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혐오 없는 사회적 원칙 지켜져야
캐나다 거울삼아 살고 싶은 한국으로

우리나라는 1990년대부터 저출생 극복과 출산 장려를 위한 정책을 펼쳐 왔다. 쏟아부은 예산만 2006년부터 2022년까지 280조 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학교와 유치원·어린이집은 갈수록 텅텅 비고 이제는 군부대까지 해체·통합되고 있다.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인 0.78명까지 떨어진 것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는 저출생이 그 무엇으로도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를 더 많이 낳도록 하는 정책에만 매달려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대안은 이민밖에 없다. 지금 이대로라면 나라 자체가 소멸하는 단계로 생각보다 빠르게 진입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정치·경제·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선진국이 되면서 많은 나라 사람들에게 살러 가고 싶은 나라로 꼽히고 있다. 문제는 이민 문호 개방이 잘못하면 갈등이나 혼란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데 있다. 차별과 혐오 때문이다. 단일민족이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피부 색깔과 언어·문화가 다른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경향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경남도민일보 도서출판 피플파워에서 펴낸 <캐나다에 살아보니 한국이 잘 보이네>에는 우리보다 앞서 이민의 길을 걸어간 나라의 사례가 담겨 있다. 면적은 한국보다 100배 크면서도 인구는 3800만 명뿐인, 해마다 25만 명의 이민자가 필요한 그 나라 이야기다.

작가는 21년 전 이민을 간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책에는 신청부터 안착까지 이민의 모든 단계마다 정교하게 가동되는 지원 프로그램이 소개되어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눈길이 가는 것은 공존을 위한 원칙이었다. 올림픽 참가국만큼 출신이 다양한 사람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려면 모두에게 공평하게 적용되는 원칙이 필요하고 그 원칙은 어떠한 경우에도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나라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사람을 차별·혐오하면 안 되며 이를 어기면 사회적인 비난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처벌까지 받게 된다고 했다.

최근 거제시의회에서 터져 나온 차별과 혐오 발언이 오버랩되었다. 명색 시의원이 특정 국가 출신 노동자를 '애'라고 표현하며 '침 뱉고 슬리퍼 끌고 거리를 다닌다, 게으르다, 마약을 한다, 관리가 안 돼서 경찰도 손 놓고 있을 정도다' 등의 망언을 쏟아냈다.

우리는 이를 캐나다라는 거울에 비춰봐야 한다. 외국인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는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낳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나라로 향하는 이민자들의 발길을 가로막고 미래 활력을 갉아먹을 수 있는 죄악이라 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정치인이나 고위 공무원들보다는 사회 저변을 이루는 평범한 선남선녀들이 많이 읽기를 바란다. 우리의 미래는 번지레한 정책이나 법령보다는 건전한 상식과 반듯한 관행에 달려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훤주 출판국장

 

 

출판국장 소임을 맡고 있습니다. 도서 제작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관장합니다. 학교와 현장을 찾아 진행하는 문화사업(공연··이벤트 제외)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환경전문기자로서 생태·역사 부문 취재도 합니다. 전화는 010-2926-3543입니다. 고맙습니데이~~~
[출판국에서]아무도 안 했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멀리 오래 떨어져 있어도 잘 보이는 모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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