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할까 말까 망설여진다면 말을 하지 않는 게 낫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여전히 말을 할까 말까 망설여질 때가 있다. 우리 사무실 건물에서 일하는 몇몇 요즘 것들을 볼 때마다 그렇다. 이들의 특징은 어떤 경우에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그것도 일 년을 넘게 마주치는 사이면 눈인사라도 할 만하건만 가벼운 목례조차 생략한다. 이들은 또 엘리베이터 위치를 확인하지 않는다.마음이 바쁜 출퇴근 시간. 엘리베이터가 2층에 있든 9층에 있든 개의치 않는다. 덮어놓고 엘리베이터 버튼을 다 누르고 본다. 자신들의 행동이
꽃집, 빵집, 미용실, 의원, 식당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걸어다닐 만한 거리에 적어도 하나씩은 있는 동네 가게들이지요. 지금 사는 동네로 이사한 지 3년째지만 아직 가보지 못한 가게가 많고 아는 이웃도 별로 없다 보니, 어떤 곳이든 처음 가보기 전에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서 먼저 가본 분들이 남긴 평을 살펴봅니다. 평점이 높거나 좋은 리뷰가 많은 곳에 먼저 가고, 그렇지 않은 곳은 나중으로 미뤄 둡니다. 모험보다는 안전을 택하는 거지요. 예전 동네 사람들 입소문을 요즘은 인터넷 동네 커뮤니티나 지도앱이 대신하는 셈입니다. 판매하는 상
매화, 산수유를 시작으로 벚꽃, 개나리, 진달래, 철쭉 순으로 봄소식을 전해주는 계절의 변화를 요즈음 느끼고 있다. 벚꽃은 지면서 꽃잎들은 바람에 떨어져 나뒹구는 한편 제법 파릇한 나뭇잎들이 거리를 물들이는 계절이다. 이처럼 계절이 바뀌는 4월, 22대 총선을 치렀으니 선거 홍보 현수막도 내려져 쓰레기통으로 버려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다음 선거에는 환경보호를 위해 홍보 현수막이 모바일 현수막으로 대체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 4월에는 제주 4.3 민중항쟁, 김주열 열사의 죽음과 4.19 혁명, 4.16 세월호 참사
현역은 현재 특정 직무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 또는 현재 종사하는 일을 일컫는다. 원래는 현재 군대에서 복무 중인 군인을 의미하였고 현역군인의 준말이 일반화되었다고 한다. 스포츠 쪽에서 쓰이면 현재도 선수 생활을 하고 있다는 뜻이고, 넓은 의미로는 시간이 오래 흘렀지만, 아직도 사용되고 있는 도구, 프로그램 등도 포함해서 일컫는다. 또 다른 말로 현직이라 부르기도 하고 현역과 반대되는 말은 민간인, 전역, 퇴역 혹은 예비역 등이 있다.사회 각계각층 현역들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면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에게 안전과 기쁨과 행복을
여러분에게 4월은 어떤 달인가요? 새 학기가 시작하고 슬금슬금 피어오르는 꽃을 넋 놓고 보다 보면, 어느새 중간고사가 시작하는 그런 달이죠. 시를 좋아하는 순수한 마음에서였는지, 어떻게든 여학생을 꾀어보려는 마음에서였는지 저는 고교 시절 문예부에서 활동하며 시를 쓰곤 했습니다. 쉬는 시간 10분을 못 참고 뛰쳐나가 노는 녀석들 탓에 땀 냄새 가득한 남고의 교실에서요. 물론 그중에는 당연히 저도 있었죠. 그때는 몰랐습니다. 영국 시인 T.S.엘리엇이 그의 시 '황무지'에서 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는지, 저항 시인 신동엽
.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의료개혁을 담당했던 맥스웰 그렉 블록이 쓴 책 제목이다. 저자는 앞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의료비 증가로 식량 배급처럼 의료도 배급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한정된 의료자원의 정의로운 분배를 강조한다.2022년 한국의 총 의료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9.9%인 200조 원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 9.5%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건강보험은 연금보험과 달리 현재적이다. 매년 수지균형을 맞추어야 한다. 의료보험은 1883년 비스마르크 시절 보불
밀양은 약산 김원봉 선생의 고향이다. 얼마 전에 밀양에 가서 영남루 앞 옛 도심가에 만들어 놓은 의열체험관을 보았다. 1919년 11월 9일 김원봉 선생은 무장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을 조직하여 항일 운동을 한다. 의열단 단원 중에서 박재혁 의사는 부산경찰서장 하시모토 슈헤이(橋本秀平)에게 폭탄을 투척하였고, 최수봉 의사는 밀양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하였다. 김익상 의사는 조선총독부 청사에 폭탄을 투척하였다. 또 김익상 의사는 이종암·오성륜 의사와 함께 상해에서 일본육군대장 다나카 기이치 저격을 시도하였다. 김상옥 의사는 종로경찰서에 폭탄
