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학자 헨리 조지(1839~1897)는 1879년에 쓴 <진보와 빈곤>에서 경제 발전에도 빈곤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지대(地代)를 소수가 독점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무려 146년 전 저작이지만 ‘대장동 사건’으로 떠들썩한 21세기 한국사회를, 손만 대면 천문학적 이익을 낳는 수도권 토지개발을 직접 겨냥한 말로 들린다.

땅은 우리 인간이 잠시 살다 가는 장소일 뿐이라고 역설하는 헨리 조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로부터 발생하는 ‘경제적 지대’에 100%의 세금을 물리는 ‘단일세(Single Tax)’ 제도를 제안했다.

단일세는 토지 가치에 대한 세금이다. 예컨대 땅에는 세금을 물리지만 건물이나 농작물에는 물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름이 단일세인 이유는 그가 이 세금 대신 다른 모든 세금을 폐지하자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진보와 빈곤>은 출간되자마자 그 파격적인 내용에 상응하는 대규모 정치운동을 촉발시켰으며, 지금도 토지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한 명저로 첫 손꼽힌다.

헨리 조지는 또 자신이 내건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1886년 뉴욕시장 선거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단명한 연합노동당 후보였던 그는 비록 낙선했지만, 후일 미국 26대 대통령이 되는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앞질러 2위를 기록했다.

헨리 조지가 만약 뉴욕시장이 됐다면 어땠을까? 많은 상상이 필요하지만 분명 미국 자본주의는 지금과 상당히 다른 역사를 보유했을 것으로 보인다.

2025년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조란 맘다니가 뉴욕시장에 당선됐다. 그가 내건 핵심 공약은 ‘서민생활고 해결’이다. 그중에서도 높은 월세를 동결하고 임대형 서민주택을 대폭 늘리겠다는 공약은 <진보와 빈곤>이 제시하는 이상에는 못 미치지만, 헨리 조지의 고민을 이어받았다는 느낌을 준다. 맘다니는 실패한 전사(前史)를 딛고 금권자본주의의 메카인 뉴욕에서 사회주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을까?

/구주모 경남도민일보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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