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가 이원수 기념사업 추진을 놓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진 것 같다. 억대 예산을 책정해 집행했다가 반대여론을 불러왔고 그에 따른 시민 여론조사도 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 확실하다. 얼마 전 관련 추진 예술단체들이 남은 예산을 반납한 후 여론조사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후 진행 중이던 여론조사마저 그 의미가 퇴색됨으로써 한마디로 진퇴양난에 빠진 듯하다.

원인을 따지자면 누구 탓도 아니다. 자초한 것이다. 친일부역에 따른 유명 예술인들의 공과문제가 딴 곳도 아닌 같은 지역에서 여러 번 심판대에 올랐거니와 통합시가 그 부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빠진 채로 문화브랜드화하는 데만 욕심을 냈기 때문이다.

유보했다고 밝힌 설문 역시 성급한 결정이었음이 이 과정에서 드러났다. 여론조사를 요구했던 쪽은 기념사업에 시민 세금을 써서는 안 된다는 시민단체였으나 사실 친일부역과 문화기여도를 여론에 의해 재단하거나 공개념화하는 작업이 자치단체의 수단으로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창원시는 의회의 인준을 얻는 것으로 공공성을 확보했다지만 사전에 이원수의 정체성이 제시되고 그에 따른 공개적인 검증토론이 경주되었더라면 의회도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탄신 100주년을 맞아 선생의 문화적 업적을 기리는데 앞장섰던 관련 예술단체들이 중도에 예산을 반납하고 여론조사 반대의견을 낸 것도 이 문제가 근본적으로 여론에 맡겨 해결되어서는 안 될 문화적 특수성을 고려한 탓이었을 것이다.

일제강점기 당시의 상황에 동정적인 일부 여론이 공과의 양립을 묵인한다 쳐도 그것은 사회적 영향력이 거의 없는 소시민에 국한된다. 명망 있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유명인이나 계급층의 적극적인 친일은 그와는 다르게 평가돼야 한다 할 것이다. 별개의 개념으로 인격화가 시도된다면 독립전선에서 목숨을 바친 항일투사는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 광복회가 기존 입장을 풀고 이 문제에 대한 단체 의견을 낸 배경이 이해된다.

창원시는 골머리를 싸맬 필요가 없다. 원칙만 존중하면 간단하게 답이 나온다. 이미 쓴 예산은 어쩔 수 없다. 민간에 맡기면 된다. 자치단체가 공금을 들여 미화하거나 시민 전체의 이름으로 상징성을 공인하려는 시도를 버리기만 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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