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방식으로 만인의 허를 찔렀던 내란이 종식되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넘었다. 이 기간에도 대한민국은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계속 요동쳤다.내우란 내란 잔당이 끝없이 준동하는 것이고, 외환이란 집요하게 한국을 겨냥한 트럼프의 압박을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듯 대내외 환경이 온통 지뢰밭인데도, 유튜브를 비롯한 뉴미디어에는 ‘민주주의 한국’이 내란을 극복하고 미국과의 관세전쟁에서 오히려 괄목할만한 ‘경제 체력’을 드러냈다며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시각은 정당한 평가일까? 아님 도 넘은 국뽕일까?필름을 124년
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1839~1897)는 1879년에 쓴 에서 경제 발전에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地代)를 소수가 독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무려 146년 전 저작이지만 ‘대장동 사건’으로 떠들썩한 21세기 한국사회를, 손만 대면 천문학적 이익을 낳는 수도권 토지개발을 직접 겨냥한 말로 들린다.땅은 우리 인간이 잠시 살다 가는 장소일 뿐이라고 역설하는 헨리 조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지대’에 100%의 세금을 물리는 ‘단일세(Single Tax)’
경주 APEC이 끝나면서 엔비디아 젠슨 황이 우리나라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GPU 26만 장을 두고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유튜브에는 국민의힘 몇몇 인사가 애초 이재명 대통령이 내건 ‘5만 장 확보 공약’을 엉터리 공상이라며 비웃는 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결과적으로 이들은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셈이 됐는데, 그럼에도 반성 없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또다시 GPU 확보를 폄하하고 있다. 시샘인가? 뻔뻔함인가?컴퓨터 그래픽 처리장치를 말하는 GPU(Grapics Processing Unit)는 이른바 ‘피지컬 AI(인공지능)
의 저자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줄곧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를 설파해온 소장 학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최근 ‘전투적 민주주의’라는 개념을 내놓았다.관용과 제도적 자제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요소라고 말하는 그이지만, 쿠데타 등 민주주의에 대한 현실적 위협에는 강경한 대책으로 맞서야 한다는 게 ‘전투적 민주주의’다.그러나 민주주의가 지닌 폭넓은 스펙트럼을 존중하는 학자들은 이런 견해를 못마땅해하거나 강하게 공박한다. 민주주의란 정치적
나라마다 차이가 있기는 하나, 대체적으로 19세기까지 술을 많이 마신다고 사람을 그렇게까지 비난하는 사회는 적었다. 전통적인 사회에서 음주는 친교를 강화하고 축제를 풍성하게 하는 보편적인 사회행위였다.과음을 용인한 건 아니지만 기독교 종교개혁가인 루터와 칼뱅조차 금주를 주장했던 적은 없다. ‘서민들의 술마당’인 선술집은 그래서 지금도 갖가지 명호(名號)로 음주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하지만, 오늘날 대다수 국가에서 음주를 바라보는 눈길은 싸늘하다. ‘윤석열의 과음’과 같은 특정한 사건이 계기로 작동하기도 하나, 20세기 초 미국의 금
망언(妄言)이란 ‘이치에 맞지 않아 듣는 사람을 어이없게 하는 말’이다. 우리에게 이 단어는 주로 일본 정치인들이 하는 것으로 인식돼있는데, 근래 들어서는 국내발 망언도 그에 못지않은 수준으로 자주 등장한다.망언은 왜 등장하는 걸까? 그냥 누군가가 내키는 대로 ‘씨부리는’ 말일까? 호주 머독 대학교의 리키 커스텐은 일본 정치인들의 발언을 분석하면서, 망언이 등장하는 사회적 맥락을 정확하게 짚는다.커스텐에 따르면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자들은 과거 일본이 진주만과 아시아를 침략한 것이 공격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겨냥하는
범인(凡人)들이 보기에도 좀 수상했다. 기독교계에서 한때 이단으로 불렸던 종교단체들을 일컬어 하는 말이다. 자기들끼리 건강한 신앙생활을 해왔다면, 비록 타 종파와 교리적으로 충돌하는 지점이 있다 하더라도 누가 공개적으로 시비를 걸겠는가?하지만, 그들은 그러지 않았다. 종교적 배타성을 요란하게 자랑하며, 팬데믹 사태 때 그랬던 것처럼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는 일도 아랑곳하지 않았다.작금에 발생한 통일교 사태는 이들이 맞닥뜨린 종착점이 아닌가 싶다. 통일교와 윤석열 정권의 유착은 정교분리를 천명한 헌법을 정면으로 거슬러 특정 종교단체가
