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결과 관전 포인트는?
사전 투표율 낮은 대구·경북 '본투표' 결집
'고향' TK에서 이재명 후보가 얻을 득표율
13년 만의 과반 득표 대통령 탄생 '가늠자'
김문수, 40% 후반 득표 '대역전극'도 촉각
이준석 10% 득표 달성에 '정치 생명' 달려
권영국 후보 '진보 정당' 명맥 살릴까 주목
반헌법·불법 비상계엄을 일으킨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돼 치러지는 21대 대통령 선거는 ‘내란 종식’이 시대정신이다.
전 정부·여당 무능과 내란 심판을 내건 더불어민주당은 탄핵 선고 직후 당과 이재명 후보를 향한 높은 지지율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승리에 무게를 싣고 있다.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에 동조한 국민의힘은 강한 심판 여론 속에서도 전통적인 당 지지세 결집을 이뤘다. 겉으로는 ‘입법과 행정을 모두 장악한 견제 없는 권력’의 전체주의와 독재화 ‘견제’를 내세우지만, 속내는 2017년 전직 대통령 박근혜 씨 탄핵 전후 ‘보수 분열’로 대선에서 제대로 힘도 못 써본 전례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결과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큰 틀에서 각각 국민의힘-민주당과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 ‘내란 심판’ 대 ‘권력 견제’ 구도 아래 최종 투표율이 승패를 좌우할 변수로 지목된다. 그 속에서 ‘과반 대통령’ 탄생, 김문수·이준석·권영국 후보 득표율, 경남·부산·울산과 대구·경북 등 영남 지역 표심 등이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최종 투표율은 얼마 = 전문가들은 12.3 내란이 촉발한 대선에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최종 투표율이 70%대 중후반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전국 34.74%를 기록한 사전투표율은 3년 전 20대 대선 36.93%보다 2.19%포인트(p) 낮지만, 이틀 모두 평일에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높은 편이다. 어린이날 휴일이 끼었던 2017년 탄핵 대선 사전투표율 26.06%보다는 8.68%p 높았다.
지역별 투표율에 눈길이 쏠린다. 사전투표에서 지난 대선 대비 호남지역 투표율은 일제히 상승한 반면 영남지역 투표율은 하락했다. 지역별로는 전남이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은 투표율(56.50%)을 기록했으며 대구(25.63%)가 가장 낮은 투표율을 나타냈다.
호남 유권자는 결집하고, 영남 유권자는 승리를 낙관할 수 없음에 낙담해 투표에 소극적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 지지층 중 윤 전 대통령 탄핵 찬성파 유권자가 투표를 꺼린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사전투표 전후 이재명 후보 ‘가족 리스크’가 부상했고, 김문수 후보가 이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아울러 영남권에 유세를 집중한 것도 모자라 전직 대통령 윤석열·박근혜 씨 등이 결집을 호소했다. 영남 인구가 호남 인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점에 비춰 보수 지지층이 얼마나 본투표소로 향하느냐에 대선 결과 예측이 어려워질 수 있다.
◇과반 득표 대통령 나오나 = 하루 남은 대선 첫 번째 관전 포인트는 당선자가 50% 이상 득표할지 여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선거에서 ‘과반 대통령’이 나온 건 18대 대선이 유일하다.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51.55%를 득표했다. 그때는 박근혜-문재인 양자 대결로 치러졌다. 다자 구도에서 50% 이상 득표 당선자가 나온다면 처음이다.
각종 여론조사상 과반 득표율에 근접한 쪽은 이재명 후보다. 이 후보는 줄곧 40%대 중반에서 50% 초반대를 나타내고 있다.
김민석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당 지지율보다 후보 지지율이 더 나와야 한다” 점을 강조한다.
사전투표에서 호남 결집이 두드러진 것은 호재다. 이 후보는 유세 내내 안동 출신인 점을 부각시켜 영남 내 탄핵 찬성 표심과 연고성을 모두 파고들었다. 유권자 657만 명이 있는 경남·부산·울산에서는 보수 일당 독점 구조가 옅어지고 있다. 이에 △가덕도신공항 정상 추진 △해양수산부와 해운회사 HMM 부산 이전 △동남투자은행 설립 △서부경남KTX 조기 개통 추진 등으로 표심 잡기에 애를 썼다.
