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 1차 무산 이후 시민들은 더 힘찬 발걸음으로 광장에 모인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제 촛불 대신 아이돌·스포츠 팀 응원봉을 들었다. 이들이 들고 나온 깃발도 달라졌다.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연맹', '전국 집에 누워있기 연합', '덕후에게 덕질만 걱정할 자유를', '응원봉연대' 등 해학적인 문구로 가득하다. 음악도 사뭇 다른데, 온라인에 공유된 '탄핵 길보드', '탄핵 집회 플레이리스트' 등을 보면 민중가요나 투쟁가가 아닌 대중음악이 다수다.
이는 계엄을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촛불 집회에는 익숙한 세대들이 새롭게 일구는 집회 문화다. 분노를 축제 같은 분위기에 담아, 평화로운 시위를 만든다. 기성세대들은 새로운 모습으로 시위 현장에 참여한 젊은이들을 신기해하는 동시에 기특해한다. 기발한 젊은 세대가 미래 희망이라는 반응도 쉽게 볼 수 있다. 새로운 집회 문화를 세대론으로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언론도 'MZ 시위'라고 명명해 세대를 구분한다.
하지만, 이런 관점은 논점을 흐릴 수 있다.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모두 미래가 아닌 '현재'를 변혁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광장에 선 누군가를 나이 어린 존재로 인식한다는 것 자체가 타자화다. 국민이 헌법을 유린한 내란 주범을 처벌하라고 요구하는 건 신기한 일도, 기특한 일도 아니다. 각 개인은 모두 국가의 주인이자, 민주주의 주체이며, 불법 비상계엄 사태 앞에 선 심판자다.
요즘 집회에서 세대교체 이야기에 몰두할 필요는 없다. 시위에 젊고 늙음이 그리 중요하던가. 늘 시절은 변하고 시간은 흐른다. 다만, 잘못된 역사가 반복되고 있는 게 현실일 뿐이다. 지금은 민주주의를 지켜왔던, 지켜내려는 우리들의 연대에 더욱 집중할 때가 아닌가.
12.7 윤석열 퇴진 민중총궐기를 앞두고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가 카드 뉴스를 제작했다.
"청소년들은 보호받을 존재나 누군가의 자녀가 아닌, 목소리를 낼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서 광장에 함께합니다. 청소년이 자신보다 나이가 어리고 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랫사람으로 대하거나 함부로 친밀감을 표하지 마십시오. 이 광장에서 우리는 모두 평등한 시민입니다."
아수나로에서 활동하는 백호영 씨는 "집회 현장에선 비청소년과 청소년을 차별하는 시선이 있다"라며 "청소년이 사회 참여하는 걸 기특하거나 대단하게 여기는 것에 대해 목소리 내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니 함부로 기특해하지 마라. 광장에서 선 우리는 모두 동등한 연대자다.
/백솔빈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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