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피부색 달라 학교생활 적응 걱정
다름 받아들여야 다채롭고 건강한 사회

둘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이미 큰아이 선례가 있어서 학부모 되는 일이 덤덤할 줄 알았는데 둘째 입학도 첫째 아이 못지않게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었다. 아들 셋을 키우고 있는데 셋 다 형제로서 닮은 듯하면서 또 각각 다른 점이 많다. 큰아이는 좀 내성적이고 듬직한 성격을 지녔다. 아내가 처음 한국에 와서 많은 어려움을 겪던 시절에 임신을 해서 어렸을 땐 말수가 적고 내성적인 성격에 걱정도 됐다. 하지만 동생이 생기고 형으로서 더없이 의젓하게 제 역할을 해주니 고맙고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크다.

큰아이에 비해 둘째는 좀 개구쟁이고 말이 많다.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하고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간다. 그래서 둘째는 집에서 자주 '조용히 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사람들은 둘을 섞어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아빠인 내 눈에는 첫째는 첫째대로 좋고 둘째도 그대로 다 좋다. 그리고 아직 어리지만 막내가 자라면 어떤 성향과 성격을 갖게 될지도 기대된다.

사실 큰아이가 학교에 갈 때는 검은 얼굴과 다른 생김새가 아이들 놀림거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하지만 나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인들이 나에게 베풀어주었던 호의를 생각해 보았다. 한국은 난민에 대해서는 거의 무지할 정도로 알지 못하고 난민 인정 비율도 낮다. 한국에 입국해 난민 지위를 얻기까지 나는 무척 오랜 시간을 마음 졸이며 기다려야 했다. 말 한마디 안 통하는 상황에서 덜렁 박스 공장에 입사해서 일하는 것은 고역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나를 견디고 버티게 해준 것은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삶의 고비, 어렵고 힘든 순간마다 언제나 나를 도와주고 함께해 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 사람들의 힘으로, 도움으로 나는 한국에 뿌리를 내리고 한국인이 됐다.

이런 친절과 다정함을 나는 아이들에게도 기대해 본다. 사실 처음에는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아이들은 여과 없이 말하고 호기심이 많으니 보통의 한국인과 다른 우리 아이들 모습을 보고 낯설고 새롭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들이야말로 마음이 열려있는 존재들이니 다르다는 것을 재미있게 받아들이고 금방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물론 첫아이가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고 하지는 못하지만 제 나름대로 잘 적응했고 지금은 누구보다 씩씩하게 학교에 다니고 있다. 둘째 입학을 앞두고 걱정이 조금 덜한 것이 이미 첫째가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고 아이들도 조금 익숙해졌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 재미있고 다채로운 것이다. 비슷비슷한 생김새 아이들 틈에서 좀 다르고 도드라진 얼굴들이 간간이 섞여있는 모습은 사회의 다양성을 드러내는 표지이며 또 지향해야 할 미래라고 생각한다. 다른 종류의 사람들이 모여서 더 다채롭고 건강해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는 있다.

아직 3월이라서 학교를 빨리 마치고 돌아오는 둘째는 문을 들어서자마자 아내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미주알고주알 이른단다. 이제 아이들이 엄마보다 더 한국어를 잘해서 아내는 가끔 못 알아듣는 말도 있다는데 엄마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둘째의 친구 자랑과 학교생활 모험담은 끝이 없다고 한다. 아내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이 아이들이 자라서 아빠가 된 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때는 지금의 나의 피부색 걱정이 그저 쓸데없는 걱정이 되기를 바란다.

/김창원 부룬디 출신 귀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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