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가 이원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역 최고의 문화마인드로 가꾸어 가려는 의도는 관료적 발상이란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애초 박완수 시장이 그 기획을 고무적인 시책으로 소개했을 때 시민 일각의 반대의사가 표출된 것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대표적 창작동요인 '고향의 봄'은 해방 후 친일 과거사가 정리되지 않은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타고 어린이들에게 애창되었거니와 돌이켜보면 그늘 속에 묻힌 선생의 친일행적은 이미 극복하기 어려운 반 역사성을 잉태했다고 할 수 있다.

창원시는 선생의 친일행적을 숨기려 하는 게 아니라면서 전체 공적을 평가하자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말하자면 공과는 인정하되 공만 살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굉장한 강변이다. 통합 전에 마산시가 똑같은 모순논리로 이은상문학관과 조두남음악관 명패를 달려고 하다가 격렬한 반대에 부딪혀 실패한 전례를 기억하지 못한 탓이다. 어디 멀리서 있었던 일이기나 한가. 바로 이 지역에서 벌어졌던 친일 배척운동이었다. 이은상·조두남 선생의 명성이 이원수 선생보다 못하다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창원시는 선생의 흉상제작과 고향의 봄 기념 문화축제에 시비를 대거 지원했다. 광복회 울산경남 연합지부에서 밝힌 자료에 의하면 창원시가 지출키로 한 지원 예산 2억 원은 10개 보훈단체가 시로부터 지원받는 연간 운영비와 맞먹는다는 것이다. 광복회 관계자들이 물론 예산 때문에 반대 기치를 든 것은 아니다. 국가의 근본이념이 일제 강점기 아래 독립운동과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 것으로 인식되는 이상 친일행위자를 지원하거나 미화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는 원칙을 확인한 것일 뿐이다.

친일부역과 연계된 지역출신 문화예술인들을 도시브랜드화하려는 시도는 관련 보수적 문화단체와 자치단체의 합작품 형식으로 선을 보였다가 거의 뜻을 이루지 못했음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다. 마산문학관이나 마산음악관이 왜 고유명사를 살린 특색 있는 문화의 전당이 되지 못했는지 그 이유는 자명하다. 그들의 부끄러운 친일행적이 공적을 가렸기 때문이다. 문화와 예술이 정의와 진리의 뿌리에 근거한다면 그에 대한 이율배반은 마땅히 품격을 떨어뜨린다. 창원시는 지금이라도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고 시민의 이름으로 된 기념사업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다만, 관련 문화인들이 사적으로 추진하는 기념사업은 논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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