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방식으로 만인의 허를 찔렀던 내란이 종식되고 새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넘었다. 이 기간에도 대한민국은 ‘내우외환(內憂外患)’으로 계속 요동쳤다.
내우란 내란 잔당이 끝없이 준동하는 것이고, 외환이란 집요하게 한국을 겨냥한 트럼프의 압박을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렇듯 대내외 환경이 온통 지뢰밭인데도, 유튜브를 비롯한 뉴미디어에는 ‘민주주의 한국’이 내란을 극복하고 미국과의 관세전쟁에서 오히려 괄목할만한 ‘경제 체력’을 드러냈다며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시각은 정당한 평가일까? 아님 도 넘은 국뽕일까?
필름을 124년 전으로 돌려보자. 1901년에 나온 조선 개화기 기독교 미션스쿨의 교과서 <유몽천자(牖蒙千字·어린이를 계도하는 한자 학습서)>는 세계의 인종을 다섯 가지로 구별하며 한국인을 황인종인 몽고인종으로 적시하고 있다.
저자인 선교사 게일은 이 책에서 조선인이 심지가 약하고, 진보에 게으르며, 망령된 일을 일삼고, 복술(卜術 점치는 행위)에 몰두한다고 평가하고 있다.
당시 백인들이 조선인을 바라보던 시각을 비판 없이 소개한 것인데, 아직도 한국사회에 남아있는 오리엔탈리즘(서양인이 동양인을 바라보는 왜곡되고 편향된 관념)을 잘 드러내는 표현이라고 하겠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이라면 학창시절 교사들이 어리석고 태만한 학생들을 꾸짖을 때 “야! 이 몽고족속들아”라고 소리치던 광경을 똑똑히 기억할 것이다. 인종에 자기 비하를 담은 몽고족속이란 말은 당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한국인의 자화상’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도저히 그런 몽매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던 한국인들이 이제 K컬처로 세계를 매혹시키며, 독자적인 생태계를 지닌 경제력으로 지구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 상전벽해는 갈수록 위세를 더하고 있다. 자부심과 국뽕의 경계선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할 정도로!
/구주모 경남도민일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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