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 떠도는 국보급·보물급 문화유산
경남 민관산학연 뭉친 상설 조직 필요

국립경주박물관 기마인물형 토기에 대한 표기가 논란이 되고 있다. 말 탄 무사를 실감나고 생생하게 나타낸 이 토기는 김해 상징물 가운데 하나다. 김해에서 나온 유물로 전해지기 때문인데, 그런데도 국립경주박물관은 출토지 미상으로 적어 놓았다. 나아가 고향 김해로 반환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눈길을 끈다. 2002년, 2010년과 2017년에도 김해시와 김해시의회에서 요구와 주장이 있었으나 흐지부지되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결실을 맺게 될지 모르겠다.

고향을 잃고 떠도는 문화재는 김해 말고도 곳곳에 널려 있다. 경남 18개 시군이 같은 처지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먼저 창원은 다호리고분군 출토 유물을 들 수 있다. 통나무널과 옻칠제품 등 2000년 전 초기 철기 시대를 대표하는데도 창원에는 하나도 없다. 진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있고 복제품조차 창원이 아닌 국립김해박물관에 있다. 봉림사지 진경대사탑(비)도 1919년 조선총독부박물관으로 옮겨진 이래 국립중앙박물관 차지가 됐다. 창녕도 만만치 않다. 비봉리 유적에서 발굴된 8000년 전 통나무배를 비롯해 멧돼지가 그려진 토기 등도 국립중앙박물관 차지이고 술정리동삼층석탑에서 나온 청동향로·유리병 등도 거기 수장고에 박혀 있다. 일제강점기 교동고분군에서 발굴한 열차 2량에 우마차 20대 분량 유물도 대부분 국립중앙박물관에 있고 말흘리 유적 향로·금동판·구슬 등도 죄다 가져갔다. 의령에서 출토된 국보 금동연가7년명여래입상도 국립중앙박물관에 들어가 있다. 만든 까닭과 시기가 새겨져 있어 더욱 가치로운 이 고구려 불상은 초라한 모조품만 의병박물관에 남겨져 있다. 함안 말이산고분군의 청동삼환령이나 합천 반계제 고분군의 철제 금은입사 말갖춤 등도 마찬가지 신세다.

고향으로 돌아온 것은 산청 범학리 삼층석탑이 유일하다. 1941년 일본 사람에게 팔리면서 고향을 떠난 이후 조선총독부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 등을 전전하다 2018년 둔철산 자락 원래 자리는 아니지만 고향 가까운 국립진주박물관 앞마당에 세워졌다.

고향을 떠나 타향을 떠도는 이들 유물은 하나같이 국보급 아니면 보물급이다. 고향으로 돌아오면 지역을 대표하고도 남을 훌륭한 문화유산들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있으면 일부는 제대로 평가받지만 대부분은 푸대접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다. 고향 문화재들을 자기가 태어난 본디 자리로 되돌리는 환지본처 운동을 벌여야 하는 까닭이다.

여태까지 경험을 볼 때 해당 시군만 나서서는 되지 않는다. 일회성 요구나 주장으로도 될 일이 아니다. 경남 전체 차원에서 꾸려지는 상설 조직이 필요하다. 민관산학연 등이 모두 나서야 한다. 경남도와 경남도의회가 나서서 재정을 마련하는 등 여건을 조성하고 여론을 이끌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