"쓰라린 북남관계사가 주는 최종 결론은 정권 붕괴와 흡수 통일을 꿈꾸면서 우리 공화국과의 전면대결을 국책으로 하고 있고…. 동족 의식이 거세된 대한민국 족속들과는 민족중흥의 길 통일의 길을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입니다."지난 1월 15일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회의에서 한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이다. 북한이 대한민국과의 결별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이후 구체적인 후속 조치들이 잇달았다. 대남정책 기구들의 해체, 경의선 북측 구간의 폐쇄, 평양의 남쪽 관문에 위치한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 철거, 심지어 평양 지하철의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분들께 축하드린다. 4년 임기 동안 국가 번영과 공동체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뜻을 이루지 못한 분들께는 위로를 드린다. 선거는 사회적 계약이다. 결과와 관계없이 당락자 모두 나라 발전을 위해 애써주기 바란다.선거 과정에서 수많은 공약이 제시되었다. 고심해서 만든 것이겠지만 그중에는 폐기해야 할 공약도 많다. 전체 공약 중 85% 이상이 국회의원 권한을 넘거나 위상에 맞지 않다는 분석까지 있었다. 가장 많았던 것이 나랏일이 아니라 동네 일을 하겠다는 공약이다. 교량 통행료를 내리거나 체육관과 도서관
아버지가 돌아가시던 날을 잊을 수 없다. 초등(국민)학교 4학년 초여름에 든 어느 날, 한창 떠들썩하게 교실을 돌아다니며 도시락을 먹었다. 5교시가 시작되고, 소사(학교·관공서 등에서 잔심부름을 하던 사람) 선생님께서 교실 문을 열었다. "진석이 너거 아부지 오데 아푸시나? 얼른 집에 가 봐라." 그길로 논두렁을 뛰어넘다시피 집으로 달려갔다. 머리를 풀어헤친 어머니가 나를 맞았다. 방에는 배만 볼록 부르고 한껏 야윈 아버지의 차디찬 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아버지는 정말 부지런히 일하셨다. 6남매를 키우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개화 소식과 함께 민주주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도 시작됐다. 국회의원 후보자 선거방송을 담당한 작가는 토론회 전, 각 선거구 선거관리위원회 선거방송토론위 회의에 참석해 방송사가 제시한 토론방식을 설명하고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토론 주제는 유권자 주제·질문 공모와 여론조사, 정당, 사회단체 등을 통해 수집한 의제를 바탕으로 위원 회의를 통해 선정된다. 선관위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부 지역구에서는 올해 의제 취합이 유독 힘들었다고 한다. 의제가 모이지 않는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정치에 대한 불신과 무관심이 반영된 결과는 아닐지 씁쓸함
사상 최고의 총선 사전투표율이 나왔다. 전국기준 31.28%의 국민이 일찍이 투표장에 다녀갔다. 이를 두고 혹자는 '정국 안정을 바라는 보수 결집'이라고 해석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정권 심판론이 총선을 뒤덮고 있다'고 진단한다. 나는 22대 총선을 상징하는 단어 두 개에 주목한다. 하나는 '대파', 또 하나는 '조국'이다."좌파 우파 다 떠나서 대파가 대세"란다. 총선 성격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파 한 단 가격은 875원이 합리적"이라는 세상물정 모르는 대통령의 말에서부터 대파는 거듭된 무지와 무능의 상징이 되었다. 허
Q: 올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를 둔 워킹맘입니다. 아이를 갖고 입덧을 하던 때가 엊그제만 같은데 벌써 학부모가 되다니 만감이 교차합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아이가 학교생활을 잘못하면 어쩌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어쩌나, 별별 걱정이 다 되어요.A: 안녕하세요 오은영 어머니. 3월 새 학기가 되면 모두 마음이 바빠지지요. 특히나 첫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더 불안하고 긴장하지 않을까 해요. 아이가 태어나 옹알이를 하고 뒤집기를 하고 그러다 어느 날 저 혼자 걸음마를 하고 꽃망울을 터뜨리듯 '엄마' 하고 생애
