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lame-duck)이란 용어가 최근 자주 신문지상에 오른다. 절름발이 오리 혹은 오리가 기우뚱거리며 걷는 모습에 비유한 말인데, 처음엔 증권 거래인을 가리키는 용어로 등장하였다. 그러다가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재임 당시에 정치적인 의미로 더 많이 쓰이게 되었다. '임기말 증후군'이나 '권력누수현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최근 레임덕이 자주 거론되고 있는데,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 임명문제를 두고 한나라당이 반기를 든 것이나 장수만 방위사업청장 등 대통령의 측근들이 함바집 운영권 로비 의혹에 얽힌 것 등 권력형 비리 사건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세대란, 구제역 사태 등에 대한 일관성 없는 대응,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동남권 신공항을 비롯한 대규모 국책사업의 유치 문제를 둘러싼 잡음, 그리고 최근 인도네시아 특사단 숙소 침입 사건에서 드러난 국가정보원의 어이없는 행태 등이 레임덕의 근거로 회자하고 있다.
창원 이원수 기념사업 세금지원 신중해야
하지만,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만이 아니라 취임 초부터 벌어졌던 광우병 파동에서부터 4대강, 용산참사, 언론장악, 교육 학문 영역 탄압, 쌍용차 사태에 이르기까지 하루도 잠잠한 날이 없었을 정도다.
게다가 경제대통령이라는 구호가 무색할 정도로 성장잠재력 확충, 고용 창출, 양극화 해소 등에서 실패하고 국민을 물가 불안에 떨게 만들기도 했다. 임기말 레임덕이 아니라 처음부터 레임덕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불완전한 요인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대기업 CEO 출신이고 살아오면서 안 해본 것 없이 다 해본 유경험자라 할지라도 그가 완벽할 거라 기대하는 국민은 없다. 다만, 최소한 자신의 입으로 약속한 것들, 강조해온 공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나마 해주기를 바라왔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세월은 그야말로 '독단과 퇴행'의 기간이었고 '불통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최근 벌어지는 이원수 기념사업의 경우를 보면 비슷한 느낌이 든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이원수 선생은 당시 누구보다 수준 높은 동시와 동화를 써서 아동문학의 기초를 마련하였고, 〈아동문학입문>은 어린이문학의 여러 문제에 대한 개괄적인 해설을 시도한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누구도 그 업적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불명예스럽게도 친일 작품을 남겨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되고 말았다. 그 역시 '절름발이 오리'였던 셈이다.
필자는 이원수 선생의 기념사업을 반대하지 않는다. 우리 어린이문학에 초석을 놓았고, 필자 역시 어린 시절 그의 작품을 읽고 '고향의 봄'을 부르면서 자라왔기 때문이다. 문단 말석에서나마 동화를 쓰면서 다시 한 번 선생의 업적이 대단한 것임을 뼈저리게 느껴왔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이원수 문학을 다시 보고, 또 더 나은 작품을 창작할 수 있게 하는 밑거름으로 삼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가 전쟁 협력 작품을 썼고, 그것은 비난을 받아 마땅하지만 비판하는 것과 기념사업은 다른 부분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 합의 없으면 '불통과 갈등' 연속
문제는 형식과 방법이다. 민간이 주체가 되어 세미나를 열고 문학상도 준다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 그런데 여기에 지방자치단체가 세금을 이용하여 후원을 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 현재 전체 사업비의 90% 이상인 2억여 원을 지원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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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나 지방자치단체나 계속 절름거리며 제 구실을 못하면 결국은 털 뽑히고 화덕에 던져질 뿐이다.
/하아무(소설가·동화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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