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검증없이 추진하다 반발 직면…취지 사라지고 주민 갈등만 남아
이원수 기념사업 지원 여부에 대해 시민 설문조사로 결론을 내리겠다던 창원시가 결론을 내리는 데 주저하고 있다. 해당 인물의 친일 행적으로 사업 지원 자체가 벽에 부딪히고, 일종의 정리 절차로 삼았던 설문조사마저 찬반 양측의 반대에 직면하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이번 창원시의 이원수 기념사업 지원 논란은 지방자치단체의 인물 기념사업이 어떤 조건을 갖추고 시작돼야 하는지, 새삼 일깨우는 계기였다. 창원대 사학과 남재우 교수, 경남역사교사모임 안병갑 회장(경남과학고 교사) 등 전문가들은 "지자체가 인물 기념사업에 앞서 해당 인물의 공과를 반드시 검증하라"고 충고했다. 아울러 "시민 전반의 의견을 먼저 수렴하라"고 당부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조급하게 인물 기념사업을 추진해서 발생했던 부작용 사례들은 이미 많았다. 통합 직전 마산시는 조두남음악관을 지으려고 했다가, 그의 친일 행적이 불거지면서 수년간 찬반 논란으로 시민이 분열되는 등 상처만 남긴 채 사업을 접었다. 결국 마산음악관이 됐지만, 건물 자체를 다른 의도로 설계했던 터라 지금은 이것도 저것도 아니다. 진주시는 아무런 사료 분석 없이 남인수가요제를 지원해오다가, 몇 년 전 그의 친일 행적이 드러나고 친일 인명사전에 그가 오르면서 논란이 된 끝에 급기야 지금은 가요제 이름을 진주가요제로 바꿔 지원하고 있다.
모두, 해당 인물의 공과 검증 없이 지자체가 기념사업을 추진했다가 낭패를 본 꼴이다.
인물 기념사업의 조건은 이게 다가 아니다. 앞서 두 전문가는 "시민들의 공감 속에서 시작할 것"과 "절대 일방적 형식으로 기념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덧붙였다. 이 조건에 과연 걸맞은지, 따져볼 필요가 있는 게 창원시의 최윤덕 기념사업이다.
600여 년 전 창원 출신으로 6진 개척에 대마도를 정벌한 최윤덕 장군의 업적을 빌려 창원의 역사를 복원하고, 이후 도약의 상징으로 삼으려는 창원시의 기세가 지나치게 일방적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통합과 함께 8억 원을 들여 시청 옆에 그의 동상을 세우고, 고증 작업조차 생략한 채 50억 원을 들여 내년에 그의 생가를 복원하려는 행태가 "나를 따르라는 식"이라는 지적이었다.
"찾아보면 시민들이 공감하는 인물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리고 기념의 대상이 반드시 개인이어야 하는 법도 없지 않습니까?"
한 도시의 상징성과 정체성을 확보한다는 명분으로 뭔가에 홀려 기념사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관계자들은 숙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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