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뱅크로 불리는 21세기 대형 금융기업과 초대형 교회에는 공통점이 있다. 둘 다 "몸집을 키우지 않으면 죽는다"는 월 스트리트의 신성한 주문을 금과옥조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양자의 관계를 '시장(市場)'이란 앵글로 조명한 신학자 하비 콕스는 이렇게 말한다. "초대형 교회는 새로운 종교 조직형태를 띤다. 이 형태는 분명히 기업 모델을 바탕으로 한다. 담임 목사는 최고경영자 역할을 하면서 전문적인 책임을 맡은 직원을 관장한다. 초대형 교회는 매년 전략적인 계획을 세우고, 십일조를 받기 위해 기꺼이 신용카드를 취급한다. 지난해 교회가 얼마나 컸든 올해는 더 커져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교회는 쇠퇴의 길을 걷는다고 믿는다."
금전적인 이득을 강조하는 '번영 신학'은 그 근거로 구약의 마지막 예언서를 내놓는다. 말라기에는 번영 신학의 선배들(?)이 오랫동안 잇속을 차리는 데 잘 활용해온 구절이 있다. "너희는 온전한 십일조를 창고에 들여놓아, 내 집에 먹을거리가 넉넉하게 하여라!"
바실리카(기독교 대성전)가 로마제국의 대형 공공건물에서 비롯되었듯이, 현세의 초대형 교회는 그 외형 또한 현대의 정치적, 상업적 건축물을 반영하고 모방한다.
외경심을 불러일으키는 거대한 규모, 익명성이 보장되는 편안함, 신자 친화적인 각종 서비스 등. 물론 교인 숫자를 늘리고 더 많은 헌금을 모으는 이 같은 활동에, 진정한 영적 의미가 없다는 건 아랑곳하지 않는다.
채 상병 특검이 개신교 교회를 압수수색하자,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며 개신교계가 반발했다. 반발이야 자유지만, 맘몬을 신으로 받들며 정치권력과 유착해온 종교인들이 할 소리는 아닌 것 같다.
일이 터진 김에 전국에 산재한 풀뿌리 교회들이 "생존 차원에서라도" 초대형 교회나 극우 교회들의 비신학적 행태를 제대로 고발했으면 싶다.
/구주모 경남도민일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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