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속담이 있다. 빈곤은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우리가 가난을 철저하게 '사적(私的)인 문제'로 파악하고 있음을 잘 드러내는 말이다.
가난과 같은 사회적 의제가 공적(公的) 영역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으니, 사람들은 기대고 싶은 곳을 찾아 현세적 욕망을 갈구한다. 그 통로가 바로 토착종교로 일컬어지는 무속(巫俗)이다.
<심청전>에서 '심봉사'가 고대하던 딸을 얻어 무속신앙의 대상인 '삼신'에게 비는 말을 들어보자. "동방삭의 명을 주고 석숭의 복을 주어…!"
무남독녀 심청이가 무려 삼천갑자(三千甲子·18만 년)를 살았다는 동방삭처럼 오래 살고, 중국 서진(西晉)의 으뜸 부자였던 석숭처럼 부귀하기를 바란다는 뜻이다.
생략한 대목까지 모두 보태면 고전인 <서경(書經)>에 나오는 오복(五福)이 심청에게 왕창 강림하기를 기대하는 기도다.
오복은 여러 버전이 있으나, <서경>에 나오는 수(壽), 부(富), 강령(康寧), 유호덕(攸好德), 고종명(考終命)이 대표적이다. 오래 살고, 부귀하며, 몸과 마음 편하고, 덕행을 쌓아, 죽을 때 편안하게 잘 간다는 뜻이다.
특검에 의해 김건희 국정농단이 실체를 드러내면서, 윤석열 체제를 무속이 뒷받침했다는 사실이 하나둘 확인되고 있다.
민중들의 의지처인 무속을 권력욕을 실현하는 도구로 삼았다는 것인데, '윤·김' 또한 마음속으로는 오복을 목표로 했을 듯싶다. 그런데 처음부터 유호덕 없이 욕심만 부렸으니 이제 수, 강령, 고종명은 언감생심이다.
무속이 정말로 원하는 바를 모두 실현시켜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허망한 권력을 좇는 부나방을 겨냥한 옛 시가 있다. "공명(功名)이 뜬구름인 줄 사람마다 알건마는/ 세상에 꿈 깬 이 없으니 이를 슬퍼하노라!"
/경남도민일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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