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노동운동 산실인 경남 유권자가
지역구 국민의힘 의원들 지켜보고 있다
김태호(국민의힘·양산 을) 국회의원이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당론으로 탄핵소추안을 부결시켰습니다. '질서있는 퇴진'이란 이유로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질서있는 퇴진의 유일한 방법은 '탄핵보다 빠른 조기 대선'입니다. 답은 '벚꽃 대선'입니다.'
윤석열이 3일 한밤중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나서 몇 날 며칠을 공포와 불안·분노에 떠는 국민은 안중에 없다. 친위 쿠데타가 실패하고 나서 윤석열의 7일 담화문만큼이나 짧은 이 글 속에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에 대한 사과와 반성도 없다.
'벚꽃 대선'이 답이라면 윤석열이 빨리 사임해야 한다고 에둘러 표현한 건가? 내란죄를 저지른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은 변명을 하고 싶었다면, 좀 더 설득력 있게 설명해주든가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대지 말든가. 끝까지 자기 손에는 피 묻히기 싫다는 말 아닌가.
김 의원은 경남도의원·거창군수·경남도지사 재선을 거쳐 지역구 3곳(김해 을-산청함양거창합천-양산 을)을 옮겨가며 살아남은 당내 대표적인 중진 의원 중 한 명이다. 같은 4선으로 윤영석(양산 갑)·박대출(진주 갑) 의원이 있지만, 이들이 '정치 초보' 윤석열과 한동훈 사이에서 흔들리는 여당 내 중진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3명을 포함해 국민의힘 4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9일 오전 국회에서 모였다. 윤석열이 정국 안정 방안을 '우리 당'에 일임한 만큼 중진 노릇을 하겠다고 나선 건데, 그 결과가 탄핵소추 의결을 방해한 '추경호 원내대표 재신임'이다. 국정 혼란 수습은커녕 총대 메라고 등 떠미는 꼴과 다름없다.
3선 의원들은 어떤가. '윤핵관'으로 꼽히는 윤한홍(창원 마산회원), 윤석열과 '40년 지기'로 알려진 정점식(통영고성) 의원이 윤석열과 운명 공동체로서 장렬하게 최후를 맞겠다면 딱히 할 말은 없다. "비상계엄은 국민 상식에 맞지 않다"며 국민의힘 경남 의원 중 유일하게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한 신성범(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은 뭐지? 계엄에 반대했으면, 계엄 사태 장본인에게 책임을 묻는 게 상식이다.
재선인 최형두(창원 마산합포)·강민국(진주 갑)·서일준(거제) 의원은 자기 지역구 역사를 다시 한번 돌아봤으면 좋겠다. 3.15의거와 부마민주항쟁, 농민·노동운동 산실에서 유권자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길 바란다.
초선인 김종양(창원 의창)·이종욱(창원 진해), 서천호(사천남해하동)·박상웅(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에게 소신 정치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까? 같은 초선인 김상욱(울산 남구 갑) 의원이 탄핵을 반대했음에도 야당 의원들로부터 격려를 받은 건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위법한 당론을 거부하는 것은 배신이 아니다. 내란 동조 정당·위헌 정당으로 해산 위기에 몰린 정당에서 첫 의정활동을 마칠 텐가.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4일 거제에서 열린 시국대회에 참가한 한 중학생 발언은 명료했다. 정치인이 꿈이라는 이 학생은 "정치인이라는 사람이 계엄령 선포라는 미친 짓을 하고 있으니까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있어야죠. 윤석열 꼭 체포됐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경남 의원 13명은 내란 수괴 탄핵에 반대하는 미친 짓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국민이 가만히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14일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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