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무렵이다. 당시 거제시청을 맡고 있던 내가 '석산'이라는 것을 제대로 공부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 당시 고현읍 수월리를 비롯해 거제 곳곳은 거의 '석산 백화점'이라고 할 만큼 많은 석산이 개발되고 있었다. 시군 통합 전 거제군과 장승포시가 각기 허가를 남발하면서 벌어진 난개발 현장이었다. 발파 소음과 진동으로 소와 돼지가 유산을 하고 마을 도로로 골재를 실어 나르는 대형 트럭이 다니면서 주민 안전이 위협받았으며 마을 하천과 지하수는 심각하게 오염됐다. 어떤 곳은 개발이 끝났는데 대충 나무 몇 그루 심어두고 사업을 종료하려
'입틀막(입을 틀어막는다)'은 이 정부에서 아주 익숙한 말로 자리 잡았다.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잘 알려져 있지만, '강성희 진보당 의원', '카이스트 졸업생', '임현택(대한의사협회 차기 회장) 의사'가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이게 전부는 아니다. 입틀막 공포는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지역사회도 예외는 아니었다.경남도민일보는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이후인 지난해 9월 경남 해녀들 목소리를 지면에 담았다. 이들은 바닷속을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다. 이들은 물과 살을 맞댄다. 그리고 작업 도중 또 원치 않게 바닷물
요즘 출퇴근 시간이 10분 남짓 줄었다. 창원시 성산구 천선동과 진해구 석동을 잇는 석동터널이 뚫려서다. 집에서 마산으로 오갈 때도 귀곡~행암 국도대체우회도로를 타면 신호를 받지 않아 진해대로보다 빠른 편이다. 이 터널과 도로 개통은 평소 운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나에게 기쁜 소식이었다. 하지만 두 도로를 타게 되니 자연스레 진해 여좌동이나 경화동 풍경을 볼 기회가 점점 사라졌다. 최근처럼 벚꽃이 피고 날리는 시기에 산책하거나 맛집을 찾지 않는다면, 발길이 닿지 않는 동네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마산에서 고성이
'이번 총선에서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최근 정치평론가들의 한결같은 논평이다. 선거일은 10일도 남지 않았고, 사전투표는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우리 지역 국회의원 후보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어떤 정책과 공약을 하고 출마했는지, 국회에 가면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는 유권자는 많지 않다.총선 후보자 TV 토론회가 한창이다. 법이 정한 선거방송토론회가 주관하는 것으로 초청받은 후보자는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참석해야 한다. '후보자토론회 꼭 시청하고 투표하세요'라고 선거관리위원회는 홍보한다. 하지만, 모든 후보를 볼 수
이달 초 서울 북한산 둘레길을 걸을 기회가 생겨 강북구 우이동에 갔다. 근현대사기념관을 시작으로 보광사를 거쳐 솔밭근린공원으로 내려오는 둘레길 2구간을 걸었다. 도착점에 다다르는 내리막에 탁 트인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멀리 강북구 시내가 한눈에 보이던 그 아래에는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잠든 국립4.19민주묘지 전경이 펼쳐져 있었다. 1963년 건립된 이 묘역은 정부 성역화 사업으로 1993년 종전보다 규모를 넓혀 새롭게 조성했고, 1995년 국립묘지로 승격돼 국가보훈부가 관리하고 있다.22대 국회의원 총선거 보름 앞이다.