어느덧 봄이 활짝 피어나고 있다. 이즈음이면 누구보다 바쁜 이들은 농부이다. 겨우내 준비했던 작물을 가꾸고자 거름을 내고 두둑을 만들고 그야말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러나 모든 농부가 바쁜 것은 아니다. 미리 준비해 놓지 않은 농부는 봄이 와도 씨 뿌리고 가꾸는 재미와는 거리가 멀다.지난해는 토란 값이 좋았던 모양이다. 이웃들은 하나같이 자투리땅에 토란을 심으라고 권했다. 딴에는 솔깃해서 그렇게 하리라 마음은 먹었지만 아뿔싸, 미나리 수확에 발목이 잡힌 탓도 있지만 제대로 준비를 해놓지 않았던 터라 남들 토란 심는 것을 강
영문도 모른 채 학교에서 쫓겨났던 적이 있다. 초임 발령받아 부임한 27살 총각 선생이 정년퇴임을 앞둔 교장 선생님과 맞짱 뜬 게 문제였다. 군사 독재 시절 '야만의 시대'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다. 신축 학교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것저것 교장 호주머니로 들어갈 수 있는 푼돈과 콩고물이 꽤 있는 듯했다. 새파란 신규 교사 눈으로 봐도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는 경우가 많아 조직에 충성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런데 1년 후 본인 의사와는 무관한 일이 벌어졌다. 다른 학교로 '강제 내신'을 당했다. 교장 권한이라며 호통쳤다. 억울한
2000은 하늘이 내려준 숫자인가? 왜 이렇게 거칠게 밀어붙이는지 폭력적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5년간 2000명을 증원해서 의사 1만 명을 추가로 확보한다는 말은 6년 후에 다시 정원을 줄인다는 뜻인데 교육현장의 혼란과 낭비는 결국 국민이 감당해야 한다. 소위 '소아과 오픈런'과 '응급실 뺑뺑이' 같은 선정적인 이유는 정부가 유발한 것이다. 필수 분야 의사가 이탈하는 것이 문제이지 절대로 부족하지는 않다. 응급실 뺑뺑이도 정부에서 유발한 측면이 크다. 응급실 기준을 높여서 경증 응급환자를 보는 많은 소형 병원의 응급실을 폐
정치에서 남성이 과다 대표되는 현실은 22대 국회도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인간 중심주의가 자연생태를 파괴하고 기후 위기를 초래하고 있듯 공존을 무시한 편향은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총선이 다가오고 언론에 소개된 후보자 면면을 봐도 '정당 공천 30% 여성할당제'는 온데간데없다.지난 24일 경남도민일보 기사를 보면, 22대 국회의원 경남 선거구 후보 37명 가운데 여성 후보는 4명이다. 대의정치에서 여성 의원 참여가 낮으면 "옳은 것을 위한 협상"인 정치에 여성의 삶이 반영되기 어렵다. 성평등 감수성이 높아진 유권자는 여성을 배제하
'김영란법'이 제안되고 논란을 거쳐 마침내 시행된 것이 2016년이다. 국민권익위원장이던 대찬 법률가 김영란이 처음 입을 떼고 4년 만이다. 깎이고 발려 본래 정신에 흡족하게 부합하지 못했다 하나 그럼에도 그것은 구태의연한 세상을 회까닥 뒤집는 획기적인 법이었다. 법 같은 거 백 촌이 넘는 소시민의 눈으로 보기에 저건 단순히 법안 하나를 시행하는 것 이상의 기념비적 '사건'이라 여겨 나는 이 법을 '천지개벽법'이라 불렀다.민주화 이후 큰 변화가 있었지만 하급 관료들의 행악은 소시민이 노상 맞닥뜨리는 것이 오랜 폐습이었다. 인허가를
"이곳이 영화 실제 무대입니다."생애 첫 유럽 여행, 체코 프라하 거리를 하루 종일 지치도록 걷다가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들은 한마디에 반쯤 감겼던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말은 나를 단숨에 45년여의 세월을 거스르게 만들었다. 중학교 시절, 시험이 끝나면 지친 우리를 위로하던 작은 이벤트가 바로 단체영화 관람이었다. 지금의 리클라이너 의자가 갖춰진 안락한 극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낡고 좁은 극장에서 300원의 할인 관람료를 내고 수백 명의 아이가 함께 콩나물처럼 붙어 앉아 영화를 보곤 했다. 좌석이 모자라서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이미 큰아이 선례가 있어서 학부모 되는 일이 덤덤할 줄 알았는데 둘째 입학도 첫째 아이 못지않게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었다. 아들 셋을 키우고 있는데 셋 다 형제로서 닮은 듯하면서 또 각각 다른 점이 많다. 큰아이는 좀 내성적이고 듬직한 성격을 지녔다. 아내가 처음 한국에 와서 많은 어려움을 겪던 시절에 임신을 해서 어렸을 땐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에 걱정도 됐다. 하지만 동생이 생기고 형으로서 더없이 의젓하게 제 역할을 해주니 고맙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크다.큰아이에 비해 둘째는 좀 개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