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기다리던 노동자 사망 이틀 만에 창원공장 희망퇴직자 시신으로 발견
쌍용자동차 희망퇴직자 또 한 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2월 26일 쌍용차 무급휴직 조합원 한 명이 경기도 평택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지 이틀만인데, 쌍용차 관련(가족 포함)으로는 열네 번째 사망이다.
창원에서 희망퇴직 이후 자살한 경우는 2009년 7월 쌍용차 창원공장 출신 노동자와 2010년 10월 대림자동차 출신 노동자에 이어지는 세 번째 비극적인 소식이다.
쌍용차 창원 공장에서 일하다 지난 2009년 3월 희망퇴직했던 조모(37·창원시 진해구 제덕동) 씨가 2월 28일 오후 10시께 부산시 강서구 화전동 화전산업단지 도로변 자신의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인근 주민이 1주일째 같은 장소에 차량이 서 있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살펴보다 조 씨가 앞좌석에 누워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해 신고했다고 밝혔다.
당시 차 안에는 번개탄(착화탄)을 피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유서는 나오지 않았으나 타살 흔적 등이 없어 조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1일 조 씨의 빈소가 차려진 창원시 진해구 한 장례식장. 조 씨의 아내는 흐느끼면서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조 씨는 앞서 2월 21일 가족과 이야기를 나눈 다음 헤어져 22일부터 연락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아내가 22일 밤 창원중부경찰서에 남편 가출 신고를 했지만, 행방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아내뿐 아니라 3살 난 딸과 돌잔치가 며칠 남지 않은 아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많은 이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 파업에 들어가기 전 창원 공장에서만 100명이 희망퇴직서를 먼저 썼다고 한다. 조 씨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파업 이전 창원 공장의 조합원은 554명, 이 가운데 260여 명이 희망퇴직·징계해고 등으로 회사를 떠났다. 현재 창원 공장 조합원은 300명 정도.
조 씨는 희망퇴직 이후 최근 한 조선소 협력업체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해왔다. 어릴 적부터 친구로 지내온 ㄱ 씨가 소개해준 자리였다. ㄱ 씨는 지난 23일 저녁 조 씨의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은지 이틀이 된 날이었다. 조 씨는 "내일 일하러 못 간다.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공장을 떠나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더해졌고, 쌍용차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다.
친구 ㄱ 씨는 "결혼한 지 1년도 안 된 상태에서 회사를 그만뒀다고 안다. 퇴직 이전부터 월급도 제때 안 나오고, 대출금을 받아쓰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이전에 함께 일했던 쌍용차 직원들과도 전화하는 등 인연을 이어왔는데, 근래 자살이나 사고 소식 등을 듣고는 많이 괴로워했다"고 말했다.
조 씨처럼 회사를 나온 많은 이들이 생활고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고 있다. 쌍용차를 나왔다는 '주홍글씨' 때문에 번듯한 직장을 찾기가 어렵고, 막노동·대리운전·택배 등을 돌면서 일하는 것이 이들의 실정이다.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창원지회 한 관계자는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동안 주말 없이 잔업까지 다 일해야 한 달에 150만~180만 원 받았다고 한다. 제대로 된 가정생활이 어려울 수밖에 없고, 퇴직자 대부분 경제적인 어려움이 가정 불화로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발인은 2일 오전 7시다. 1일 민주노동당 권영길 국회의원, 석영철·이종엽 도의원, 이병하 경남도당 위원장 등이 조문했다. 또, 쌍용차지부 관계자들이 경기도 평택에서 빈소를 찾아와 잇따른 사고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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