하동 중고등학교 통폐합 논의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답보 상태다. 최근 통폐합 논의를 마무리 짓고 구체적인 세부 계획이 마련되는 듯했으나 또다시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지난해 3월 학교 통폐합을 논의하고자 사립학교법인 하동육영원, 통폐합 대상 학교장과 학부모·동창회 대표, 도·군의원, 하동군 공무원, 하동교육지원청과 경남도교육청 관계자 등 25명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가 구성됐다. 지난해 5월~올해 1월 말 5차례 회의를 거치면서 지난달 안으로 하동고(공립)와 하동여고(사립), 하동중(사립)과 하동중앙중(공립) 통폐합 추진 여부를 결
언젠가 지인과 식당에 갔다 뛰어다니며 소리를 지르는 아이를 봤다. 다른 이들 식사를 방해하는 데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부모는 아이를 내버려두고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법한 일이다.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가정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서 다른 이들이 아이 행동을 나무라면 오히려 아이 기를 죽인다며 언성을 높이는 일도 있다.우리 정치가 바로 이런 모습은 아닐까?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아예 포기한 유권자가 버릇없는 아이처럼 정치를 길들이고 있다. '나라의 정치 수준은 유권자 수준'이라는 말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정치
통영 정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어수선한 시간을 보내며 총선(통영시·고성군 선거구)을 맞이하고 있다.천영기 통영시장은 2022년 7월 취임 때 '화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지금 지역민들은 여기에 의문 부호를 다는 분위기다. 통영시-시체육회 간 1년 넘는 갈등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통영시는 시의회와도 인사권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통영시의회는 지난해 말 5급 1명과 8급 1명에 대한 자체 승진 인사를 했다. 시는 협의 없이 진행된 인사에 불쾌감을 나타내며 앞서 시의회에 파견했던 인력을 불러들였다. 그런데 일부 시의원은 중
최근에 인터뷰를 하고 강연을 취재하고 나서 기사에 미처 온전하게 담지 못한 말이 있습니다. 메모한 내용 일부를 옮겨왔습니다.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습니다.먼저 합포문화강좌에서 초청 강연을 한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의 말입니다. 그는 생태·평화 위기에 둔감한 한국사회를 지적합니다.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음에도, 더 소비하려고 하는 저로서는 좀 뜨끔했습니다."최근 독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책이 있습니다. 이라는 책입니다.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좀 낯설죠? 그
"동장하고, 국회의원님하고 초등학교 동기입니다. 그럼 ○○동 표가 다 나와야 되겠습니까, 안 나와야 되겠습니까?"지난해 8월 통영시 한 행사장에서 천영기 통영시장이 부스를 돌면서 한 말이다. 지역구(통영고성) 국회의원 지지를 호소한 천 시장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했다.지난 1일 거창함양산청합천 국민의힘 도의원 5명과 비례의원 2명 등 7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김태호 국회의원 지지를 선언했다. 이들은 "지역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할 적임자는 김태호"라고 강조했다. 극진한 '충성 모드'에도 며칠 뒤 김 의원은 낙동강 최전
꼬박 1년 전인 3월 21일 자에 '총선 의도 다분한 수도권 300조 몰아주기' 제목 칼럼을 썼다. 당시 정부가 발표한 '국가첨단산업육성전략'에 수도권인 경기도 용인에 300조 원을 들여 반도체 국가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해 세계 최대 반도체 집적단지를 만들겠다는 게 비수도권에 얼마나 박탈감을 주는 일인지를 짚었다.총선이 1년도 더 남은 시점이었지만 "이 발표는 총선용"이라고 예측했다. '수도권 의석이 야권보다 절대 열세인 점, 여소야대 국면을 전환할 총선 최대 승부처가 수도권인 점 등에 비춰 이번 정부 결정을 의도적 몰아주기로 보는 현
인구 감소 등으로 지역 소멸 위기에 놓인 하동군은 이를 극복하고자 청년, 귀농귀촌, 귀향인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이들 정책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끈 건 '마을협력가' 파견 사업이다. 하동군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지역 소멸 위기 극복 정책 중 하나다. 마을협력가는 말 그대로 마을 주민들과 협력해 침체한 마을을 활성화하고 살기 좋은 마을로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하동군이 예산을 지원하고, 수년간 마을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온 주민공정여행사 놀루와(협)가 마을협력가 사업의 실질적인 업무를 맡았다. 선발된
