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수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회'가 창원시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 가운데 남은 비용을 반납하기로 하여 그간의 논란이 어느 정도 가라앉는 분위기다. 기념사업회 측은 시민들 사이에 더는 반목이 번지는 것을 원치 않아 이런 결정을 하게 되었다고 하면서도 보조금 지급 대상이 아닌 독자 사업은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혀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애초 분란의 씨앗은 창원시가 통합시의 문화적 정체성을 수립하고자 도시 브랜드 사업을 추진하면서 대표적인 인물로 이원수, 이은상을 내세운 데에서부터 비롯되었다. 창원시는 이들의 친일행적을 숨기려는 게 아니라면서 전체 공과를 따지되 공을 살리겠다는 논리를 펼치며 사업을 추진했다. 게다가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친일 인사 기념사업 추진의 정당성을 여론조사를 통하여 묻겠다는 기막힌 발상까지 내놓아 기름을 부었다.
사태가 진정되는 양상을 띠고 있어 다행이기는 하지만 그간 창원시가 보여준 몰역사적 의식구조에 대해서는 단단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어디나 도시 브랜드화를 위해 지역의 대표적인 위인이나 문화예술인들을 상징화하는 작업은 꼭 필요한 일이요 그만큼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통합 창원시는 유독 친일 부역을 한 인사들을 앞장세우다 부질없는 논란을 부추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최근 서훈이 취소된 장지연은 물론 조두남, 이은상 등은 이미 친일 행적에 관하여 엄정한 역사적 평가를 받은 바 있다. 이원수도 양면적인 모습이 있기는 하지만 친일의 과오에 대해서는 결정적 흠결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이들을 또다시 상징적 인물로 내세우려고 시도한 자체가 잘못이다.
친일의 역사는 부끄럽고 아픈 역사이기는 하지만 민족과 국가의 정체와 관련된 역사요, 따라서 이를 은폐하거나 정치적으로 왜곡할 수도 없고 적절히 덧칠을 하여 미화할 수도 없는 역사이다. 또한, 세월이 흐른다고 하여 잊힐 수도 잊혀야 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친일의 슬픈 과거를 내일의 역사에 바르게 투영시키는 작업을 세대를 넘어 꾸준히 남기는 일만이 시대적 사명일 수밖에 없다.
더는 시민의 세금을 가지고 친일의 역사를 포장하는 일에 쓰이는 일이 없도록 창원시는 철저히 반성하고 다시는 되풀이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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