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노동자 절규에 쌍용은 대답하라" 쌍용차 창원공장서 집회·기자회견

2월 28일 숨진 채 발견된 쌍용자동차 희망퇴직자 조모(37)씨의 장례식이 치러진 2일 오전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자동차지부 창원지회(지회장 유세종)는 출근투쟁과 기자회견을 잇달아 벌였다.

'고 조○○ 조합원의 명복을 빕니다. 해고는 살인이다! 해고자를 더이상 죽음으로 내몰지 마라!'

오전 6시 45분 창원시 성산구 성산동 쌍용자동차 엔진공장 정문. 유세종 지회장과 ㄱ(40) 조합원, 홍성광(44) 조합원 등 3명의 해고자가 함께했다. 차량 앰프에서 진혼곡이 울려 퍼졌다. 조 씨의 발인은 오전 7시 진행됐다.

ㄱ 조합원은 "동료가 죽었는데, 도저히 그냥 있을 수 없어 나왔다"며 "정리해고든, 무급휴직자든, 희망퇴직자든, 죽고 싶은 마음 다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2일 아침 창원엔진공장 앞에서 복직문제 등의 해결을 요구하며 출근길 투쟁을 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sajin@

ㄱ 조합원은 "우리야 싸우면서 복직이라도 바라고 버티지만, 희망퇴직은 3000만 원 위로금 받고, 15~20년 다닌 직장을 그만뒀다"며 "아이들 키우느라 돈 엄청나게 드는데, 위로금은 1~2년이면 바닥난다"고 말했다.

유 지회장은 창원공장에서만 200명 이상이 희망퇴직했다고 했다. "고통을 호소하는 조합원이 너무 많다. 앞으로 조씨 같은 일이 더 생길 것이다. 정말 조마조마하다."

진혼곡을 끄고 유 지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얼마나 더 많이 죽고 얼마나 더 많이 가정 파탄이 나야 하는가. '함께 살자!'는 구호 외치지 않겠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쌍용차 망하는 그날까지 투쟁하겠다."

ㄱ 조합원은 친구 소개로 지난해 12월부터 트럭을 운전하고 있다. 수입은 쌍용차 시절의 절반밖에 안 된다. 해고된 지 1년 6개월이 넘었다.

"근무태도가 나빠 벌점을 먹거나, 회사에 손해줘 정리해고됐다면 이해라도 할 수 있다. 잘못된 경영평가를 바탕으로 '2646명'이라는 구조조정 숫자에 매여 마구 잘라 징계 먹은 사람은 오히려 남았다. 억울하다."

홍성광 조합원은 또 "사측에서 대화만 꾸준히 해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은 준다"며 "좀 더 희망을 품고, 모진 마음은 버리고 기다린다면 반드시 좋은 날 올 것"이라고 말했다.

오전 11시 같은 장소에서 '고 임○○·조○○ 조합원의 죽음은 사회적 타살' 기자회견이 열렸다. 임○○ 조합원은 조 씨보다 이틀 앞선 2월 26일 무급휴직 상태서 복직을 기다리다 경기도 평택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회는 "임 조합원의 죽음은 정리해고가 얼마나 철저히 한 가정을 파괴하는지 일깨우며 큰 충격을 줬다"며 "충격이 가시기 전에 또 한 명의 쌍용차 노동자가 세상을 등졌다"고 밝혔다.

지회는 "2009년 이후 세상 구경도 못한 아이를 포함하면 벌써 열다섯 번째 죽음이며, 2010년 11월 이후는 한 달에 한 명꼴로 죽고 있다"며 "경영진 무능을 감추기 위한 기획 파산과 회계조작을 통해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한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가 살인임을 보고 있다. 꼬리를 무는 죽음에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지회는 "임 조합원은 2009년 8월 6일 노사 대타협으로 1년 후 복귀를 약속받은 무급휴직자"라며 "그러나 복직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그 사이 노동자와 가족들 가슴은 끝없이 타들어갔다"고 했다.

지회는 또 "쌍용차는 2010년 재매각 절차를 거쳐 인도 마힌드라 그룹으로 매각이 결정되었고, 2월 22일에는 신차 코란도-C 발표회를 하고 재도약을 선언했다"며 "그러나 많은 노동자는 어떤가! 무급휴직자, 강제 희망퇴직자의 생떼 같은 목숨을 잃은 현실이 그 재도약의 핏빛 현주소!"라고 지적했다.

지회는 "노사 대타협은 노사간뿐 아니라 사회적 대국민 약속이었다. 77일 파업을 마무리한 합의는 쌍용차 문제가 인명이 상하는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고 노동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국민의 염원으로 이뤄졌다"면서 "3월 회생절차가 마무리된다. 5년 만에 신차를 발표하고,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진정한 정상화와 재도약을 원한다면, 쌍용차는 벼랑 끝 노동자들의 외침에 답하라"고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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