어두운 밤하늘을 밝히는 달은 사실 스스로 빛나지 않는다. 태양과 지구의 위치, 거리에 따라 태양빛을 반사하며 달은 그 모양과 크기, 밝기가 달라진다.현장에서 20년 가까이 지역정치를 취재하다 보면 자신만의 신념과 철학으로 빛나는 정치인을 만나기 쉽지 않다. 처음 선출직에 도전하는 사람 가운데 달처럼 스스로 빛나지 못한 채 거대 정당 후광이나 지연, 학연 등에 기대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당선 이후에도 이들은 여전히 스스로 빛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대신 이들은 행사장에서 봉사하겠다던 시민이 있는 곳에서 떨어진(거리) 높은
나는 10년 전 '경남의 재발견'이라는 경남도민일보 기획에 참여했다. 그때 경남 18개 시군을 돌며 그 지역 자연·역사·문화·언어·풍속·기질·음식 등을 들여다봤다. 이전에 알지 못했던 경남 각 지역의 진짜 모습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개인적으로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온 지역은 통영이었다. '경남의 재발견' 통영 편 메인 기사 제목은 '풍요로운 바다와 발랄한 감성이 빚은 통영'이었다. 편집·취재 기자들이 고민과 고민을 거듭한 끝에 통영을 이렇게 함축한 것이다.이곳은 '예향', '충무공 이순신', '미식의 고장' 등 지명
아이 행동이 이상해졌다고 느낀 어머니는 학교를 찾는다. 교장실에서 교장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별다른 설명이 없다. 다른 교사들이 들어와 앉는다. 이들도 마찬가지다.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고 말할 뿐이다. 어머니는 답답하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담임교사도 이 학생 행동에서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다른 학생을 괴롭히는 것은 아닐지 의심한다. 이 학생 소지품에서 촛불을 붙이는 라이터가 발견되고 다른 학생 팔에 남은 그을린 상처를 보면서 관객의 의심은 커진다. 상처가 있는 학생은 학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집에서 아버지에게
해가 바뀌기 전 지난주. 지방자치단체마다 지난 한 해 동안 성과를 알리기에 분주했다. 러시아 심리학자의 이름을 딴 '자이가르닉 효과'가 있다. 완결된 과제보다 완결되지 않은 과제가 기억에 더 강하게 남는 미완성 효과를 뜻한다. 해마다 연말이면 이 효과가 회자하는데 경남도와 사천시의 과제는 해가 바뀌어도 해결 난망이다. 흘러가버린 2023년에 왠지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지만, 어떠한 난관에도 굴하지 않고 우주항공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 통과를 완수해 내겠다는 약속을 드리겠습니다.' 박동식 사천시장의
한 달 새 지역 정가를 보며 흥미로웠던 사안은 '노후계획도시 정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노후계획도시법)을 둘러싼 여야 경쟁과 언론 보도 양태였다.전 창원시장인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창원성산구지역위원장이 법안에 창원시 포함을 여론화하자, 강기윤(국민의힘·창원 성산) 의원도 국회 차원 대응에 나선 것이다. 창원시청 기자회견으로 포문을 연 허 전 시장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전날인 지난달 28일 국회를 찾았다. 김민기 국토위원장과 국토위 소속 김두관 의원을 만나 특별법 근거 법령에 국가산업단지 배후 신도시로서 창원 성격을 규
하동 지역은 사회인으로 구성된 야구단 2팀이 구성돼 활동하고 있으나 야구 불모지다. 소규모 군 단위 지역이 그렇듯 야구 관련 기반 시설 등 야구 인프라가 열악한 지역이다 보니 일반 학생들이 야구를 하려면 인근 도시인 전남 광양이나 진주 등으로 가야만 한다.최근 하동에서 야구 관련 관심을 끄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동 지역 내에 변방이라고 할 수 있는 금남면에 야구팀이 창단했다는 소식이다.지난 1일 금남고 금오체육관에서 야구부 창단식이 열려 금남고 야구스포츠클럽(이하 금남고BC)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이날 하승철 군수, 군의회 의장과
양산의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는 '동서지역 불균형'이다.과거 웅상읍이었던 서창·소주·덕계·평산 4개 동 동부(웅상)지역은 천성산으로 가로막혀 사실상 서부지역과 생활권이 다르다. 역사적으로도 조선 고종 때인 1906년 9월 칙령에 의해 울산군 웅상면에서 양산군 웅상면으로 편입될 때까지 다른 정체성을 가지고 있었다. 이 같은 역사·문화적 배경에 본격적인 도시계획을 수립하기까지 이뤄진 난개발은 웅상지역에서 나오는 '홀대론'을 뒷받침하는 뿌리 가운데 하나다.조용한 농촌이었던 웅상지역은 준비를 미처 하지 못한 상황에서 축사와 공장이 밀려
함양에는 라는 독특한 인터넷 언론이 있다. 소규모 지역언론이 대개 그렇듯, 한 사람이 취재, 편집, 경영을 다 하는 소위 '1인 매체'다. 나는 거의 매일 아침 이 매체를 습관처럼 클릭해왔다.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가장 깊이 있는 '함양 지역뉴스'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지자체 등 주로 '관'에서 내는 보도자료만 열심히 긁어 붙이는 그렇고 그런 지역언론과 달랐다. 1주일에 최소 2~3건 이상은 직접 발로 뛰어 취재한 고품질 기사를 생산해냈다.함양과 산청의 뜨거운 현안인 지리산 케이블카 문제부터 태양광 발전시설 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