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 올여름도 '예상 밖'이다.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찾아드는 이상기후는 이제 어떤 임계점을 넘어선 듯하다.
지난 15일과 16일에는 우기를 맞은 파키스탄 북서부에 기습폭우가 내려 순식간에 300명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7월 폭우에 호되게 당한 한국인들에게는 '남의 일'이 아니다.
세월을 거슬러 가보자. 1315년 부활절이 지나고 넉 달 가까이 유럽에는 큰 비가 내려 파종된 밭이 온통 웅덩이와 진창으로 변했다. <맘즈베리 연대기>를 쓴 익명의 저자는 그 고통이 얼마나 심했던지 "하느님의 분노가 가해졌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등을 돌리고 매질을 했다"고 울부짖었다.
1925년 을축년, 서울을 위시한 한국사회는 대홍수로 쑥대밭이 됐다. 4개 태풍이 한반도를 할퀴면서 발생한 이 홍수가 초래한 피해액은 당시 조선총독부 일 년 예산의 60%에 달했다.
역사 속 대홍수는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상 이변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기후사(氣候史)'를 거시적으로 관찰하는 이들은 지구 온난화가 이미 2만 년째 서서히 진행 중인데, 근대 이후 인간이 내뿜는 화석연료 찌꺼기와 오염물질이 이 상황을 급속도로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거기다 온난화 속도는 해를 거듭할수록 가팔라지고 있다. 파국을 맞기 전까지 과연 우리는 정신을 차릴 수 있을까?
<기나긴 여름>의 저자 브라이언 페이건은 지금 우리가 처한 기후 상황을, 항해 중인 선박에 비유하며 이렇게 비판한다.
"선원들의 일부만 엔진을 돌볼 뿐, 나머지는 서로 물건을 사고파는 데만 열중한다. 함교에 있는 사람들은 해도도, 기상예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 중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이들은 푹풍이 발생하지 않으리라는 이론을 지지하며, 설령 폭풍이 생기더라도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여긴다. 누구도 조타수에게 방향을 돌리는 게 어떠냐고 충고하지 않는다!"
/구주모 경남도민일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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