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사실 바탕에 치밀한 논증 필요
함안 공무원 성씨 추적해 허구성 밝혀

임나일본부설은 한일 고대 역사에서 뜨거운 감자다. 양국 역사학계가 공동으로 허구라고 결론지은 지 오래지만 일본 자민당과 극우 세력은 고대 한반도 남부를 일본이 지배했다고 여전히 주장하고 있다. '한반도 남부'라 하니 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바로 우리 경남을 일컫는다.

그들은 그 근거를 <일본서기>에서 찾고 있다. 초대 신무천황부터 제40대 지통천황까지 1360년 남짓을 다루는 일본 고대 서적이다. 여기에 나오는 '임나일본부' 등을 저들이 지금껏 끊임없이 되풀이하고 있다.

물론 일본 우익의 이런 주장은 100% 거짓이다. 한반도의 가야 고분군과 일본의 고대 유적에 대한 고고학 연구는 왜에 선진문물을 전달한 주체가 한반도인임을 밝혔고 왜의 주인이 한반도인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총, 균, 쇠>로 이름 높은 재러드 다이아몬드도 일찌감치 일본인의 조상은 한반도인이라는 유전학 연구 결과를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도 저들은 "<일본서기>를 비롯한 고대 역사서에 쓰여 있다"면서 일본 국민을 현혹하고 나아가 미국과 유럽에서까지 떠들고 있다. <일본서기>가 근거라고 하니 국제적으로 먹혀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맞서 한일 학계가 합의한 임나일본부설은 허구라는 인식을 일본 대중으로 넓혀나가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성과가 아주 더디게 나타난다는 아쉬움이 있다. 그렇다면 일부 사이비=유사 역사학자들처럼 "<일본서기>는 검토할 것도 없이 인정하지 말아야 하는 허위"라고 떠들면 될까? 당장 속은 시원할지 몰라도 일본 우익들을 제압할 가능성은 없다. <일본서기>에 대한 연구 없이 부정부터 하고 들면 일본 국민은 물론 미국이나 유럽 같은 제삼자도 설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에서 지역의 한 공무원이 <일본서기>의 허구성을 정면으로 파헤쳤다. 별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목소리만 높이는 사이비=유사 역사학자들과 달리 일본 고대 서적을 꼼꼼하게 파고들어 <일본서기>가 거짓으로 얼룩져 있다는 것을 밝혔다.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구체적이고 치밀한 논증이었다.

함안군 가야사담당관인 조정래 작가는 '한 사람이 여러 성씨의 시조가 될 수는 있어도 여러 사람이 한 성씨의 시조가 될 수는 없다'는 자명한 이치에 따라 천황 등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중요 인물의 성씨를 추적했다. 도출된 결론은 거의 전부가 후대인이 조작한 가짜이며 근원은 한반도에서 건너간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20년 넘는 세월을 갈아 넣은 끝에 이런 성과를 이루었다. 물론 처음이다 보니 실수나 착오가 있을 수 있고 잘못도 없지 않을 것이다. 경남도민일보 출판국에서 이번에 발행한 <신찬성씨록을 통해 본 일본 고대 인물의 정체>의 내용이다. 지역 역사를 위해 고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들에 대한 존중은 계속 이어져야 마땅하지 싶다.

/김훤주 출판국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