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남편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다시는 이런 비극 없어야

모두가 울었다. 아니, 모두를 울렸다. 지난 24일 오후 6시 창원시 의창구 용호동 정우상가 앞에서 '정부와 쌍용자동차는 더 이상의 살인을 멈춰라'라는 제목으로 열린 쌍용차 추모제. 

2009년 쌍용차 창원공장을 희망퇴직했다 지난 2월 28일 숨진 채 발견된 조모(37) 씨의 아내 서모(32) 씨가 쓴 편지를 진주연(35) 전국화학섬유산업노조 부산·경남지부 총무국장이 읽어내려가자, 200여 명의 참석자 대부분은 고개를 떨어뜨렸다.

진 국장도 눈물을 참기 어려운지 중간 중간 목이 메는 소리로 힘겹게 편지를 읽어나갔다. 편지에는 죽은 남편을 향한 그리움뿐만 아니라 산 자의 '고된 살아남기'가 오롯이 담겨 있었다. 특히 편지내용에는 조 씨가 발견된 시점이 첫째 아이 생일이었던 점이 드러나는 대목도 있어서 듣는 이들의 가슴을 더욱 먹먹하게 만들었다.

편지 원본 사진

낭독된 편지 원본 사진 /민병욱 기자

 

남편에게 보내는 편지 전문

00오빠..

오빠가 떠난 지 벌써.. 한 달이 다되어가는구나.. 이 펜을 들고 있는 이 상황이 그저 기가 막힐 뿐인데.. 지금도. 내게..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실감도 안 나는데..

속절없는 시간은 잘도 흘러가는구나... 오빠.. 왜 그랬어.. 왜.. 조금만 참아줄 순 없었을까..

만난 지 6개월 만의 결혼... 결혼한 지 3년 9개월 만의 사별.. 그 사이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 두 아이들.. 너무나도 짧은 이 시간에 우리에겐 너무나도 많은 일이 일어났고.. 내겐 감당하지 못할 큰 고통이 됐어.. 분명 내게 일어난 일이 맞기는 한 것 같은데.. 난 실감이 안나.. 지금도 저 문을 열고서 "00야(첫째·4살).. 00야(둘째·1살).."하며 환하게 웃으며 들어올 것만 같은데.. 내가 아무리 울어도 오지 않는 걸 보면 오빠가 정말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건가 봐.. 내가 이렇게 우는데.. 기다리는데도 안 오는 걸 보면 말이야..

오빠가 발견되기 하루 전 우리00 생일었는데.. 그때까지도 돌아올꺼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제 겨우 4번째 생일을 아빠 없이 보내야 했어.. 근데.. 다가오는 우리00의 첫돌은 어떻하니..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아빠에게 축하 받지 못하는 우리 가여운 애기를 어떻게 하니.. 오늘도 "아빠 언제와?"하며 기다리는 우리딸.. 눈이 펄펄 오면 올꺼라했는데.. 진짜 눈이 내리는 날엔.. 또.. 뭐라고 할까.. 오빠.. 너무해.. 정말 너무해.. 이 세상이 너무해.. 희망퇴직 후 비정규직으로 일하면서 몸도 힘들고.. 자손심도 많이 상했을 텐데도 "오빠. 힘들지?"라고 물으면 "아니야. 이게 뭐라고.. 하나도 안 힘들어.." 했으면서.. 그게 아니었나 봐..

정말 많이 힘들고 지쳐가고 있었나봐.. 나와.. 우리애기들만으론 위로가 안 될 만큼 힘들었나봐..

내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내게 한 번만 기대보지 그랬어..

오빠보단 많이 좁은 어깨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기대볼 만 했을 텐데..

하루라도 안보고는 안 된다던 우리 애기들을 두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을까..

이제.. 나 혼자 우리 두 아이를 지켜야 하는데.. 어떻게 하면, 이 험한 세상 속에 우리 애기들..지킬 수 있을까.. 나.. 너무 겁나고.. 무서워.. 오빠.. 보고 있지? 하늘나라는 어때? 이제 행복해? 고민도 없이 행복해? 그래 푹 쉬어.. 일도 하지 말고 돈 걱정도 하지 말고 푹 쉬어..

우리 두 아이들.. 내가 지킬게.. 오빠 몫까지 내가 지켜야지.. 오빠 도와 줄 거지?..

내 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4년 3개월.. 고마웠어.. 그리고 사랑했어..

이 다음에.. 이 다음에.. 우리 다시 만나면.. 지금처럼 너무 짧게 사랑하지 말고.. 오래오래.. 내곁에.. 오래오래.. 있어줘.. 부탁이야..

다음생애엔.. 꼭 우리.. 행복한 가정 이룰 수 있기를... 오빠와 나의 꿈이었는데.. 다음 생애엔.. 우리 꼭 이루자.. 사랑해.. 안녕..

2011년 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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