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MBC 토론 프로그램서 기념사업에 제동
'고향의 봄' 작가인 이원수의 친일문제를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는 시각차가 뚜렷했지만, 그를 기념하는 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사회적 합의 과정은 필수'라는 공감은 이뤄졌다. 또 생산적인 토론을 위해 창원시가 기념사업을 밀어붙이기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22일 오후 11시 25분 창원MBC 토론 프로그램 '대찬토크 말쌈'에 김영만 4월 혁명 발원지 문화재지정 추진위원장과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윤해동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가 나와 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는 이원수 기념사업과 관련해 논쟁을 벌였다. 하지만, 토론의 한 축인 창원시 관계자와 이원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불참 의사를 밝혀 나오지 않았다.
◇"이원수 기념사업 결정, 창원 시민의 몫" VS "한국사회 역사의식과 함께 가는 문제" = 김영만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지난달 26일 이원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재정지원을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했다"면서 "이원수 선생의 문학성, 아동문학의 업적을 깎아내리려는 것도, '고향의 봄'을 금지곡으로 하자는 것도 아니며, 명백하게 일제강점기 때 친일작품을 쓴 작가에게 시민 혈세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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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해동 교수는 "논의의 핵심을 살펴보니 간단치는 않다는 느낌이 든다"며 "그럼에도 이원수 선생 같은 작가를 위해 100주년 기념사업 하는데, 공공비용 투입을 하면 안 된다는 결론이 난다면 안타까울 것 같다. 결정은 창원시민의 몫"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의 의견에 대해 박한용 연구실장은 "이원수 선생이 일제강점기 때 함안금융조합에 근무하면서 조선금융조합연합회 기관지 <반도의 빛>에 시 등을 5편 실었는데, '아동들에게 전쟁에 나가 일본을 위해 싸워라'는 등 내용이 매우 심각하다"면서 "따라서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건 문제다. (이원수의 친일문제는) 창원시민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 역사의식과 함께 가야 하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친일문제는 도덕 대상 아닌 사회적 합의 문제" VS "공적 기리는 사업 대의명분 분명히" = 이에 대해 윤 교수는 "민족문제연구소가 이원수 선생을 친일작가라고 분류하고 판단한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시민의 판단에서 보자면 하나의 기준일 뿐"이라며 "오늘 토론의 핵심은 시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게 타당한지를 따지는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1월 24일 이원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선포식에서 사회자가 '이원수 선생의 친일은 대하(큰 강)의 물 한 방울에 지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이들의 역사관이, 가치관이 대단히 잘못돼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일부에서 이원수 선생이 수천 편 가운데 친일 작품은 불과 5편밖에 안 된다는 점을 이야기하는데, 그렇다면 수돗물 1000t 에 5ℓ의 독극물이 들어간 사실을 시민이 알면 가만히 있겠느냐?"라면서 친일문제 평가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윤 교수는 "내가 토론회에 나온 이유는 친일 문제가 도덕적 흐름과 대상이 되어서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공과의 구분은 도덕적 선악이나 진리, 진실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친일 문제가 유일한 평가의 잣대는 아니지만, 한국사회가 이원수 선생의 친일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며 "나도 이원수 선생을 사랑하고, 고향의 봄도 부른다. 하지만, 한 사람을 공적으로 기리는 사업은 세금이 나가는 문제다. 대의명분을 분명히 해야한다"고 했다.
박 실장은 또 이원수의 친일 글과 관련해 일제강점기 이후에라도 용기 있게 발언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고, 윤 교수도 이원수를 비롯해 많은 작가가 '전쟁협력 작품'을 썼는데, 한국 근대문학이 복합적인 만큼 일부만 떼어내어 나쁘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원수 친일문제 처음부터 논의해야" = 토론은 '이원수 100주년 기념사업'이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쪽으로 모이면서 토론회에 나오지 않은 기념사업회와 시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윤 교수는 "기념사업회든, 시에서 오늘 토론회에 나오지 않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이원수 선생의 친일문제를 이미 지나간 일로 여기고 얼버무리겠다는 태도는 큰 오산이다. 문제가 새로운 단계에 올라간 것이다. 따라서 처음부터 논의를 해야한다"고 했다.
박 실장은 "자치단체가 아무런 합의 과정 없이 기념사업을 통과시켜 버리면 이권이 발생하고, 따라서 친일문제는 피곤한 것이 되며, 생산적인 토론이 안 된다"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았을 때 평가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김 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창원시가 이번 기념사업을 어떤 조사나 연구를 거치지 않은 상태서 결정했다고 본다"면서 "심지어 박 시장이 이원수의 친일에 대해 잘 몰랐던 것 아닌가 생각한다. 그래서 즉각 중단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번 문제가 창원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슬기롭게 해결되기를 진정으로 기대한다"면서 "다만 합의 과정에서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라는 사실을, 정의나 민주주의는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박 실장은 "인간이 불완전하더라도 모든 것이 관용적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며 "이원수 선생 탄생 100주년인데, 이번 기회에 (그의) 친일 문제를 처리해 나가야 하는데, 이벤트부터 하겠다는 우리의 현실, 친일문제를 사소하게 바라보는 인식이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맺었다.
한편, 1911년 11월 출생해 1981년 1월 24일 별세한 이원수 탄생 100주년에 즈음해 지난 1월 24일 기념사업 선포식과 흉상 제막식이 창원시 의창구 팔룡동 고향의 봄 도서관에서 열렸으며, 오는 4월에는 학술세미나와 '고향의 봄 어린이잔치', 10월 '이원수문학상 제정 및 시상'과 기념집 <겨울나무의 노래> 발간 등으로 이어진다. 창원시는 전체 사업비의 90% 이상인 2억여 원을 후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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