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사태 이후 15명 사망…정우상가서 추모제 개최

지난 2009년 5월 쌍용자동차의 정리해고와 희망퇴직, 무급휴직의 후유증으로 말미암아 지금까지 노동자와 가족 15명이 숨지는 등 '죽음의 행렬'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창원지회(지회장 유세종)가 24일 저녁 6시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정부와 쌍용자동차는 더 이상의 살인을 멈춰라'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 추모제는 △쌍용차 사망 조합원 보고 △유세종 지회장 투쟁 발언 △추모 노래 공연과 시 낭송을 비롯해 지난 2009년 창원공장에서 희망퇴직했다 2월 28일 숨진 채 발견된 조 모 조합원 아내의 편지 낭송, 분향소 헌화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창원지회(지회장 유세종)가 24일 저녁 6시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추모제 참석자들이 묵념을 하고 있다. /민병욱 기자

24일 유 지회장은 "파업이 끝난 지 벌써 1년 10개월이 되어가는 지금도 죽음의 행렬이 멈추지 않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노동자들을 죽이기 위한 앞뒤 가리지 않는 대량학살의 정리해고가 수많은 노동자들을 핍박하며 죽음을 택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유 지회장은 "쌍용차 노동자들의 죽음을 잊을 수 없고 또한 남아 있는 가족들을 잊어서는 안 되기에 추모제를 마련했다"면서 "고통 속에 죽어간 노동자들의 영혼을 달래고 끝까지 함께해 반드시 공장으로 돌아가겠다는 결의를 다시 한 번 다지는 자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이하 민교협)도 이날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에게 무조건 일자리를 보장하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냈다.

민교협은 "쌍용차는 부실경영에서 빚어진 책임을 외려 노동자에게 전가해 대량해고를 자행했다"며 "노동자들이 이에 저항하자 재작년 타협을 통해 무급휴직으로 전환하고 1년 뒤 복직을 약속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창원지회(지회장 유세종)가 24일 저녁 6시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김선희 씨가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무를 추고 있다. /민병욱 기자

민교협은 또 "노동자들에게 굳이 죄를 묻는다면 회사를 믿고 열심히 노동하고, 국가를 믿고 열심히 세금을 내고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한 것밖에 없다"며 "그런 그들에게 회사와 정부는 '일방적 대량해고, 단체행동권 및 파업권 행사 불법규정, 살인적인 폭력진압, 손배·가압류 청구'를 가해 노조를 해체하고 노동자의 삶을 철저히 파괴하고 있다. 파업을 통한 저항도, 노동을 통한 생계도 불가능하게 된 노동자들은 모든 희망을 상실당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마지막 저항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교협은 그러면서 "쌍용차는 노사합의사항을 즉각 이행해 무급휴직자를 복직시켜야 하고, 쌍용차를 인수한 마힌드라 자본은 희생자 구제를 위한 대화 테이블에 즉각 나서라"라며 "정부도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사과하고 사태해결에 즉각 나서라"라고 덧붙였다.

죽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희생자 아내가 죽은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민병욱 기자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

00오빠..

오빠가 떠난 지 벌써.. 한 달이 다되어가는구나.. 이 펜을 들고 있는 이 상황이 그저 기가 막힐 뿐인데.. 지금도. 내게..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실감도 안 나는데..

속절없는 시간은 잘도 흘러가는구나... 오빠.. 왜 그랬어.. 왜.. 조금만 참아줄 순 없었을까..

만난 지 6개월 만의 결혼... 결혼한 지 3년 9개월 만의 사별.. 그 사이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두 아이들.. 너무나도 짧은 이 시간에 우리에겐 너무나도 많은 일이 일어났고.. 내겐 감당하지 못할 큰 고통이 됐어.. 분명 내게 일어난 일이 맞기는 한 것 같은데.. 난 실감이 안나.. 지금도 저 문을 열고서 "00야(첫째·4살).. 00야(둘째·1살).."하며 환하게 웃으며 들어올 것만 같은데.. 내가 아무리 울어도 오지 않는 걸 보면 오빠가 정말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건가 봐.. 내가 이렇게 우는데.. 기다리는데도 안 오는 걸 보면 말이야..

오빠가 발견되기 하루 전 우리00 생일었는데.. 그때까지도 돌아올꺼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제 겨우 4번째 생일을 아빠 없이 보내야 했어.. 근데.. 다가오는 우리00의 첫돌은 어떻하니..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아빠에게 축하 받지 못하는 우리 가여운 애기를 어떻게 하니.. 오늘도 "아빠 언제와?"하며 기다리는 우리딸.. 눈이 펄펄 오면 올꺼라했는데.. 진짜 눈이 내리는 날엔.. 또.. 뭐라고 할까.. 오빠.. 너무해.. 정말 너무해.. 이 세상이 너무해.. 희망퇴직 후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몸도 힘들고.. 자손심도 많이 상했을 텐데도 "오빠. 힘들지?"라고 물으면 "아니야. 이게 뭐라고.. 하나도 안 힘들어.." 했으면서.. 그게 아니었나 봐..

정말 많이 힘들고 지쳐가고 있었나봐.. 나와.. 우리애기들만으론 위로가 안 될 만큼 힘들었나봐..

내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내게 한 번만 기대보지 그랬어..

오빠보단 많이 좁은 어깨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기대볼 만 했을 텐데..

하루라도 안보고는 안 된다던 우리 애기들을 두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이제.. 나 혼자 우리 두 아이를 지켜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이 험한 세상 속에 우리 애기들..지킬 수 있을까.. 나.. 너무 겁나고.. 무서워.. 오빠.. 보고 있지? 하늘나라는 어때? 이제 행복해? 고민도 없이 행복해? 그래 푹 쉬어.. 일도 하지 말고 돈 걱정도 하지 말고 푹 쉬어..

우리 두 아이들.. 내가 지킬게.. 오빠 몫까지 내가 지켜야지.. 오빠 도와 줄 거지?..

내 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4년 3개월.. 고마웠어.. 그리고 사랑했어..

이 다음에.. 이 다음에.. 우리 다시 만나면.. 지금처럼 너무 짧게 사랑하지 말고.. 오래오래.. 내곁에.. 오래오래.. 있어줘.. 부탁이야..

다음생애엔.. 꼭 우리.. 행복한 가정 이룰 수 있기를... 오빠와 나의 꿈이었는데.. 다음 생애엔.. 우리 꼭 이루자.. 사랑해.. 안녕..

2011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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