한국 극우 집회에 꼭 등장하는 물건이 있다. 집회 상징물인 태극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국 ‘성조기(the stars and stripes)’다. 한편으론 괴기스럽고 한편으론 부끄러운데, 성조기와 미국을 숭배하는 집회 당사자들은 조금도 그런 마음이 없는 것 같다.이들은 미국이 한국전에 참전한 이래로 사실상 한국을 ‘재조산하(再造山下·나라를 다시 만들었다는 뜻)’했다고 믿는다. 작가 박완서는 여기다 미국의 자선(식량 원조)이 식민지적 심리를 강화시켰고, 미국에 대한 한국인들의 충성심을 확고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한다.사대적인 대미 정서
19세기 프랑스 역사가 이폴리트 텐은 1860년대 영국을 관찰한 후 이 나라 지도계급이 지닌 정신적 활력을 높게 평가한 바 있다. 이폴리트 텐이 남긴 기록에 따르면 당시 영국에서는 급진파 리더들조차 지도계급을 긍정하며 텐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귀족계급을 타도하는 것은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 우리는 국가 지도를 그들의 손에 맡겨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나랏일이란 외부 압력이나 이기적 유혹을 물리치고, 자신의 입장을 확립한 사람들에 의해서 수행돼야 한다는 점을 우리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19세기 영국
미국 조지아 현대건설-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우방(?) 미국이 한국의 뒤통수를 제대로 갈겼다. “동맹을 이런 식으로 대하다니!” 곳곳에서 분노가 흘러넘친다.전문직 비자를 제대로 발급해주지 않으면서, 자기들이 요구한 투자를 진행 중인 공장을 급습해 한국 노동자들을 범죄자인 양 연행한 것은 명백한 만행이다. 트럼프는 그럼에도 “이민단속국이 제 할 일을 했을 뿐”이라거나 “한국과의 관계는 좋다”고 딴청을 피운다.최소한의 도리조차 깔아뭉개는 이런 안하무인을 어떻게 평가하면 좋을까? 외견상 트럼프식 국제정치관(觀)은 존 미
계엄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던 전 국무총리 한덕수 씨. 특검이 계엄 과정을 다시 살펴보니 문건을 놓고 계엄 주역들과 머리를 맞댔는가 하면, 계엄에 합법성을 부여하고자 적극적인 역할을 마다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이런 질문이 나올 법하다. "전임 정부에서도 총리를 지내며 고위직을 오래 역임한 분이 왜 민주주의를 짓밟는 일에 이렇게나 앞장섰을까?"답은 자명하다. 한국 근현대사를 보고 겪으며 '기회주의적 처신'이 생존과 영화를 보장한다는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다. 계엄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는 데서 알 수 있듯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빈곤은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가난을 철저하게 '사적(私的)인 문제'로 파악하고 있음을 잘 드러내는 말이다.가난과 같은 사회적 의제가 공적(公的) 영역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으니, 사람들은 기대고 싶은 곳을 찾아 현세적 욕망을 갈구한다. 그 통로가 바로 토착종교로 일컬어지는 무속(巫俗)이다.에서 '심봉사'가 고대하던 딸을 얻어 무속신앙의 대상인 '삼신'에게 비는 말을 들어보자. "동방삭의 명을 주고 석숭의 복을 주어…!"무남독녀 심청이가 무려 삼
예상대로 올여름도 '예상 밖'이다.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찾아드는 이상기후는 이제 어떤 임계점을 넘어선 듯하다.지난 15일과 16일에는 우기를 맞은 파키스탄 북서부에 기습폭우가 내려 순식간에 300명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7월 폭우에 호되게 당한 한국인들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다.세월을 거슬러 가보자. 1315년 부활절이 지나고 넉 달 가까이 유럽에는 큰 비가 내려 파종된 밭이 온통 웅덩이와 진창으로 변했다. 를 쓴 익명의 저자는 그 고통이 얼마나 심했던지 "하느님의 분노가 가해졌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현대 중국 작가 가오양이 청나라 말기 거상(巨商) 호설암의 생애를 그린 소설 에는 뇌물 전달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대목이 나온다.에 따르면 청대 말기 베이징에서 고관대작들에게 뇌물을 주고자 하는 이는 골동품 전문 골목에서 먼저 자문을 받는다. 즉, 어느 고관대작에게 어느 정도의 뇌물을 쓸 것인지를 설명하면, 골동품점 주인은 전문가답게 어느 서화(書畫 )를 선물로 해야 할지 알려준다.물건값을 내면 골동품점 주인은 해당 고관대작의 집으로 가서 그 집에 걸려있는 서화를 구입한 후, 이를 뇌물을 주려는 사람에게
