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숨죽이며 주목하는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일단 휴전 모드에 돌입했다. 과연 중동의 파고는 가라앉을 수 있을까?
추측건대 전쟁이 시작되자 이란 '신정(神政) 정부'는 1980년에 벌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을 떠올렸을 것 같다. 팔라비 왕조를 몰아낸 이슬람 혁명이 성공한 게 1979년, 그리고 이듬해 발발해 무려 8년을 끌었던 게 이란-이라크 전쟁이다.
양국 국민을 도탄에 빠트린 것도 문제지만, 이 전쟁은 어린 순교자(?)들을 양산했다는 점에서 씻을 수 없는 비극으로 남아 있다. 전쟁이 터지자 많은 이란 국민은 혁명의 열기에 사로잡혀 "전쟁 앞으로!"를 외쳤다.
특히 빈민가 청소년들이 더 심했다. 암울한 미래를 전쟁의 환희로 덮고 싶었던 그들은 모스크로 몰려와 자신들을 전선으로 보내 달라고 간청했다.
그러자 정부는 열두 살의 어린 남자아이도 부모의 허락 없이 입대해 전선에 갈 수 있다고 발표했다. 수만 명의 청소년이 이맘(이슬람의 종교 지도자)으로부터 "사후에 낙원에 갈 수 있다"는 약속을 받고 전쟁터로 향했다. 일부는 지뢰를 제거하고자 선봉으로 나섰다가 온몸이 산산조각났으며, 일부는 자살 폭탄 공격조가 되기도 했다.
그로부터 45년이 흐른 지금, 이슬람 신정 정부는 국민에게 어떻게 비치고 있을까? 대다수는 이란 정부를 팔라비 왕조를 대체한 또 다른 독재로 인식하고 있다. 당연히 1980년과 같은 열기와 호응을 기대하긴 어렵다.
그렇지만, 잔혹한 폭격이 계속되자,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사그라지면서 '외세에 대항하는 여론 결집'이 이뤄지고 있다.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호메이니 신정 정부는 매우 취약했으나, 전쟁을 통해 권력을 공고히 했다. 실정(失政)으로 궁지에 몰린 하메네이 정부 또한 비슷한 효과를 노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
/구주모 경남도민일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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