역사 문화 자연 현장을 지역 주민들 특히 학생들과 함께 찾아다니며 느끼는 활동도 많이 했습니다.올해 들어서도 여태까지 해 왔던 이런 활동을 전혀 하지 않게 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새로 출판국장 업무를 맡은 만큼 예전보다 비중이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말입니다. 그러면서 앞으로 더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봤습니다.1월 3일 첫
◇생사고락을 묵묵히 지켜봐 온 노거수8월은 무더웠다. 흙먼지가 풀풀 날렸고 바람이 잦아든 바닷가에는 비릿한 갯냄새가 머물렀다. 길을 걷다가 고개를 들자 멀지 않은 산 중턱에 커다란 나무가 한 그루 눈에 들어와 박혔다. 휘적휘적 올랐더니 마을 들머리 언덕배기에 나무그늘이 짙었다.설천면 진목리 355번지에서 고사마을을 200년 넘게 지켜온 팽나무였다. 아래는 없던 바람이 들판과 마을을 헤집고 다녔다. 골목에서 허리가 굽은 할머니 한 분이 걸어나왔다. 한 손은 지팡이를 짚고 다른 한 손은 뒤춤에 올린 채로 가만히 걸어와 자리에 앉았다.아
◇남해 나비섬의 속내에 담긴 앵강만남해를 하늘에서 보면 날개를 활짝 편 나비 모양을 하고 있다. 오른쪽 위가 창선섬이고 나머지 세 날개는 남해 본섬이다. 접었다 펼쳐서 만든 데칼코마니에서 왼쪽 아래 끝과 오른쪽 아래 끝이 제각각 가천마을과 두모마을을 이루고 있다.가천에서 두모까지 두 날개 사이 옴폭 들어간 데가 앵강만이다. 여기에 홍현·숙호·월포·두곡·용소·화계·신전·벽련까지 모두 열 개 마을이 있다. 이들 마을은 모두 독특하고 개성이 뚜렷하다.산비탈 다랑논으로 유명한 가천, 크고 멋진 마을숲과 석방렴을 갖춘 홍현, 전복으로 이름난
◇의 탄생지 남해지금 남해는 보석처럼 빛나는 자연이 곳곳에 박힌 보물섬이지만 옛날 남해는 외롭고 서러운 유배의 섬이었다. 지금은 1㎞도 되지 않는 남해·노량대교로 육지와 이어져 있지만 옛날에는 배를 타야만 드나들 수 있는 절해고도였다.전통시대 남해에 유배 왔던 사람은 130명가량 되는데 가장 유명했던 인물은 서포 김만중(1637~1692년)이었다. 서포는 한문을 떠받드는 사대부였지만 한글로 쓴 글도 남겼다. 남의 말인 한자를 쓰는 것은 앵무새와 같다고 했을 정도로 주체의식이 뚜렷한 사람이었다.유배를 떠난 아들 때문에 상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2022년 남해군 방문의 해가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남해군은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경상남도의 지원 아래 찾아오는 탐방객과 관광객을 늘리고자 지역을 갈고닦으면서 널리 알리는 활동을 펼쳐 왔다.경남도민일보는 이를 응원하는 뜻으로 연말을 맞아 '내년에 남해로 오시다' 짧은 기획을 마련했다. 이미 잘 알려진 것도 좋지만 그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작고 소소한 것들을 좀 더 찾아보고자 한다.◇노량해전이 벌어진 관음포 앞바다남해 하면 곳곳에 숨어 있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그 못지않
"언론환경이 녹록하지 않지만 지역민을 먼저 생각하면서 신문 정체성을 잘 유지하도록 하겠다." "우리 곁에 경남도민일보가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 더 열심히 해 달라!"지난 25일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후원회원·독자를 위한 2021 가을여행'에서 주최 측과 참가자들이 주고받은 말이다.경남도민일보는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후원회원과 독자들을 위해 이날 행사를 기획했다.지역의 자연·문화·역사를 찾아가는 각종 탐방행사를 10년 넘게 꾸려오고 있지만, 후원회원과 진성독자만을 상대로 가을여행을 시도한 것은 이번 행사가 처음이다.이번 나들이에
국립경주박물관 기마인물형 토기에 대한 표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말 탄 무사를 실감나고 생생하게 나타낸 이 토기는 김해 상징물 가운데 하나다. 김해에서 나온 유물로 전해지기 때문인데, 그런데도 국립경주박물관은 출토지 미상으로 적어 놓았다. 나아가 고향 김해로 반환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눈길을 끈다. 2002년, 2010년과 2017년에도 김해시와 김해시의회에서 요구와 주장이 있었으나 흐지부지되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결실을 맺게 될지 모르겠다.고향을 잃고 떠도는 문화재는 김해 말고도 곳곳에 널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