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들이 앞다퉈 선정하는 인물기념사업이 졸속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옛 마산시의 조두남 기념관, 진주의 남인수가요제, 통영의 유치환 문학상 등과 같이 지자체가 의욕적으로 추진했지만 해당 인물의 친일행적이나 독재정권 시절 부역과 같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역사회에서 거부감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빚어왔다.

그동안 인물 기념사업은 일의 집행력을 지닌 지자체가 앞장서 추진해 왔다. 하지만, 해당 인물에 대한 구체적 검증절차가 생략된 인물 기념사업은 결국 용두사미와 같은 모양새로 전락하였을 뿐이다. 즉, 문제의 핵심은 이런 일이 반복되는 이유와 원인에 대한 진단과 해명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먼저 지자체가 인물 기념사업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지역 특화적인 문화의 상품화를 통한 관광자원의 개발에 주목하였기 때문이다. 지자체는 인물 기념사업을 통해 지역을 알릴 기회를 마련해 타지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경제적 유인효과에 몰두했다. 지자체들이 해당 인물의 생가복원이나 기념관 설치와 같은 하드웨어적 시설 건설에만 주력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볼거리를 제공한다는 지자체 명분에 앞서 현재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그 인물을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한 소프트웨어적 원칙에 대한 고민이 더욱 본질적인 문제다. 지역홍보차원의 전시성 행정이 아니라 지역사회에 살아가는 시민의 동의와 합의 과정이 인물 기념사업의 실행에선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인물선정에서부터 사업실행까지 공론화를 거쳐야 하는 기념사업은 지자체의 기대와 달리 더디게 진행되면서 시민사회와 끊임없는 교감을 만들어야 가능한 사업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즉, 인물 기념사업은 일회적인 사업이 아니라 지자체장의 임기와 관계없이 진행되는 지속사업이다. 해당 인사에 대한 검증과 선정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 공동의 상설위원회나 특별 기구를 설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역사회가 공감할 수 있는 인물 기념사업은 정의나 보편타당성의 관점에서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 해당 인사들이 삶을 통해 보여준 도덕적 가치나 공동체 지향적인 자취가 존재할 때, 인물 기념사업은 지역사회의 정체성 마련에 토대가 되는 시민들의 공명 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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