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언(妄言)이란 ‘이치에 맞지 않아 듣는 사람을 어이없게 하는 말’이다. 우리에게 이 단어는 주로 일본 정치인들이 하는 것으로 인식돼있는데, 근래 들어서는 국내발 망언도 그에 못지않은 수준으로 자주 등장한다.
망언은 왜 등장하는 걸까? 그냥 누군가가 내키는 대로 ‘씨부리는’ 말일까? 호주 머독 대학교의 리키 커스텐은 일본 정치인들의 발언을 분석하면서, 망언이 등장하는 사회적 맥락을 정확하게 짚는다.
커스텐에 따르면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자들은 과거 일본이 진주만과 아시아를 침략한 것이 공격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 주장이 겨냥하는 건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 뚜렷이 존재하는 경계를 모호하게 흐트러뜨리는 것이다.
망언이 등장하는 이유가 누가 옳고 그른지 분간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물타기’라는 것이다. 이 분석틀을 사용하면 국내에서 등장하는 다른 류의 망언도 상당부분 해석이 가능하다. 창원시의원이 대통령 부속실장을 인신공격한 것도, 사실과 관계없이 상대를 타격함으로써 국감 증인출석을 둘러싼 여야 공방을 흙탕물 싸움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다.
그리고 이런 노이즈마케팅은 시비분별을 통해 바로 잡히지 않고, 진영 간 논쟁을 격발시키면서 대체로 유의미한(?) 결과를 낳는다.
제2차 세계대전과 그 여파를 직접 겪은 일본의 유명 소설가인 시바 료타로는 일찍이 우익들의 역사 수정주의를 “교과서가 거짓말하는 나라는 필연적으로 붕괴될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질타한 바 있다.
우리는 아직 그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독립기념관장을 위시한 극우 인사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자들의 발언을 보면 절대 안심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위니즘(Darwinism·생물진화론)은 특정한 단어가 살아남는 것도 자연선택의 일부로 받아들이는데, 그렇다면 ‘망언’이란 단어가 자주 거론되는 사회는 ‘아수라행(行)’ 직행열차를 탄 것이라고 하겠다.
/구주모 경남도민일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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