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백화점·영화관 마케팅 활발
정치 양극화에 관련 행사 사라져
유권자 중심 SNS 인증문화 확산
기업 주도에서 유권자 놀이문화로
과거 선거철마다 볼 수 있었던 유통업계의 ‘투표인증 이벤트’가 올해 대선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 점과 여야의 정치 갈등이 심화된 가운데 투표 독려 자체가 정치적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일 제21대 대통령을 뽑는 선거일이지만, 유통업계는 이례적으로 조용한 분위기다. 이전에는 선거 때마다 각종 투표 인증 이벤트를 내세웠지만, 이번에는 관련 마케팅이 아예 사라졌다. 지난달 28, 29일 치러진 사전투표 때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2017년 5월 치러진 제19대 대통령 선거 당시에는 백화점과 영화관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벤트가 쏟아졌다. 롯데백화점은 투표 인증을 하면 식음료 할인과 함께 일정 금액 이상 구매 고객에게는 차량용 방향제를 제공했고, 갤러리아백화점 진주점은 당시 할인권과 아메리카노 교환권을 지급했다. 메가박스도 영화 관람권 할인, 롯데시네마는 팝콘 할인 혜택을 각각 제공했다.
하지만, 2022년 제20대 대선부터 투표 인증 이벤트는 급격히 줄어 들었고, 이번 조기 대선에서는 사실상 찾기보기 어렵게 됐다.
이는 정치적 중립을 고려한 기업들의 ‘자기 검열’이 강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대선은 12.3 내란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발생한 조기 대선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정치와 연관된 마케팅에 더욱 신중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극심한 내수 부진도 영향을 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은 2월부터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소비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비용을 들여 진행하는 이벤트가 실익이 없다는 판단이다.
한 도내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전보다 투표에 대한 인식이 개선돼 투표율도 높아졌고, 이제는 투표 독려 자체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어 기업 입장에선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진홍근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기업이 투표 독려를 통해 선한 이미지를 구축하려 했지만, 부정선거 프레임 등으로 인해 정치적 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생겼다”며 “이제는 시민들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개성과 취향을 반영한 투표인증 문화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의 마케팅이 빠진 자리는 캐릭터와 아이돌 등 유권자의 ‘최애’가 채웠다. 투표 인증 문화는 기업 주도에서 유권자 중심으로 이동하며, 투표 참여가 놀이 문화처럼 인식되는 분위기다.
사전투표 기간 누리소통망(SNS)에는 인증 게시물이 활발히 올라왔다. 일부 유권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연예인, 프로야구팀 등 이미지가 담긴 인증 용지를 출력해 투표소 도장을 찍고 이를 게시하며 투표 참여를 공유했다.
투표인증에 동참한 노형진(28·진주시 가좌동) 씨는 “투표인증 행위로 정치적 효능감을 느낄 수 있다”며 “좋아하는 캐릭터와 함께하면 선거가 하나의 이벤트처럼 느껴지고, 개인의 개성도 드러낼 수 있어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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