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풍요에 길들여진 소비 습관
에너지 줄이는 생활로 여유 찾아

경남도민일보에서 <습관 된 나를 넘어>를 펴냈다. 치매 어머니와 함께하는 일상을 담은 <똥꽃>으로 유명한 전희식 농부의 작품이다. 올여름엔 KBS1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자연의 철학자'로 소개되면서 평소 생각과 말과 행동을 펼쳐보이기도 했다.

작가는 습관이 얼마나 힘이 센지 얘기한다. 직접·간접 경험과 상상 속 경험이 쌓여 습관이 된다. 습관이 되면 무엇이든 쉽고 친숙하다. 그러므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은 습관으로 코딩된 반응이다. 습관은 나이만큼 살아온 삶의 궤적이다.

일상을 돌아보면 무심코 하는 행동이 많다. 작정하고 하는 행동은 오히려 적다. 무심코 하는 행동은 대부분 제공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무심코 종이컵 커피를 마시고 무심코 켠 텔레비전에서 무심코 홈쇼핑을 보다가 무심코 상품을 구입한다.

작가는 양손에 움켜쥔 것이 과연 우리가 선택한 것이 맞는지 묻고 있다. 우리가 쥐고 있는 대부분은 생활의 편리와 소비의 풍요다. 양손 가득 움켜쥐는 바람에 다른 것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있다.

작가는 지난 3년 동안 세계를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던 코로나 사태에 주목한다. 물론 이제 대부분 예전으로 돌아갔다. 나라 안팎의 유명 관광지가 붐비고 축제도 넘쳐난다. 지구환경을 악화시키는 지나친 소비가 코로나 사태를 불러왔다는 사실은 벌써 잊었다.

코로나도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더 크고 강력한 코로나가 우리를 덮칠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초기 항공기 등 전 지구적으로 이동이 멈춘 덕분에 대기가 맑아졌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코로나를 넘어서려면 생각과 행동을 바꾸어야 한다. 직진이 아니라 후퇴가 답이다. 택배가 폭증해 교통체증과 대기오염이 심해졌다면 택배 소비 습관을 바꿔야 한다. 물류 전용 드론이나 도로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습관을 바꾸는 데에는 정책과 제도도 필요하다. 소비 습관을 조장하는 행위는 제재해야 한다. 에너지나 상품을 적게 소비하는 습관에는 기본소득을 보장해야 한다. 이를테면 자동차 대신 타는 자전거나 에너지를 거의 쓰지 않는 소농이 대상이다.

도시에 오글오글 모여 사는 데에는 정답이 없다. 밀집은 코로나가 가장 좋아하는 증식 환경이다. 농산어촌으로 흩어져 드문드문 살아야 좋다. 농촌을 살리는 정책이나 도시보다 시골이 살기 좋도록 하는 대책도 생각해야 한다.

물론 이 책은 물질문명에 대한 경고가 목적이 아니다. 자기계발이 목적이다. 내가 습관을 넘어서면, 자유와 여유도 누리고 코로나 따위도 벗어날 수 있다니! 주제는 묵직하지만 필치가 경쾌하고 유머도 넘쳐난다. 세상을 바라보는 남다른 관점이 그 속에 반짝인다.

/김훤주 출판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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