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버스 노동자 공철수 씨 "사실상 고의부도"…"하루빨리 일터 돌아가고파"

22일 오후 2시 30분 마산 중앙동 도로를 행진하던 (유한회사)시민버스 노동자 공철수(58) 씨는 주먹을 움켜쥔 채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악덕 기업주 추한식을 구속하라!", "관리·감독 소홀히 한 마산시도 각성하라!"

이날 여섯 번째 거리행진에 참석한 공 씨. 그는 시민버스 안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다. 내년 7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요즘 그는 아내와 자식들 보기가 너무 부끄럽다고 했다. 40일 가까이 버스를 멈춰 세워야만 하는 상황도 안타깝지만, 근 5년 동안 제대로 된 봉급을 집에 가져가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대신 자식(2남 1녀)이 직장에 다니고 있는데, 다달이 지원을 받는다고 했다.

"1986년 처음으로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시골서 외지로 나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시작한 버스운전이었습니다. 한 1년만 하고 다른 일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까지 와 버렸습니다. 청춘을 바쳐 일했는데, 회사가 부도나는 바람에 퇴직금과 전별금 등 1억 3000만 원을 못 받게 됐습니다. 아이들 결혼할 때 돈도 보태야 하는데, 이제 아버지로서 해 줄 게 없어요. 미안하기만 합니다."

22일 오후 '체불임금 청산 추한식 구속촉구 결의대회'에 참가한 공철수 씨가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민병욱 기자

공 씨는 도대체 '시민버스 부도사태'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해마다 시에서 20억 원이 넘는 돈을 지원받고, 버스운영에 따른 수입금도 적지 않은데, 왜 부도가 나느냐는 거다. 고의부도로밖에 볼 수 없다고 했다.

"추한식 회장은 지난해 10월 버스 104대 가운데 53대를 (주)마인버스에 대당 1억 원에 매각하면서 체불된 임금을 없애고, 앞으로는 절대로 임금체불 안 하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건 고의부도였어요. 퇴직금 1600여만 원을 막지 못해 부도가 발생했거든요. 더 화가 나는 건 인근 창원시만 하더라도 업주가 단 한 달이라도 임금체불을 하면 업주에게 면허 반납하게 하고, 경영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도대체 마산시에서는 여태껏 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날 오후 3시 마산시청 광장 앞에 모인 시민버스 노동자들은 시청 건물을 향해 '분노를 담은 계란'을 던지고, 시청 진입을 시도했다. 그러다가 이를 막는 마산 중부경찰서 직원과 전·의경들과 격한 몸싸움을 벌였다. 2명의 노동자가 구급차에 실려 나갔다.

앞으로 시민버스 노동자들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느냐고 그에게 물었더니 "우리는 이제는 잃을 게 없습니다. 자주관리기업으로 가든지, 새 경영진이 시민버스를 인수하는 것밖에 없지요. 하지만, 추한식 회장과는 더는 같이 일을 못한다는 우리의 생각은 확고합니다."

30년 가까운 운전으로 말미암아 오른쪽 어깨가 늘 아프다는 공 씨. 그의 바람은 단 하나다.

"하루빨리 일터로 돌아가서 일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옆에 있는 동료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우리 시민버스 노동자들이 다시 생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한편, 시민버스 사용자 측은 지난 9일 창원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을 했으며, 기각 결정 시 파산신청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맞서 노동자들은 마산시가 운송면허를 빨리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집회를 마치고 다시 일터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그를 보면서 노래패 꽃다지가 불렀던 <늙은 노동자의 노래>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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