바야흐로 온 세계가 '트럼프병(病)'을 앓고 있다. 이 자는 한편으론 국내 민주주의 질서를 짓밟으면서, 또 한편으론 고율관세를 통해 전 세계를 겁박하는 '신종 깡패 짓'을 시전 중이다.행동은 3류 폭력배가 분명한데, 미국 대통령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으니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폭정을 일삼기는 쉽다. 사람들을 설득하는 데는 기술이 필요하지만, 명령을 내리는 데는 기술이 필요 없기 때문"이라고 한 18세기 프랑스 정치가인 튀르고의 말은 작금의 트럼프를 정확하게 겨냥한 듯하다.6월 14일 워싱턴에서는 미국이란 나라에서 좀체 보기 드
메가뱅크로 불리는 21세기 대형 금융기업과 초대형 교회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몸집을 키우지 않으면 죽는다"는 월 스트리트의 신성한 주문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양자의 관계를 '시장(市場)'이란 앵글로 조명한 신학자 하비 콕스는 이렇게 말한다. "초대형 교회는 새로운 종교 조직형태를 띤다. 이 형태는 분명히 기업 모델을 바탕으로 한다. 담임 목사는 최고경영자 역할을 하면서 전문적인 책임을 맡은 직원을 관장한다. 초대형 교회는 매년 전략적인 계획을 세우고, 십일조를 받기 위해 기꺼이 신용카드를 취급한다. 지난해 교회가
1871년 독일 통일을 완성한 '철혈재상(鐵血宰相)' 비스마르크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단 한 번만이라도 전장에서 죽어가는 전사의 흐려지는 눈빛을 목격한 사람만이, 전쟁을 일으키기 전에 숙고를 거듭한다."전쟁이란 상상할 수 없는 재난을 초래하는 것이기에, 만약 전쟁을 개시하려고 한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고민을 다 쏟아부으라는 말이다.특검 출석을 거부하며 생떼를 쓰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외환(外患)을 유도했다는 정황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특히 비상계엄 유도용으로 보낸 무인기가 북한에 발각됐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박수를
이재명 정부 추가경정예산안이 확정됐다. 곧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지급되고, 개인이나 소상공인의 묵은 빚이 탕감될 예정이다. 그런데 때마다 그랬듯이 이번에도 빚 탕감을 놓고 형평에 맞지 않다거나, 도덕적 해이가 걱정된다는 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역사는 이를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고대 히브리에는 묵은 빚을 없애주는 희년(禧年·jubilee)이 있었다. 서민층을 옥죄는 오랜 빚을 탕감해줌으로써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사회 전체가 붕괴하는 것을 막는 조치였다.구약성서 신명기에는 이렇게 씌어있다. "너희는 일곱 해마다 빚을 탕
폭염이 한반도 전역을 짓누르고 있다. 경제난으로 고통을 겪는 서민들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예상대로 올해 더위도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 같다.기후 변화가 역사 전개의 동인(動因)이라는 건 이제 정설로 통한다. 하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직접적인 인과를 확인할 수 있는 과학지식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단, 재이(災異·재앙이 되는 괴이한 일)를 하늘이 내리는 경고로 해석했던 옛 사람들은,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매우 중요하다는 건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중국 를 보면 한나라 원제 시절 승상(재상, 백관의
세계가 숨죽이며 주목하는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일단 휴전 모드에 돌입했다. 과연 중동의 파고는 가라앉을 수 있을까?추측건대 전쟁이 시작되자 이란 '신정(神政) 정부'는 1980년에 벌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을 떠올렸을 것 같다. 팔라비 왕조를 몰아낸 이슬람 혁명이 성공한 게 1979년, 그리고 이듬해 발발해 무려 8년을 끌었던 게 이란-이라크 전쟁이다.양국 국민을 도탄에 빠트린 것도 문제지만, 이 전쟁은 어린 순교자(?)들을 양산했다는 점에서 씻을 수 없는 비극으로 남아 있다. 전쟁이 터지자 많은 이란 국민은 혁명의 열기에 사로잡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