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단협 연내타결 요구하며 거제 한화오션 내 노숙투쟁
"2년 전 파업 조합원들 고통 이번에 반드시 이기는 투쟁"

‘지금 한화오션에서는…’ 노숙 31일, 단식 24일째다. 13일 기준이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성하청지회는 ‘임금·단체협약 연내 타결’을 요구하며 한 달 넘게 한화오션 내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강인석 부지회장은 매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투쟁 일지를 써내려 가고 있다. 그는 지난달 20일 김형수 지회장과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단식 22일째인 지난 11일 김 지회장이 건강 악화로 단식을 중단했고, 강 부지회장은 단식을 계속한다고 밝혔다. 

이날 거제시 아주동 한화오션 서문 앞 조선하청지회 사무실에서 강 부지회장을 만났다. 강 부지회장은 한화오션 협력업체 소속 도장공 노동자다.

강인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11일 거제시 아주동 한화오션 서문 앞 조선하청지회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정봉화 기자
강인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이 11일 거제시 아주동 한화오션 서문 앞 조선하청지회 사무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정봉화 기자

건강 상태부터 물었다. 강 부지회장은 “매일 혈압·혈당 수치를 확인하는데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단식 20일이 지나니까 몸에 기력이 빠지는 것 같지만, 아직은 버틸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화오션 내 농성장을 지키며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내 출근·중식·퇴근 선전전 등 대내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이후에는 저녁마다 윤석열 탄핵 촛불집회에도 참가하고 있다.

그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투쟁이기에 단식한다고 앉아 있을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동지들은 말리지만, 단식할 때 감정상태가 중요한 데 동지들과 같이 있는 게 더 힘이 나고 기쁘고 보람 있어 기력이 닿는 데까지 활동단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지만 그는 여전히 ‘풍찬노숙’ 하고 있다. 노숙농성 한 달이 지나도록 한화오션은 농성장에 천막과 전기시설 설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들이 현장을 방문해 한화오션 측에 인도적 차원에서 천막 설치를 요구했으나 소용없었다.

강 부지회장은 “추위도 추위지만 살갗에 찬바람이 들어오면 아프다. 핫팩을 7개 넘게 붙여도 너무 추워서 잠을 못 잘 정도다. 추위는 어떻게든 견디겠는데, 천막과 전기조차 내놓지 않는 한화오션은 생각할수록 화가 난다”고 말했다. 강 부지회장은 2012년 뇌경색을 앓은 바 있다. 이에 의사들은 단식에다 너무 추운 데 있으면 위험하다고 경고했지만, 그는 단식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여한 강인석 하청노조 부지회장. /강인석 부지회장 페이스북 갈무리
윤석열 탄핵 집회에 참여한 강인석 하청노조 부지회장. /강인석 부지회장 페이스북 갈무리

그는 “이 투쟁이 끝날 때 단식도 끝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2022년 6월 2일부터 7월 22일까지 ‘51일간 파업’을 떠올리며 “올해는 반드시 이기는 투쟁을 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강 부지회장은 “당시 파업은 조선소의 ‘판도라 상자’를 열어 하청노동자의 열악한 조건을 전국에 폭로한 것이 큰 성과”라면서도 “부족한 점은 단협에 도장을 찍었지만, 실질적인 임금과 노동 조건이 개선되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당시 ‘이대로 살 순 없지 않겠습니까?’라고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이대로 살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성과도 있었지만 아픔도 너무 컸다. 파업에 함께했던 많은 조합원이 여전히 힘들어하고 있는데, 올해는 그 상처와 트라우마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나한테는 1원칙이고,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조선하청지회 주요 요구 사항은 △성과급 300%(매년 100%씩 3년간) △상여금 50% 지급 △상생 격려금 100만 원 지급 △상용직 고용 확대·처우 개선 △상여금 연 300% 지금 △블랙리스트(취업방해) 폐지 △임금체불 해결 △중대재해 예방대책 마련 등이다.

24일째 단식 중인 농성장 모습. /강인석 부지회장 페이스북 갈무리
24일째 단식 중인 농성장 모습. /강인석 부지회장 페이스북 갈무리

강 부지회장은 “이러한 요구안 바탕은 지난해 한화오션이 들어오면서 그들이 한 약속”이라며 “그 약속을 이행하게 하면 이기는 싸움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최근 12.3 내란 사태 정국은 조선하청지회 투쟁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5~7일 예정됐던 서울 국회 앞에서 용산을 거쳐 한화오션 본사 앞까지의 ‘오체투지’가 취소됐고, 11일 예정된 51일간 파업에 대한 형사 재판도 연기됐다. 앞서 검찰은 당시 파업 참가 하청노동자 27명에 대해 징역형과 벌금형을 구형했고, 강 부지회장에게도 징역 1년을 구형했다.

강 부지회장은 “지금 계엄 상황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2022년 점거농성 당시 윤석열이 집권한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고, 농성장 일대에 (진압하려고 대기하는) 경찰특공대와 헬리콥터가 날아다녔다”면서 “우리로서는 그때 노조 탄압을 시작한 결과물로 계엄 선포를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윤석열과 우리는 숙명적 대결”이라며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을 어떻게 인수하게 됐는지에도 강력한 의혹을 갖고 있다. 윤석열과 한화오션의 노조 탄압이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하청지회는 ‘민주주의 파괴 윤석열 탄핵, 민주노조 파괴 한화오션 규탄’을 대표 구호로 내걸고 있다.

강 부지회장은 “윤석열 퇴진은 기본”이라면서도 “탄핵을 넘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음 정권에서도 하청노동자들 삶이 달라지지 않으면 도긴개긴”이라며 “실질적인 노동 조건이 개선되도록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하고 원·하청 차별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노동 중심 대한민국 7공화국’ 건설을 제안하며 최소 강령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국가보안법 폐지와 근로기준법·노조법 전면 개정, 전근대적인 재벌 해체를 담고 있다.

/정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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