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령 투쟁 이후 모금 건수 급증
SNS 등서 하청 노동자 상황 퍼져
여성 중심으로 연대 목소리 전해
"구체적 사회 변화로 나아가기를"

서울 남태령에서 시작된 시민 연대가 거제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에게까지 가닿았다. 하청 노동자 노숙 농성 소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접한 시민들은 하청 노동자들에게 후원금을 전하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지난달 13일부터 거제 한화오션 내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강인석 부지회장은 지난달 20일부터 35일째 단식 중이다.

영하에 가까운 날씨에다 살을 찢을 듯한 바닷바람까지 농성 중인 하청지회 조합원 30여 명은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황이다. 여기에 '12.3 내란 사태'까지 터지며 이들 투쟁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시작한 파업기금 모금 역시 농성이 길어지며 드문드문 이어지고 있었다. 

강인석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모습. /강인석 부지회장 페이스북 갈무리
강인석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모습. /강인석 부지회장 페이스북 갈무리

무거운 마음으로 새해를 기다리던 이들에게 작은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 22일을 기점으로 모금 건수가 급증한 것이다. 

이날은 경남과 전남 등에서 트랙터를 끌고 간 농민들이 경찰 차벽에 막혀 서울 남태령에서 추위에 떨고 있을 때다. 당시 이 사실이 SNS 등에서 알려지자 시민 수천 명이 순식간에 남태령에 모였다. 이들은 남태령에서 밤새 구호를 외치며 농민 곁을 지켰다. 결국 시민과 합세한 트랙터 행렬은 28시간 만에 경찰 차벽을 뚫었고 윤석열 대통령 관저가 있는 한남동까지 나아갔다. 이를 계기로 시민 연대 움직임에도 불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하청지회는 지난 21일 7건에 그쳤던 모금 건수가 22일 70여 건, 23일에는 400건이 넘었다고 밝혔다. 24일에는 2037건으로 급증했다.

연대 마음을 전한 이들은 남태령 고개에서 농민들과 함께한 시민을 비롯한 젊은 여성들로 보인다. 모금액을 보낸 이들 중에는 '남태령에서온소녀' , '조선공의딸', '날이춥다고마음도춥나', '바다건너캐나다에서' 등 눈에 띄는 이름도 있었다.

지난 23일 엑스(옛 트위터)에 게시된 조선하청지회 모금 독려 글은 24일 오전 11시 기준 조회수 37만 7000회를 기록했다. 엑스 이용자들은 해당 게시물을 공유하며 "소액이지만 마음을 보냅니다", "옷 사려고 놔둔 돈 조금 떼어서 보냅니다", "남태령에 못 간 마음 이렇게라도 전합니다", "한화오션은 손배소송 취하하라" 등 모금 인증 사진과 연대 글을 올렸다.

이김춘택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시민들이 차별 없는 연대를 보내주셔서 너무 신기하고 감사한 마음"이라며 "지금 이 역동성이 단순히 신기한 정도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연대와 사회 변화로 나아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왜 추운 겨울 거리에서 싸우고 있는지, 노동 3권 보장을 왜 못 받는지, 노조법 2·3조 개정은 왜 필요한지 등도 함께 알려지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신 기자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파업기금 모금

파업기금 모금 계좌 : 우리은행 1005-903-903455 

예금주 :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노동조합

관련기사

관련기사

잠깐! 7초만 투자해주세요.

경남도민일보가 뉴스레터 '보이소'를 발행합니다. 매일 아침 7시 30분 찾아뵙습니다.
이름과 이메일만 입력해주세요. 중요한 뉴스를 엄선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

뉴스레터 발송을 위한 최소한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합니다. 수집된 정보는 발송 외 다른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으며, 서비스가 종료되거나 구독을 해지할 경우 즉시 파기됩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