3년 전 대선에서 이 후보는 경남 37.83%·부산 38.15%·울산 40.79%를 득표했다. 대구에서 21.60%, 경북에서 23.80%를 받았다. 이 후보가 과반 득표를 달성하려면 경부울에서 40% 이상, 대구·경북에서 30% 이상 득표율을 얻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영남 민심 향배가 이 후보 과반 득표 달성 열쇠인 셈이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경부울에서 50%대, 대구·경북에서 70% 이상 득표해야 당선을 넘볼 수 있다.
◇김문수·이준석 득표에 쏠린 눈 = 2017년 탄핵 대선에서 홍준표(24.03%)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6.76%) 바른정당 후보 득표율 합은 30.79%였다. 당이 윤 전 대통령 탄핵안 통과 이후 분당되지 않고 최대한 분열을 막아냈기에 김문수 후보는 이 당시 득표율은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나경원 국민의힘 공동선대위원장은 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김문수 후보 지지세가 무섭게 올라오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 아들 도박 문제와 음란 욕설 댓글, 그리고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발언 때문에 판세가 변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토대로 ‘골든 크로스’를 기대한다. 40% 후반대 득표는 대선 후 국민의힘이 쥘 정국 영향력의 가늠자가 된다. 김 후보는 당선 시 ‘대역전의 기수’로 정국을 주도하는데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낙선 시 당권 주도권 다툼에 유리하다.
이준석 후보 최종 득표율도 변수다. 그가 두 자릿수 이상 득표율을 얻으면 향후 보수 정계 개편 핵심으로 떠오르게 된다. 다만, 마지막 TV 토론에서 입에 담기 어려운 여성 혐오성 댓글을 그대로 읊어 여론에 뭇매를 맞았다. 안 그래도 성별 갈라치기 탓에 ‘20대 여성’이 등을 돌린 이 후보로서는 전 연령대 여성에게 비호감도가 커졌다. 만약 득표율이 한자릿수에 머물면 선거비용을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하게 된다. 개혁신당 존립과 함께 앞으로 개인 정치 행보에도 고난이 예상된다.
◇진보정당 대선 명맥 유지는? =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이번 대선에 유일한 진보정당 후보다. 민노당은 대선을 앞두고 정의당·노동당·녹색당과 민주노총 산하 8개 산별노조, 시민사회단체 등이 함께 결정한 선거 연합정당이다. 원내 진보 정당인 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이 ‘내란 종식과 내란 세력 척결, 사회대개혁’을 이유로 중도보수 민주당과 연합한 사이 홀로 ‘진보 깃발’을 들었다.
국민의힘이 극우화, 민주당이 보수화한 가운데 상속·증여세 90% 인상, 부유세 신설, 특수고용·프리랜서 노동자 고용·산재보험 가입 확대 등 선명한 진보 의제를 내세웠다. TV토론에서는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메시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대에 머물렀다. 권 후보 지지율은 지난해 총선에서 정의당이 얻은 정당 득표율 2.14%에도 못 미친다.
진보 정당 대선 최고 득표율은 19대 때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받은 6.17%다. 16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김영규 사회당 후보 3.97%, 17대 대선 권영길+금민 한국사회당 후보 3.08%, 21대 심상정+오준호 기본소득당 후보+이백윤 노동당 후보+김재연 진보당 후보 2.55%가 뒤를 잇는다.
진보 정치가 유권자 관심에서 멀어진 상황에 권 후보가 의미 있는 득표율을 기록해야 다시금 진보 정치 존재감을 회복할 수 있다. 특히 권 후보 득표율은 차기 정부가 비상계엄·탄핵 정국에서 분출한 광장의 목소리를 얼마나 흡수할지 가늠할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수 있다. 민주당 어장에 갇힌 진보 정당 발 사회대개혁 요구는 ‘정치적 부산물’로 형해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달리 민주노동당 목소리는 그 진정성과 방향성에서 더 큰 값어치를 지닌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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