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균형발전, 지역균형발전, 산업균형발전 등 혼용
국정기획위원회 내 특위는 '국가균형성장특위'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 "용어 변경 논의할 것"

이재명 정부가 ‘균형발전’을 국정 핵심과제로 삼으면서도 정책 관련 용어를 혼용하면서 그 방향성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지방과 중앙 간 과도한 불균형은 이제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수준이다. 수도권 집중과 대기업·계층 중심 성장 전략은 오히려 특권과 특혜를 낳고, 지방소멸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진단하며 정부 정책 결정과 예산 배분에서 ‘지방 배려’를 넘어선 ‘지역 우선’ 기조 전환 방침을 밝혔다.

이런 이 대통령은 한데 이날 회견에서 ‘균형발전’ 관련 정책 용어 여러 개를 혼용했다. 모두 발언에서는 ‘국토균형발전’이라고 언급했지만, 질의·응답 과정에는 ‘지역균형발전’, ‘지방균형발전’, ‘산업균형발전’ 등 용어 사용이 중구난방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대통령의 30일, 언론이 묻고 국민에게 답하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어는 의식을 지배하고 정부 의식은 정책과 제도로 이어진다. 노무현·문재인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대한민국 틀 속에서 지역을 너나 할 것 없이 고르게 발전시키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두 민주당 정부는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 명칭도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명명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지역균형발전’으로 바꿨다. 구체적인 용어 결정 과정은 확인되지 않지만 주목할 만한 언급은 있다. 윤석열 정부 초기 실세였던 고 장제원 전 국회의원은 2023년 부산 출신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지역균형발전이라고 부르는 건 민주당 정부가 써 온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용어를 그대로 쓸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책적 함의를 깊이 설명하지는 않았다. 단순히 전임 정부 정책 용어를 쓸 수 없었기 때문이라면 논리가 빈약하다. 정책 지향보다 ‘정치적 고려’에 중심을 둔 것으로도 읽힌다.

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자치분권위원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를 통합하면서 대통령 직속 자문위원회 이름도 ‘지방시대위원회’로 바꿨다. 두 개 위원회를 통합한 데 따른 새로운 명칭이 필요했던 데다, 윤 전 대통령 국정목표 중 하나가 ‘대한민국 어디서나 잘 사는 지방시대’였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2023년 7월 10일 오후 세종시 KT&G 세종타워에이 빌딩에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현판식을 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위원회가 통합한 지방시대위원회는 향후 5년간 지방시대 국정과제와 지역공약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로서,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균형발전 시책 및 지방분권 과제를 추진하게 된다. /연합뉴스
2023년 7월 10일 오후 세종시 KT&G 세종타워에이 빌딩에서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현판식을 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위원회가 통합한 지방시대위원회는 향후 5년간 지방시대 국정과제와 지역공약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로서, 지방시대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각종 균형발전 시책 및 지방분권 과제를 추진하게 된다. /연합뉴스

현재 이재명 정부는 대체로 전 정부 용어인 ‘지역균형발전’을 차용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용어를 지속적으로 혼용하고 나아가 총리와 국무위원, 정부 부처와 국정기획위원회 같은 공식 기관마저 용어를 혼용하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달 25일 조직 내 국가균형발전특별위원회 명칭을 ‘국가균형성장특별위원회’로 바꾸기도 했다.

정치적 고려를 차치하더라도 정책 용어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정책 지향점이 달라진다. 용어를 확정해 정책 목표를 명확하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 균형발전이라는 큰 정책 틀 앞에 국가, 지역, 국토 중 어느 것이 붙느냐, 또는 발전과 성장 중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정책 생산자와 수요자는 지향과 목표를 인식하게 된다.

민주당 정부 전통대로 ‘국가균형발전’으로 할지, 전 정부 기조를 따라 ‘지역균형발전’을 그대로 쓸지, 성장을 강조하는 현 정부와 국정기획위 기조대로 ‘국가균형성장’으로 할지를 규정하는 것은 정부 정책 지향과 이해도를 높이는데도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13일 세종시청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13일 세종시청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취임을 앞둔 김경수 지방시대위원장 내정자도 이와 관련한 고민을 하고 있다.

핵심 참모는 “김 위원장은 취임과 함께 지방시대위원회 위상과 이재명 정부가 추구하는 ‘5극 3특’ 체제 구축 같은 정책 지향을 새로이 담도록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나설 것”이라면서 “그 연장선에서 위원회 명칭과 정부 차원의 공식 정책 용어 변경도 함께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 방향을 두고는 “아직 정해둔 것은 없다”면서 “국정기획위원회 내 국가균형성장특별위원회를 포함해 여러 전문가와 상징성, 국민 수용성을 종합적으로 논의해 미래지향적인 의미를 담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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