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등에 혐오 표현 난무
농성 중인 하청 노동자 맹비난
원청지회서도 "안타깝다" 우려
"혐오 뿌리는 사측의 하청 배제"

전국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이하 조선하청지회)가 이달 13일부터 한화오션 사내에서 농성을 이어가는 가운데 일부 원청 노동자들이 이를 두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하청 노동자를 ‘하퀴벌레’(하청업체와 바퀴벌레를 합친 은어)라고 부르는 등 혐오 표현까지 썼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이달 15일부터 농성 중인 하청 노동자들을 비난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글을 쓴 이들은 원청 정규직 노동자로 추정된다. 이들은 ‘하퀴벌레를 쓸어내자’와 같은 노골적인 혐오 표현부터 ‘조선하청지회가 북한 지령을 받았다’는 식의 주장을 펼쳤다.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하청 노동자 비하 게시글. /블라인드 갈무리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하청 노동자 비하 게시글. /블라인드 갈무리

하청 노동자들의 열악한 처우를 알아달라는 댓글에는 ‘남의 회사에서 깽판 치지 마라’라거나 ‘같은 장소에서 일한다고 본인들이 직영이라 착각한다’는 댓글이 달렸다. ‘한화오션 지킴이’라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도 비슷한 시기 혐오 표현이 쏟아졌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조선하청지회가 2022년 6월 2일부터 7월 22일까지 51일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서 벌였던 파업이 재연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51일 파업으로 입은 피해를 의식한 발언으로 보인다. 당시 파업 영향으로 일부 공정이 중단됐는데, 그만큼 연장·휴일근로를 못 하게 된 노동자들은 임금 손실이 발생했다.

‘하퀴벌레’라는 표현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때도 51일 파업 무렵이다. 조선하청지회가 독 점거에 나서자 원하청 사용자들은 맞불 집회를 독려하는 등 노동자 간 갈등을 키웠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대우조선해양을 지키는 모임’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는 ‘하퀴벌레’와 같은 혐오 표현이 서슴없이 등장했다.

이러한 표현이 다시 나오자 원청지회에서도 우려를 표했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관계자는 “같은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인데 그런 혐오 표현을 쓴다는 게 안타깝다”며 “원청지회에서는 이번 하청지회 농성이 더 큰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소속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이 이달 13일 오후 한화오션 정규직 직원들에 둘러쌓여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소속 한화오션 하청노동자들이 이달 13일 오후 한화오션 정규직 직원들에 둘러쌓여 있다.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혐오를 키운 요인으로는 정부와 사측의 강경 대응이 꼽힌다. 파업 당시 대화와 타협으로 중재에 나서야 할 정부는 공권력 투입을 시사하며 압박했고 원하청 사용자들은 파업 후에도 470억 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강인석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2022년에도 그랬고 지금도 한화오션 현장 관리자들은 하청지회 농성을 꾸준히 불법이라고 말하고 있다”며 “혐오 표현의 뿌리는 사측의 이런 입장과 맥이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청지회에서도 2022년처럼 극한의 갈등을 바라는 것은 아니”라며 “교섭이 마무리되면 현장에서 다시 같이 일할 텐데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한화오션 관계자는 “회사가 SNS 게시글 작성 등에 관여할 사항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도 “2022년 파업 여파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회사에서는 또 다른 피해를 막기 위해 농성장 관리 등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는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하청지회에서 여러 차례 크레인 점거를 독려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점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조선하청지회는 현재 한화오션 내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을 비롯해 19개 하청업체와 단체 교섭을 촉구하는 이들은 20일 단식 농성에 돌입할 예정이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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