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참고자료 형태로 입장 밝혀
"하청업체 경영·인사권 침해 우려"
조선하청지회 "노동자 기만 행위"

하청업체 단체교섭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던 한화오션이 이례적으로 보도참고자료를 배포했다. 단체교섭 관련 사실이 왜곡됐다는 게 이유인데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는 “거짓 주장을 하는 쪽은 한화오션”이라며 반박했다.

한화오션은 지난 10일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의 왜곡 주장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참고자료를 기자들에게 보냈다. 한글 파일 4쪽짜리 자료에는 조선하청지회 주장에 대한 반박이 담겼다.

한화오션은 하청업체와 조선하청지회 간 단체교섭에 관여는 현행법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법률상 단체교섭 의무 사용자가 아닌 점 △하청업체 경영권·인사권 침해 △파견법상 불법파견 우려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지원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자료에는 조선하청지회 조합원들에게 제기된 470억 원 손해배상 소송에 대한 입장도 포함됐다. 한화오션은 국회가 마련 중인 사회적 대화 기구에 참여한다고 밝혔다. 다만 단서를 달았다. 손해배상 소송 취하 때 현 경영진에게 제기될 수 있는 배임죄 우려가 먼저 해소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2022년 51일 조선하청지회 파업으로 생산 일정 지연 등 8000억 원에 달하는 손해가 예상된다”며 “하청지회 무단 점거로 회사가 막대한 손해를 입었음을 고려할 때 사법부 판단을 구하는 것은 필연적 절차”라고 설명했다.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7일 서울시 중구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강인석 부지회장 단식 중단과 끝장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가 7일 서울시 중구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강인석 부지회장 단식 중단과 끝장농성 돌입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주노총

이 같은 주장을 두고 김두현 금속노조 경남지부 법률원 변호사는 궤변이라고 지적했다.

한화오션이 하청업체 단체교섭에 관여할 수 없다는 주장에는 “이미 원청인 한화오션이 작업 계획을 세우고 하청업체에 지시가 내려지는 상황에서 단체교섭만 개입할 수 없다는 말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원청이 교섭 의무를 거부하는 것은 사실상 하청 처우 개선에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어 470억 원 손해배상 소송 문제 해결을 위해 배임죄 우려가 해소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이런 이유로 배임죄로 수사받거나 기소된 사례는 없었다”며 “배임죄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문제 해결 의지가 없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되레 47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은 이어가는 게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식적으로 조선소 노동자들에게 470억 원을 받아내는 것은 불가능”이라며 “승소하더라도 변호사 비용에 성공 보수까지 생각하면 받을 수 있는 돈 보다 지불할 돈이 훨씬 클 텐데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것은 소송을 끌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하청지회는 한화오션이 기만행위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하청지회는 “하청 노동자에게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는 원청이라는 법원 판결이 이어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이번 교섭은 한화오션이 결단하지 않으면 애초에 타결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산 일정 지연은 2022년 51일 파업이 원인이 아니라 조선업 불황기 때 떠난 하청 노동자들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가장 크다”며 “한화오션은 하청 상용직 처우 개선보다는 다단계 하청을 중심으로 이주 노동자만 대폭 늘렸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이 이번 자료를 배포한 날은 하청업체 노사가 단체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당일이다. 사실상 한화오션이 단체협상 타결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김춘택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사무장은 “10일 단체교섭은 결국 또 흐지부지돼 버렸다”며 “한화오션이 말로는 노력하겠다고 하면서 이런 보도자료를 내는 것은 하청 노동자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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